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Valiant Hearts : 게임은 좋은 역사학 공급원이죠.

전쟁이라는 요소는 게임 뿐만이 아니라 많은 매체에서 많이 차용하는 소재입니다. 특정 배경 안에서 특정한 인물을 직접 조작하며 그들이 겪는 상황에 대한 간접체험이 가능하다는 게임의 특성상 초창기에 전쟁을 배경으로 한 게임은 아무래도 적을 무찌르고 얻는 승리의 쾌감에 초첨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복잡한 감정적 내용 등을 표현하기 어려운 기술적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게임 내에서 좀 더 인간이 보여주는 감정적 변화나 전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창작자들의 의도와 이를 표현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의 발전이 맞물리면서 전쟁 게임은 단순히 재미나 승리의 쾌감만을 중심 내용으로 삼지 않게 되었습니다. 점차 전쟁에서 느낄 수 있는 아픔과 개인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에 관심을 갖고 그 것을 중점적으로 풀어내는 작품들도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그런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전쟁의 광기를 특히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Spec Ops The Line"
전쟁의 광기를 특히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Spec Ops The Line”

Valiant Hearts(이하 ‘발리언츠 하트’)는 그 연장선에 있는 2D 횡스크롤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를 살아가던 여러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죠. 귀여운 그림체로 된 이 게임은 보기에는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들려줄 것 같습니다만,  실제 게임에서 그들이, 그리고 그들을 통해 우리가 겪게 되는 것은 슬픔이 가득합니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게임화면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게임화면

발리언츠 하트의 게임플레이는 ‘원숭이 섬의 비밀’같은 어드벤처 게임을 매우 쉽게 일직선으로, 그리고 파트파트 별로 잘라서 만들어 놓은 듯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주인공 그리고 때때로 조력자인 개를 조작하며 앞에 놓인 장애물을 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진행되죠. 게임을 진행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퍼즐)들은 사실 몇개 빼고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나마 그 몇 개도 어렵다기 보다는 알고보면 쉬운 것임에도 최초에 뭔가 하나를 잘 못 생각해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니 실제로 플레이어에게 많은 고민을 주는 요소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플레이어가 해결을 잘 못하고 헤매고 있으면 전서구가 힌트를 전해주는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매우 직접적인 힌트를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으로서의 난이도는 매우 낮은 편이며 게임플레이 자체는 어찌보면 지루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드벤처 게임 하면 역시 원숭이섬의 비밀!
어드벤처 게임 하면 역시 원숭이섬의 비밀!

(이미지출처)

막히는 곳이 생긴다면 힌트를 볼 수 있습니다.
막히는 곳이 생긴다면 힌트를 볼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만 보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지만, 저는 사실 발리언츠 하트가 갖는 가치는 게임플레이에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발리언츠 하트는 플레이하는 재미보다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무대를 얼마나 훌륭하게 게임에 가져왔는지 보는 재미가 더 큽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마을, 전투, 사건 등이 모두 실제 역사적 사실과 자료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수집품과 사료들로 알 수 있는데, 이것을 보면서 지식을 얻는 재미가 꽤나 쏠쏠합니다.

스테이지가 진행되면서 Fact 항목들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보는 재미가 있다.
스테이지가 진행되면서 Fact 항목들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보는 재미가 있다.
게임 내 수집품들도 모두 전쟁과 그 시대에 관련된 물품들. 그 물품에 담긴 시대적 의미를 알 수 있다.
게임 내 수집품들도 모두 전쟁과 그 시대에 관련된 물품들. 그 물품에 담긴 시대적 의미를 알 수 있다.

게임의 그래픽은 편하고 거부감없이 보기 좋은 애니매이션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으며 배경음악 역시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제공합니다. 조작은 간단하며 게임 플레이 자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가끔 스테이지 중간중간에 나오는 자동차 조작 미션에서는 유명한 클래식을 배경으로 리듬게임처럼 플레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폭탄이 떨어지는 타이밍 등이 음악과 싱크되어있다.
폭탄이 떨어지는 타이밍 등이 음악과 싱크되어있다.

게임의 특이점으로는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텍스트 및 음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텍스트 및 음성이 없습니다만, 플레이어가 충분히 이해가능할 정도의 그림으로 표현됩니다. 그렇다고 등장인물들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씩 효과음처럼 들리는 등장인물들의 간단한 대사는 대부분 짧은 외침 정도의 말인데 예를들면 불어로 Merci, 영어로 Go! 정도의 간단한 단어들입니다. 이런 설정은 실제 전쟁 당시 유럽 여러 국가들의 병사들이 쓰는 언어가 달랐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견 타당해보이고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발리언츠 하트는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훌륭한 컨텐츠입니다. 다만, 게임 본연의 재미는 아무래도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게임은 무조건 플레이하는 재미가 우선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플레이할 만한 가치가 별로 없습니다. 또한, 제1차세계대전에 대한 정보가 모두 텍스트로 제공되며 그 텍스트가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에 언어압박을 느끼는 사람들 역시 플레이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글화가 안 된 것은 정말 아쉽습니다.

이 게임은 많은 대작 게임들처럼 큰 스케일을 보여주지도 않으며, 최근의 인디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추상성이나 참신함도 별로 없습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새로운 방식의 게임플레이 역시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여러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음에 가치가 있으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언제나  ‘전쟁’ 자체가 아니라 전쟁 속에서의 ‘사람’들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는데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인 메세지는 조금은 뻔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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