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엑스맨,데이즈오브퓨처패스트(Xmen, Days of Future Past) : 시간여행은 최후의 보루

개인적으로 시리즈물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영화의 소재 빈곤이 극에 달해 코믹스 리메이크나 히어로물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히어로물이 시리즈로 계속 나오는 것은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영화들이 시리즈를 거듭하다가 나중에 택하는 소재는 시간여행이다. 시리즈 내의 인과관계 파괴, 소재 고갈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이고 손쉬운 방법이니 말이다.

보통 이런 시리즈 물들이 택하고 있는 시간에 대한 관념은 ‘평행우주’에 기초해 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서의 세계랄까. ‘백투더퓨처’에서 크게 대중화된 이 평행우주를 배경으로 한 시간여행은 이제 일반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시간여행의 컨셉이라고 보여진다. 엑스맨:데이즈오브퓨처패스트(이하 엑스맨)에서도 미래의 키티(엘런페이지)가 이 개념에 대해서 설명한다. 센티넬이 공격해오면 동료 한명의 정신을 며칠 전의 그에게 보내서 이 공격을 예고하고, 그들은 미리 발생할 그 공격을 피해 그 장소에서 대피한다는 것. 그러니까 그 장소에 남아있었다면 발생했을 센티넬의 공격이라는 (높은)가능성을 피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며칠 후의 센티넬의 공격이 일어난 그 세계는 다른 하나의 평행우주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엑스맨에서의 시간 관념은 완벽히 평행우주에 기초해 있지도 않다. 처음에 키티가 센티넬의 공격을 피해 동료를 보낸 후 ‘늦었어 이 놈들아’ 라고 하면서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데, 이건 평행우주 개념에서는 맞지 않는 결과다. 평행우주라면 그 세계는 그 세계 자체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고, 동료가 돌아간 세계에서 다시 시작된 하나의 가능성으로서의 새로운 세계가 병렬적으로 존재해야된다.

이 경우에는 시간관념을 철저하게 인과관계를 통해서 보여준 것인데, 2002년도 영화인 ‘타임머신’을 보면 이와 유사한 시간관념을 볼 수 있다. ‘타임머신’에서 주인공은 약혼녀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그 죽음을 막기위해 타임머신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타임머신을 타고 약혼녀가 죽던 날로 돌아가는 것에 성공한다. 여기까지는 엑스맨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는 약혼녀의 죽음을 막을 수가 없다. 구해도 구해도 새롭게 발생하는 다른 사건으로 인해 약혼자는 계속해서 죽는 것이다.여기서 중요한 하나의 컨셉이 나온다. 그가 타임머신을 만들게 된 원인, 그것이 약혼녀의 죽음이기 때문에 그는 약혼녀의 죽음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time machine
으어어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멘트. 아니 근데 기이 피어스 주연이었네?

즉, 약혼자의 죽음 -> 타임머신의 개발 이라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약혼자의 죽음이라는 요소를 타임머신을 타고 온 주인공은 절대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약혼자가 죽지 않는다면 타임머신은 존재하지 않게 될테고, 그 타임머신을 타고 온 주인공이라는 존재 자체가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혼자의 죽음은 바뀌지 않는다. 난 이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이런 명장면을 남기고 ‘타임머신’ 이 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막장 테크트리를 타는데… 다른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이런 인과관계 관점에서 엑스맨의 시간여행은 성립할 수 없다. 애초에 시간여행을 보낸 이유가 센티넬의 습격이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서 그 어떤 일을 한다고 해도 센티넬의 습격을 막을 수 없다. 만약 센티넬이 습격하지 않는다면 시간여행을 할 이유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일단 뭐 그냥 평행우주 관점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한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울버린이 자가 회복력이 있어서 정신이 조각나는 것도 순식간에 회복가능하다는 말은 좀 코메디 같긴 하지만 쿨하게 넘어가자.

시간여행이라는 최후의 장치에 기댄 이 영화는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적당한 유머와 적당한 액션, 적당한 드라마 등이 적당히 버무려진 적당한 영화였는데, 그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엄청난 걸 기대하고 보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재미와 눈요기거리라도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맥락에서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엑스맨 시리즈의 모든 내용들을 다 담고 있기 때문에 엑스맨 팬들은 재미있게 볼 수는 있을터.

간단한 여담

  1. 매그니토는 역시 멋쟁이…
  2. 울버린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은 역시 터미네이터 오마주겠지?
  3. 글쓰면서 생각해보니까 키티(엘런페이지)의 미래 모습은 PS3 “비욘드:투소울”이 생각남.
  4. 난 시간여행 전공자 아님. 그러니까 위에 쓴 글 말도 안되는 소리일 가능성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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