[PC] Papers, Please : 여권을 순순히 내놓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평소에 인디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인디게임들의 스토리 및 스토리텔링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스토리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디게임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Braid는 스토리의 상징, 함축 등이 많아서 엔딩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고 (플레이 하다가 퍼즐이 어려워서 엔딩을 보지는 못하였다),

메타크리틱 90에 빛나는 Braid

최근(?)에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끈 Limbo의 엔딩도 내 입장에서는 허무 및 무의미에 가까웠고, 실제로 엔딩에 대한 해석도 분분한 편이다.

또 한 이유는 아무래도 시각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이미 발전할 대로 발전한 그래픽에 익숙해진 눈이 도트 그래픽이 주를 이루는 인디게임에 적응하기란 쉽지가 않다. 물론 Limbo와 같이 사실적이진 않지만 깔끔한 그래픽을 선보이는 인디 게임들도 많지만 Papers, Please(이하, 페이퍼즈)는 그런 게임은 아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 Limbo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디게임을 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가끔씩 보는 외국 웹진에서 소개한 올해의 Best 20 게임 목록에 페이퍼즈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Last Of Us 나 GTA V를 다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친구에게 어떤 게임인지 묻고 스팀에서 검색했다. $4.99. 잠시 망설였지만 구매를 하였고,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하였다.

참고: The 20 best (and three most disappointing) video games of 2013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훌륭한 게임이다. 화려함과 재미는 비례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의 그래픽은 좋지 않다. 내가 이 게임을 방에서 하고 있을 때, 형이 들어와서 내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웬 거지같은 게임을 하고 있냐?” (형은 와우, LOL 이런 게임들 좋아한다.) 게임에 집중하느랴 별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 맞다, 그래픽적으로 봤을때 요새 기준으로 거지같은 게임이다. 하지만, 페이퍼즈의 그래픽은 투박하지만 친숙하고 디테일하다. 게임에서 나오는 여러 문서들, 도장, 인물의 모습, 지문 등이 꽤나 디테일하게 표현되어있고, 입국심사대 밖의 풍경도 심플하게 잘 표현되어있는 편이다. 이런 요소들이 게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느낌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게임을 잘 규정하였다고 본다. ‘심플함’.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무 리얼한 그래픽이었다면 오히려 몰입감이 떨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다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는 그래픽

게임 상의 사운드는 굉장히 훌륭하다. 게임 시작시 나오는 빠밤빠밤 은 심플하지만 공산주의 배경인 페이퍼즈의 분위기를 확연히 표현하고 있고, 효과음은 더 없이 훌륭하다. 관련 서류들을 움직이거나 책장 넘기는 소리, 서랍 여는 소리, 도장 찍는 소리 등은 굉장히 리얼하고 몰입감 있다. 그래픽보다 사운드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도장 찍는 소리는 엄청난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찍고 싶다….

도장의 덫, 도장의 올가미!

다만, 인물 음성은 멈블 거리는 소리로 때워져 있는데, 익숙해지면 괜찮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조금 짜증나는 톤의 소리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그래픽처럼 풀 보이스 녹음이면 더 이상할 것 같다. 톤을 조금만 덜 짜증나게 다듬으면 다른 효과음들과 더불어 완벽한 사운드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페이퍼즈가 웹진들의 리뷰들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요소는 바로 플레이어의 ‘선택’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입국 심사대에서 적법한 서류를 가진 사람을 aprove하고 서류가 불충분한 사람들을 reject 하는 입국심사 업무는 사실 간단하다. 매의 눈으로 문제점 유무를 파악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페이퍼즈는 계속해서 게이머에게 원리원칙을 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제공한다.

먹여살릴 처자식이 있는데, 밀수꾼이 돈을 줄테니 통과시켜달라고 한다. 엄격한 통제 속의 나라를 바꾸기 위해 활동하는 혁명단체는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꼭 좀 통과시켜 달라고 한다.

어떻게 할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이런 선택은 굉장히 단순할 것 같지만 꽤나 고민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PS3의 ‘헤비레인’에서처럼 플레이어는 항상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하게 된다. 고민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헤비레인’에서 종이접기 살인마의 시험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까 엄청나게 고민하던 것처럼, 페이퍼즈에서 이 사람을 통과시킬지에 대해 몰입하여 고민하고 선택했다. 심지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으.. 어쩌지?’라고 고민했다.

단순한 그래픽의 인디게임으로서 요새 웬만한 대작 게임들도 하지 못하는 훌륭한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후반부로 가면서 집중력이 하락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권 및 다양한 서류의 일치여부, 적법성들을 하루 8시간, 약 30 일간 검토해야하는데(물론 현실 시간은 아니다.)  이 반복적인 작업이 후반부로 갈수록 힘들어진다. 특히, 후반부에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마음이 급해지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그 때 정신을 바짝차리지 않으면 패널티를 마구 먹기 십상이다. 뭐, 어찌보면 플레이어가 불안함을 느끼듯이 개임속의 주인공도 불안해하고 마음이 급해질테니 어찌보면 사실적이고 몰입감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나는 마지막 2-3일이 좀 짜증났다.

3개는 적은편이고, 많을 때는 5개 이상을 펼쳐놓고 봐야한다.

 

추가로, 이 게임을 즐기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다. 요새 게임들은 인 게임에서의 튜토리얼을 지속적으로 플레어에게 노출시켜서 설사 스토리는 모를지라도 게임 진행은 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지만, 페이퍼즈는 그렇지 않다. 게임 내 모든 조건, 지령 등이 영어로 서면 제공되며, 음성조차 지원되지 않으므로 명확히 독해를 해야한다. 단어의 뜻을 모르면 내가 해야하는 일 자체가 파악이 쉽지 않다.그러므로 영어 독해가 적당히 되는 수준(일반적인 중고등학교 수준이 아닐까 싶다)인 경우에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령과 룰은 모두 영어텍스트로만 제공된다.

 페이퍼즈는 단순함 속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는 작품이다. 초반이 조금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게임 내의 시간 중 처음 2-3일만 잘 넘기면 엔딩까지는 금세 갈 수 있을 것이다. 가격도 저렴하니  누구나 한 번쯤은 즐겨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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