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미들어스: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 웅장한 비극

미들어스: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이하 ‘SOM’) 는 비장함으로 가득 찬 게임입니다. 주인공 탈리온은 눈 앞에서 가족들이 사우론의 심복인 블랙핸즈에게 처형당하는 것을 보았으며 그 자신도 죽었지만 죽음에게 조차 거부되어(denied by death) 복수극을 펼칩니다.

SOM은 그 비장함을 가장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게임을 구성한 것 같습니다. 그래픽부터 사운드까지 비장미와 웅장함이 가득차 있습니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소개되었듯이  SOM은 배트맨 아캄시리즈의 전투방식과 어쌔신 크리드의 이동 및 전투 방식을 잘 융합시켜서 게임의 기본 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캄시리즈의 전투가 혁신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허공에 대고 공격하는 듯한 전투방식에서 적과 인터렉션하는 전투로 바뀐 점에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SOM은 이런 인터렉션 전투를 잘 (어찌보면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combat
적 뛰어넘기, 반격, 회피 등등은 아캄시리즈와 다를바가 거의 없다.

또한 이동, 파쿠르, 암살 등은 어쌔신크리드 시리즈의 그것을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잘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초창기 어쌔신크리드 시리즈가 답답한 조작감을 보여줬던 것까지 가져온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탈리온의 움직임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고, 특정 벽에서 Χ버튼을 누르면 충분히 벽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질 않고 계속 점프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Jump
왜 잡지를 못하니….

이런 불편한 조작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초반에 있습니다. 초반에는 많은 스킬들이 언락되지 않아서 탈리온이 그렇게 강하지만은 않습니다. 컨트롤을 엄청나게 잘하지 않는 이상 많은 수의 오크와 싸우는 것이 힘들고, 오크 대장들과 전투시에 전략적으로 후퇴를 해야 할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또 반대로, 오크 대장과 전투에서 승기를 잡았을 때 (스킬 등의 부족으로) 마무리를 못하고 오크 대장이 도망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전투에서 도망가는 도중에 (앞서 이야기한) 벽을 못잡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불편한 조작감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고, 도망가는 오크 대장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조작이 불편해서 놓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혈압이 오르던지…… 제가 못해서라기 보다는 ‘아 진짜 조작… 왜 이따위로 만들었어.’ 라는 생각 때문에 짜증이 나더군요.

오히려 후반에는 조작에 익숙해지고 스킬도 많이 개방되어 이런 불편함은 거의 없어집니다. 몇몇 리뷰에서는 난이도가 후반부로 갈 수록 쉬워지는게 아쉽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후반부로 갈 수록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SOM이 갖는 액션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중반 이후에 더 커집니다. 다수의 오크와의 전투에서도 호쾌하게 이기고, 오크 대장을 보고도 쫄지(?)않고 당당하게 이기고 싶은 것이 플레이어들의 바람 아닐까요?(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게임에서 그렇게 많이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많은 스킬들이 개방되는 중반 이후 부터 SOM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SOM의 비장함과 웅장함은 사운드에서 가장 도드라집니다. 저는 그래픽적인 측면보다 사운드 등에서 더욱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게임을 실행하면 로딩시에 탈리온의 모습이 보이면서 로딩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듀얼쇼크4 스피커에서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몽환적으로 나옵니다. 사실, 무슨말인지 잘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분위기가 굉장히 좋습니다.

Middle-earth™: Shadow of Mordor™_20141224003937
평범한 로딩화면이지만 대사를 듣는 분위기가 좋다.

듀얼쇼크4에서는 로딩시 말고도 게임 중간중간 효과음과 많은 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옵니다. 듀얼쇼크4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렸다는 생각입니다. 이 소리들이 꽤 매력적이니 게임 설정에서 듀얼쇼크4 스피커의 소리를 조금 크게하고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볼륨을 거의 80% 이상으로 올리고 플레이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멋있는 것은 오크 대장들과 연관된 사운드들입니다. 오크 대장들에게는 각자의 이름이 부여되어있는데, 오크 대장(특히 워치프)가 등장할 때 그 대장의 이름이 전장의 환호성처럼 울려퍼지는 것은 정말 멋집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 하실 때는 꼭 소리를 들으면서 하시길 바랍니다.

 

여타 오픈월드 게임과 같이 SOM에도 탈 것이 존재합니다. 카라고스 라 불리는 커다란 네발 짐승과 그로그라고 하는 엄청나게 더 큰 두발 짐승입니다. 사실 농담삼아 ‘탈 것’이라고 부르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필드에 존재하는 몬스터이고 전투 등을 통해서 약해지게 한 다음에 추가 행동으로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몬스터들을 탄 상태로 벌이는 전투는 그다지 재미가 없습니다. 조작감도 불편하여 저는 한두번만 이용하고 거의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일반 전투가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죠.

Middle-earth™: Shadow of Mordor™_20141226142719
카라고스를 탈 수 있다.
Middle-earth™: Shadow of Mordor™_20141226145213
(타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로그 역시 탈 수 있다.

카라고스와 그로그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서 그리고 또 확장해서 해보자면, 게임 내에는 몇가지 수집 요소와 헌팅, 채집 챌린지 등이 있습니다. 헌팅 챌린지는 오크나 간단한 동물들을 사냥하는 등의 챌린지입니다. 여기서 헌팅 챌린지 관련 한가지 팁을 말하자면, 챌린지 8~10 정도로 가면 뿔달린 카라고스, 그로그 사냥 등이 나옵니다. 이 것을 따로 하기는 어려우니 스토리 모드에서 헌팅 스토리를 진행하기 전에 챌린지 7~8까지 진행해 놓으면 스토리를 통해 챌린지를 해결할 수 있으니 후반부로 가기전에 미리미리 조금씩 올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SOM은 오픈월드 게임이지만 오픈월드 게임이 가진 자유도, 넓은 맵 같은 것을 기준으로 봤을 때 크게 좋은 오픈월드 게임은 아닙니다. 맵으로 봤을 때 그리 좁아보이지는 않고, 2개의 지역이 있어서 꽤 많은 지역이 있는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어가 뛰어다닐때 스팟에서 스팟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고, 실제로 맵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전투 밖에 없기 때문에 약간은 지루한 오픈월드 게임입니다.

Middle-earth™: Shadow of Mordor™_20141226135548
처음에 마주하는 맵에서 할만한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할 때 쯤 새로운 맵으로 갈 수 있긴 하지만…
Middle-earth™: Shadow of Mordor™_20141226141944
유물찾기, 무기업그레이드하기, 채집 및 헌팅 챌린지 등 전투와 관련되지 않은 미션은 거의 전무하다.

유물찾기를 하면 세계관 내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벤트 등을 대화 및 음성으로 들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방법으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한글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1 반지의 제왕 팬이 아니고서는 내용을 바로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한글화 되어있어도 잘 확인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수집요소 찾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여타 게임들 같이 수집 요소들을 꼭꼭 숨겨놓아서 찾기 힘들게 만들어 놓지 않고 맵상에서 목적지 선택을 하기만 하면 찾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지요. 저처럼 숨겨진 요소 찾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이는 큰 장점입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은 그래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중간중간 수집요소도 모으고 서브미션도 하면서 게임을 클리어하니 20시간이 걸렸고 총 클리어 퍼센트는 80%였습니다. 오픈월드 기준으로 보았을때는 볼륨이 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 기준에서는 적당한 볼륨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20시간 30분 동안 계속 전투와 관련된 행동을 했다는 건데,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긴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Middle-earth™: Shadow of Mordor™_20141229135206
저에게는 적당한 볼륨

SOM가 보여준 가장 혁신적인 시스템은 네메시스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메시스 시스템은 매우 혁신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많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과 보스들과의 관계, 라이벌 구도 형성, 계속 해서 바뀌는 보스들의 약점과 강점, Brandon 을 통한 우호세력 구축 등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Middle-earth™: Shadow of Mordor™_20141211113954
플레이어와의 관계에 따라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사우론의 군대.
Brandon
보스를 대상으로 하는 Brandon은 폭풍간지 그 자체 입니다.

SOM에서 네메시스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고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단순히 주어진 적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적들과 플레이어의 관계가 유동적이고 유기적으로 변화 가능하다는 것은 앞으로 SOM의 시리즈 및 다른 게임에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보다 훌륭한 게임시스템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SOM가 일반 보스들과의 관계는 네메시스 시스템을 통해서 훌륭하게 구축해 놓고 정작 메인 보스와의 전투가 QTE로만 구성되어 맥빠지는 경험을 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훌륭한 보스전 중 하나로 꼽히는 아캄시티의 미스터 프리즈와의 전투와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보스전을 위한 SOM 제작진의 고민이 깊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움이 생깁니다.

 

사실 이런 디테일의 아쉬움은 게임 곳곳에 있습니다. 특히 가장 거슬리는 점은 스토리나 미션 시작이나 스팟간의 빠른 이동에서 드러납니다. 오픈월드 게임에서 제공하는 편의 중의 하나가 스팟 빠른 이동인데, SOM에서는 그 빠른 이동에서 부드러운 전환을 위한 고민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맵중에 한군데를 선택하면 화면이 검게 변했다가 그 곳에서 나타나는 식입니다. 굉장히 사소한 요소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주인공의 모션이나 화면상의 전환효과를 부여해서 플레이어가 좀 더 납득할 만한 좋은 전환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미션을 시작하는 것 또한 그 어떤 효과가 없습니다. 물론 미션에 따라서는 앞에 컷신이 나오지만 대부분의 미션이 미션 시작 버튼을 누르면 목표가 뜨면서 ‘이것 하시오’라고 전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와치독스나 GTA5가 미션이 밤에 시작하는 미션인데 플레이어가 낮에 오면 타임랩스 같은 효과로 자연스러움을 보여준 것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여러 자잘한 요소들에서 아직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만, SOM은 신규 IP로서 좋은 출발을 했다고 보입니다. 아무리 경쟁작이 적었던 2014년이라고 해도 벌써 여러부문에서 유력한 GOTY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니까 말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시작하기 전에 워낙 짱이라는 평가가 많아서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훌륭한 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쉬운 부분들을 좀 더 다듬어서 보다 좋은 후속작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Middle-earth™: Shadow of Mordor™_20141224104248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

Notes:

  1. 비한글화의 아쉬움을 말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에 비정발되었다는게 더 충격적이지만요..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