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5.4.6. Krakow

야간버스를 타고 온 탓인지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일단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내일 Oswiecim(오시비엥침=아우슈비츠)으로 가는 열차와 오시비엥침에서 프라하로 가는 야간열차 예매다. 베를린에서 인터넷 예매를 하려고 했는데, 예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혹시 표가 없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티켓이 없어서 안 된 것은 아니었고, 출발일이 예약일과 차이가 일정일 이상 나지 않아서 안되는 것이었다.

크라쿠프는 즐로티를 쓰기 때문에 환전을 해야해서 역 내 환전소가 문을 여는 8시까지 대기했다. 대기하면서 어제 다 보지 못한 ‘피아니스트’를 마저 봤는데, 오기 전에 보았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만화책 ‘쥐’는 아우슈비츠 내의 유대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아우슈비츠 밖의 독일인, ‘피아니스트’는 아우슈비츠 밖의 유대인을 각각 초점을 맞춰서 다루고 있어서 모두 주는 느낌이 색달랐다.

크라쿠프의 관광지는 조그마하다.
크라쿠프의 관광지는 조그마하다.

8시가 되었는데 영화가 끝나지 않아서 영화를 다볼때까지 자리에 있다가 8시 30분쯤 환전(70유로)을 하고 호텔로 향했다. 크라쿠프에는 하루만 있을 거라서 Air B&B를 이용하면 오히려 불편할 것 같고, 호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그냥 맘편하게 호텔을 예약했다.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갔지만 다행히 방에 체크인을 일찍 할 수 있어서 올라가서 대충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엄청 개운) 방은 지금까지 내가 묵었던 모든 호텔 방 중에 제일 좋았다.(뭐 그렇다고 엄청 고급은 아니었지만, 넓직했다.) 부활절 주간 때문에 그런가? 어쨌든 싸게 좋은 방에 묵으니 기분이 좋았다.

무려 거실?이 있는 방이었다.
무려 거실?이 있는 방이었다.

호텔 창 밖으로 내다본 크라쿠프는 굉장히 공허한 곳처럼 느껴졌다. 일단 부활절 주간이라 상점들이 많이 닫혀있었고, 현지인들이 거의 안 보였으며 월요일이라 박물관들도 모두 휴장이라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점들이 문을 열고 약간 활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사실 활기가 돌긴 해도 내가 좋아하는 활기는 아니었다.

요상하게 생긴 음식도 먹어보았다. 약간 질겅질겅한 느낌.
요상하게 생긴 음식도 먹어보았다. 약간 질겅질겅한 느낌.

마치 크라쿠프의 옛 시가지 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섬,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한국에 비교하자면 거대한 인사동 같기도 했다. 현지인들의 생활과는 전혀 상관없고 다른 차원으로 존재하는 그런 곳 말이다. 옛 시가지 지역을 좀 둘러보다가 크게 관심가는 것들이 없어서 일단 성을 빠져나와 강 건너로 가봤다. 하지만 그쪽도 부활절 주간 때문인지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았다.

다리를 건너 강건너로 가보았다
다리를 건너 강건너로 가보았다
유태인 게토지역을 보존한 곳도 있었다.
유태인 게토지역을 보존한 곳도 있었다.

크라쿠프의 닫혀진 상점들의 외관이나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모양새, 물건들을 보다보니 약간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이 옛스타일에 세련됨을 더한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그냥 옛 스타일만 느껴졌다. (미안합니다 크라쿠프…)

러시아를 가보진 못했지만 아마 러시아를 가보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미안합니다 러시아…) 거리나 상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그리 살갑지 않고, 부활절 주간이라 거리도 썰렁하고, 날씨도 춥고… 돌아다니다가 딱히 할게 없어서 1시쯤 숙소에 돌아와서 좀 잤다.

 

오후 8시에 옛 시가지 내 한 교회에서 하는 클래식 연주회를 갔다 왔다. 비발디의 사계 등 유명한 클래식 곡들을 연주했는데, 사실 나는 연주 자체는 잘 모르니까 패스.. 듣기에는 좋았다. 사실 나는 연주 자체보다 애초에 옛 교회에서 하는 연주의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궁금해서 갔었다. 연주내내 천장이 높은 옛 서양식 교회에서 생기는 자연 반사음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악기의 위치는 고정되어 있음에도 어떤 소리는 옆에서, 위에서, 뒤쪽에서 들리는 듯한 느낌이 좋고, 자연스럽게 울려퍼지는 소리가 악기들의 소리를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이것이 자연 Reverb!

연주를 보고나서는 할 것도 별로 없고 추워서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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