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5.4.5. Berlin_Day 7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 사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에어비앤비에서 내일까지 묵으며 하루 더 있어야 하지만 숙소가 취소되기도 했고 내일이 월요일이어도 부활절 주간이라 어차피 상점들도 거의 닫을 것 같아서 그냥 하루 일찍 떠나기로 했다. 그래도 Krakow로 야간 버스를 타고 가기 때문에 하루를 거의 Full로 쓸 수 있으므로 어찌보면 하루 손해가 아닐 수도 있겠다.

애석하게도 마지막 날 날씨가 제일 좋았다. 도착했을때부터 이렇게 좋은 날씨였으면 했는데 마지막 날 이러다니 야속하게까지 느껴졌다.

숙소를 나오니 날씨가 좋았다.
숙소를 나오니 날씨가 좋았다.

호텔 아침 식사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나았다. 음식 종류는 많진 않았지만 내 스타일이었달까.. 10시에서 10시 반 즈음에 나아서 일단 Krakow로 가는 버스가 있는 Berlin Hbf 역으로 갔다. 거기에는 코인라커가 많이 있어서 체크아웃 이후에도 캐리어 및 짐을 보관할 수 있었기 때문에…

Berlin Hbf 역에는 코인라커가 많다. 24인치 캐리어가 들어가는 라커는 6유로
Berlin Hbf 역에는 코인라커가 많다. 24인치 캐리어가 들어가는 라커는 6유로

도착해서 코인라커에 짐을 넣어두고 야간에 버스타는 장소를 확인하러 이리저리 찾아보았는데 버스타는 곳을 찾기가 정말 힘들더라. 이런건 우리나라랑 비슷한거 같다. 시외버스 같은거 타는 곳 찾기 힘든것 같은 느낌.

장소를 겨우 확인하고 바로 근처에 있는 Hamburger Bahnhof 에 갔다. 컴템프러리 미술 전시하는 박물관인데 마지막 날에라도 보길 정말 잘했다. 입장료가 14유로라서 좀 비싸게 느껴졌지만 다 관람하는데 2시간 반 이상이 걸릴만큼 전시물들이 많고 그 내용들도 좋다. 여기서 앤디워홀 작품도 실제로 처음 보았는데 그냥 프린팅으로 보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확실히 사이즈와 질감이 주는 느낌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큰 유화 같은 것은 내용을 떠나서 크기에서 주는 압도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다.

기획전시로는 현대음악과 관련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사실 현대(예술)음악 자체는 내 스타일이 아니긴 하다. 특히 Dieter Roth 작품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또 다른 작가의 작품 중에 24시간동안 연주해야하는 악보와 그걸 자동으로 연주하는 피아노가 있는 방이 좋았고, 한 영상물은 4명의 String 연주자가 한 곡을 네번 합주하는데 자신의 악기로 하기 시작해서 합주가 한번 끝나면 자리를 바꾸어 남의 악기를 이용해 합주하는 작품이었는데, 흥미로웠다. 처음엔 좋던 연주가 점점 이상해지는게 재미있고 매력적이었는데, 이런 방식은 String이라는 악기들이 갖는 일정한 유사성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 싶었다.

24시간에 한곡
24시간에 한곡

박물관을 잘 관람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들었는데, 하얀벽들 속에서 미술관 중간중간을 계속 지키고 있는 직원들을 보다보니 작품과 하얀벽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졌다. 나같은 사람이야 가끔씩와서 와~ 하고 보고 가지만 그들에게는 어찌보면 끔찍한 것일 수도 있고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닐 것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박물관을 나와서 다시 호텔쪽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동선을 짜긴 했지만 그건 이번에 가려고 한 Bushstabenmuseum (타이포그라피 박물관)이 오후 1시~5시까지만 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박물관은 베를린의 여러 글자 간판들을 모아놓고 전시한 박물관인데, 어찌보면 글자들의 무덤같기도 했다. 볼만하긴 했으나 전시물이 너무 적은 반면에 입장료는 6.5유로나 하기 때문에 만족도 자체는 크지 않았다. 사실 박물관이라고 칭하기엔 너무 작은 수준..

 

타이포그라피 박물관을 나오니 날씨가 더 좋았다.
타이포그라피 박물관을 나오니 날씨가 더 좋았다.

이제 또 다시 거꾸로 가는 S-Bahn을 타고 Zoologischer Garten 역으로 갔다. (오늘 몇번을 왔다갔다 하는지..) 여기에서 근처에 있는 Kathe Kollwitz (케테 콜비츠) 박물관으로 갔다. 지인의 추천으로 간 곳인데, 갈까 말까 하다가 시간이 남아서 들른 곳이지만 막상 관람하고 나니 안봤으면 정말 후회할뻔 했다. 갤러리 자체가 조그마한 집에 아기자기하고 조용하게 잘 만들어져 있으며, 전시물들도 작가의 생애를 따라 집중력있게 잘 기획되어 있어서 보기가 좋았다. 케테 콜비츠의 작품은 처음 보았지만 그림들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직설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인물들이 주는 강렬한 그 이미지가 좋았다. 케테 콜비츠는 제1, 2차 세계대전을 다 겪었다고 한다. 평범한 민중으로서도 두 번의 전쟁을 겪는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을텐데 예술가로서 그녀가 전쟁을 두 번 보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이었을지 나로서는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녀가 느낀 슬픔과 고통, 절망을 작품에서나마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이 박물관은 내가 베를린 2일째에 다녔던 쇼핑 거리와 가깝기 때문에 연계해서 관광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걸 못해서 몇번씩 왔다갔다한게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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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는 Wiener Schnitzel(비너 슈니첼)로 유명한 식당에 가서 했는데, 맛있기는 했었다만 20유로라는 걸 생각하면 좀 아쉬웠다. 게다가 부활절 주간이라고 예약이 꽉 찼다며 1시간 안에 먹는다면 착석이 가능하다고 한 것도 (지금은 자리가 비어있지만 1시간 뒤면 예약한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괜히 기분 나쁘고 불편한 일이었다. (물론 나는 식사하는데 1시간 절대 안걸리기 때문에 일부러 천천히 먹었지만서도.) 이렇게 부활절은 나를 끝까지 고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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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S-Bahn을 타고 그냥 경치를 보며 왕복을 해봤다. 왕복을 하면서 생각해봤는데 교통권 A,B 존 다 왕래 가능한 것으로 샀는데, 지금 왕복하기 전까지는 B존에 나간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우 늦은 후회이지만.. 그냥 A존만 사도 될 걸 그랬다.

처음 생각에는 조용한 기차를 타고 있으면 여유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조금만 도시 외곽으로 나가서 한적해지자 내 마음이 너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어지고 한적해지자 너무 불안하고 가슴이 쿵쾅거려 더 가질 못하고 다시 시내 쪽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게다가 오늘 베를린 연고지 축구팀 경기가 있어서인지 유니폼입은 축구 관람객도 많고 역 곳곳에 경찰들도 많고, 분위기가 여러모로 불안했다.

다시 역으로 와서 맥도날드에서 준비해간 아이패드에 담긴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다보니 버스 시간이 얼추되어서 Krakow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약 8시간쯤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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