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2015.03.27 Rhye

이 공연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했는데 해당 글을 읽고 꼭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Thanks to GigGuide.

참고: Rhye 후기: 1시간 8분의 스산한 신기루

일단 ‘경이’, ‘현신’, Rhye와 lie를 섞어쓰는 말장난 같은 단어들이나 보그병신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힙스러운 문장 등에 대한 비판을 하고 싶지만 그것은 차치하도록 하고..

공연장의 불이 꺼지고 처음 Milosh의 목소리를 따라 Verse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경악했고 당황했다. 현실 속에 도저히 존재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그 목소리가 우리 눈앞에 현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연이 경탄과 환호로 시작되는 데 반해 그 경이가 너무도 위대했는지 사람들은 허탈 웃음을 지으며 그의 목소리에 빠져들어 갔다. – Gigguide

글을 읽다보니 필자는 지속적으로 아티스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특히 그 불만은 편곡이라는 것에 포커스가 되어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Rhye 공연에서 편곡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그리 좋아하는 편곡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도를 단순히 공연시간을 늘리기위한 ‘후크송’으로 치부하는 것은 아티스트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보컬에게만 포인트를 쏠리는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같은 EP솔로, 바이올린 솔로, 브라스 솔로, 드럼 세션 등은 단순히 자신의 목소리만을 좋아하지 말고 함께 연주하는 모든 아티스트들을 존중해달라는 듯한 편곡으로 보였다. 특히 바이올린은 켜고, 뜯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되면서 때로는 해금같이, 그리고 때로는 Theremin 같이 그리고 때로는 평범하게 소리내며 곡 속에 아름답게 스며들었다.

그 다음곡 Shed some blood 또한 인상적인 캐스터네츠 소리로 전반부까진 사람들에겐 Rhye의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줬지만, 자신들의 전곡이 짧다는 점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후반부를 너무 후크송같은 편곡으로 도배해버려서 곡의 종결을 음미할 수 없게 만들었다. -Gigguide

또한, 보컬이 자신의 옆에 하이햇을 두고 중간중간 리드미컬하게 치는 것, 그리고 특정 곡에서는 드러머 옆으로 가서 드러머와 함께 드럼을 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곡들을 변주하고 편곡의 다양성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훌륭했다고 본다.

Shed Some Blood 같은 경우에는 특히 기억에 남는 편곡이었는데, 살짝 변박에서 나오는 아티스트들의 Clap 소리와 그 소리에서 파생되는 리버브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편곡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모든 편곡이 세션들에 대한 존중과 공연에서 모든 소리들을 라이브로 하겠다는 그들이 고집이 보였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모든 곡을 앨범과 똑같이 하겠다고 back beat로 특정한 악기나 소리를 깔아놓는다던지 샘플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1 앨범과 다르고, 조금은 소리가 빈 것 같이 느껴지더라도 라이브에서 낼 수 있는 소리를 내고 그 소리들을 잘 조합하는 방식으로 편곡하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7번째 곡조차도 원곡에 비해서 전주 간주등이 많아진 점은 분명 보컬의 방전을 방지하기 위한 편곡이었다는 혐의를 버릴 수가 없다. 사실 어떤 부분은 납득이 가는 것이 Milosh의 보컬은 그 경이성만큼 꾸준하게 음색을 유지시키기 어려운 보컬이다. 그렇기에 마치 전성기 휘성의 공연이 휘성의 목에 휴식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수없이 많은 게스트를 동원했듯이 Rhye 또한 연주를 부각시키는 편곡으로 Milosh에게 쉴 틈을 주는 것은 나쁜 것도 아니요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다만 앨범에서 Milosh가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농밀한 감정의 여파가 너무도 강했기에 그의 그런 점들을 사랑해 마지않았던 팬들이라면 공연을 보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껴야만 했을 것이다. -Gigguide

나는 Rhye의 공연이 비판을 받아야 한다면 공연 외적인 것에서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소리. 솔직히 악기들간의 밸런스나 소리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볼륨이 너무 작았다. 무대 가까이 붙어서 본 관객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무대에서 공연장 끝까지의 위치중에 2/3보다 뒤에서 본 내 입장에서 소리가 굉장히 앞에서만 맴도는 느낌을 받았다. Yes24무브홀이 홍대에 있는 라이브 홀 중에서는 꽤 큰 편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앞에서만 맴도는 소리밖에 못내는 출력의 앰프를 쓴건지, 아니면 그 날 엔지니어가 마스터 소리를 그렇게 크게 하지 않은 것인지, 혹은 아티스트가 그렇게 하길 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날의 볼륨은 처참한 실패였다.

만약 소리가 더 커서 관객들의 확 집중시킬 수 있을만큼의 다이나믹을 들려줬다면 아마 Rhye의 편곡 역시 위 글의 필자에게 비판을 좀 덜 받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전반적인 운영이었다. Rhye의 The Fall에 맞게 공연장을 파티장처럼 꾸미겠다던 Fakevirgin. 일단 간단한 인테리어는 나쁘지 않게 하였지만.. 공연장에 사람들을 닭장속의 닭처럼 쑤셔넣어서 파티를 망쳤다. 그런 소규모 클럽에서 Rhye 스타일의 노래를 들으러가는 사람들은 한손에 맥주를 들고 노래의 그루브를 들으며 살짝살짝 춤을 추고 싶어서 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마치 나처럼) 그런데 Fakevirgin 은 관객을 너무 많이 받아서 춤을 도저히 출 수 없게 하였고, 외부 음료반입을 금지시켰음에도 맥주가 다 팔렸다고 맥주를 팔지 않았다. 그 시점이 공연시작하고 나서도 아니고 공연이 시작되기 20분 전이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놀라운 사실이다..

 

2층(복층)으로 되어 있던 Yes24무브홀의 2층은 안전 등의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막아놓았던 것 같은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사람들이 올라가서 매우 편안하게 관람하는 것이 목격되며 사람이 미어터질 것 같은 1층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2층에 있던 사람들이 통제를 어긴사람인지, 관계자인지, VIP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존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불쾌했다.

결국 이런 운영상의 미숙이 Rhye의 라이브에는 아니지만 Rhye의 공연에는 불만을 갖게 만들었고, 이 공연이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을 것 같다.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된 아티스트이며 이들의 라이브를 굉장히 기대했던 나로서는 이 날의 기억이 아쉽기만하다.

Notes:

  1. 이런 방법을 내가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좋아하고 많이 사용하는 라이브 방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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