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5.4.7. Oswiecim (아우슈비츠)

크라쿠프에서 오시비엥침으로 가는 열차는 아무 시간대의 열차나 탈 수 있는 티켓이었다. 그래서 11시 40분 즈음 출발하는 기차를 타려고 적당히 느지막히 나왔다. 일단 역에 도착해서 환전도 조금한 다음에 타는 곳 확인하려고 플랫폼에 오시비엥침으로 가는 기차가 떡하니 있지 않겠는가! 얼른 올라탔다.

탈 때 황급히 검표원에게 이 기차가 아우슈비츠로 가냐고 물어봤었는데, 사실 그게 그날 내내 마음에 조금 걸렸다. ‘오시비엥침’으로 가냐고 묻거나 ‘아우슈비츠 뮤지엄’으로 가냐고 묻는게 맞지 않았을까 싶다. 아우슈비츠는 오시비엥침의 2차세계 대전 당시 독일식 지명이니 폴란드 사람에게 그렇게 물어보는 것은 실례가 아니었을까… 우리나라로 치면 우리나라의 특정 지역 이름을 일본 점령 당시의 일본식 지명(우리나라에 그런 곳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으로 묻는 것과 비슷할 테니 말이다.

기차는 굉장히 오래된 것임이 분명했다. 역에 정차했다가 출발할때마다 발생하는 진동과 굉음이 이를 증명했다. 그리고 기차는 굉장히 느리고, 좌석이 불편했다. 물론 그 나름의 매력도 있었지만 나같이 한두번 이용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짜증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오시비엥침으로 가는 열차.
오시비엥침으로 가는 열차.

오시비엥침까지 가는 기찻길은 대부분 평야, 한적한 시골집들이었다. 밖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서너번 봤다. 고양이는 세번이나 봤는데 개는 왜 한번도 보지 못했는지 미스테리. 그리고 아무것도 쫒아오지 않는데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는 노루 비슷한 동물을 보았다. 기차 때문에 놀란 것일까.

오시비엥침은 우리나라 강원도 등에서 볼 수 있는 한적한 시골 역사와 비슷했다. 매표소 직원에게 어제 산 비엔나로 가는 티켓을 보여주며 이거 여기서 타는 것 맞냐고 묻자 ‘나 영어 몰라여 뿌우’ 이런 태도로 나온 것은 좀 짜증났던 일.. 어제도 느꼈듯이 크라쿠프와 오시비엥침의 폴란드 사람들은 베를린에 비해서 친절하지 않았다.

한적한 시골역 같은 곳
한적한 시골역 같은 곳

걸어서 아우슈비츠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단 점심을 먹고 관람을 시작하고자 근처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폴란드 전통 음식인 삐에로기를 먹어보았다. 아마 이것이 내가 어제 오늘 먹은 것 중에 유일한 폴란드 음식인 것 같다.

삐에로기
삐에로기

식사를 마치고 박물관에 입장하려고 하니 입구에서 안내원이 개인관람은 AM 10시 이전 혹은 PM 3시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했다.(개인관람은 무료) 지금 투어에 참여해서 볼 수는 있는데 입장료가 있고 투어가 폴란드어로 진행된다고 해서 그걸 참여하기는 좀 그래서 기다리로 마음먹었다. 입구 직원이 친절하게 바르케나우부터 보고 오는 건 어떻겠냐고 해서 (바르케나우는 개인 관람 입장시간 제한이 없다고 했다.) 오호라! 하고 갔다. 바르케나우에 도착해서 열심히 관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비원이 다가오더니 나가라고했다. 백팩을 메고 있어서가 그 이유였다. 나는 백팩을 메고서 관람을 해서는 안되며, 맡기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우슈비츠 박물관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거였다. 너무 체계가 없다. 그 수 많은 사람이 오가는데도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어서 방문객들을 지치게 한다. 개인에게 입장료를 안 받는 것으로 보아 최대한 가이드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음모인가?

이런 불편함과는 별개로 아우슈비츠 박물관은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였다. 말과 글로만 보던 그 슬픔과 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곳의 존재 이유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막상 가보니 전시들 자체가 그냥 Fact를 기록한 문서나 물건들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Text 그 이상의 감정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문서들은 모두 사본 및 복사본들이라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 문서 등의 자료들이 전범재판 등의 증거자료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우슈비츠 박물관이라는 곳에서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전시물들이 너무 기대이하였다.

물론 몇몇 전시물들(가방, 안경, 머리카락 더미 등)은 꽤 인상적이긴 했지만 인터넷이나 책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감정 이상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영화를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오시비엥침 역으로 돌아와서 다시 역에서 좀 걸어나와서 있는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때웠다. 기차 출발시간까지 6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폴란드의 아파트
폴란드의 아파트

어떻게든 꾸역꾸역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저녁 9시 즈음 옆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덩치도 크고 약간 푸틴 닮은 사람이었는데, 어디서 왔냐, 혼자 여행 중이냐, 어디 갈거냐, 무슨 일하냐 등등을 물어보고 페북 친구 추가도 하자고 그랬다. 말을 할 때는 크게 불편하거나 불안하지 않았는데, 막상 이야기가 끝날때쯤에 생각해보니까 나 혼자인 것을 너무 제대로 알려준 것 같아서 불안했다. 시내도 아니고 너무 한적한 동네에서… 그 남자가 ‘혼자 여행하는데 무섭지 않냐’고 물어볼땐 진짜 무서웠다.

남자가 나가고 나니 거기에 계속 앉아있기가 너무 불안해서 정리하고 역으로 갔다. 역까지 10분정도 걸어야 하는데 열차 시간에 맞춰서 나가면 한적한 길을 너무 늦게 혼자 걷게 될 것 같아서 불안했다. 역까지 걸어가는 그 길이 내 생에 제일 불안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벤 같은게 지나가면 괜히 경계하고…
역에 가서도 불안함은 가시질 않았는데, 역이 너무 한적했기 때문이다. 불도 거의 다 꺼넣고 프라하가는 기차 기다리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역사는 너무 조용했다.
역사는 너무 조용했다.

불안함을 억누르며 겨우겨우 11시가 되었는데 갑자기 그 남자가 오시비엥침 역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진짜 개 놀람… 아까 이야기할 때 내 기차시간 물어봐서 알려주니까 자기가 안바쁘면 들린다고는 했는데, 진짜로 오니까 너무 당황했다. 그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뭐라고 하는지 몰랐는데, 생각해보니까 아까 나가서 친구들과 하키를 하고 시간이 남아서 왔다는 것 같았다.

와서 기차 올 때까지 10~20분 정도 같이 기다려주고 물도 한 병 주고, 짐도 기차 탈 때 같이 옮겨 주었다. 여행 가기 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괴담들 같은게 떠올라서 물은 자기 전에 먹었는데 (혹시 수면제 있으면 먹고 자려고) 아주 시원하고 멀쩡한 물이었다.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이 남자는 나에게 계속 호의를 보내준 것이 확실한데 진짜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서로에게 특별히 호감을 느낄 만할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맥도날드에서 나갈때 3~4분 이야기한게 전부인데 왜 나를 이렇게 도와줬지? 밤 11시에 기차역에 나와서 도와주고… 동양인 친구를 하나 만들고 싶었던 걸까? 개인적으로는 정말 미스테리다. 한편으로 내가 불안해했던 것이 미안하다.

프라하로 가는 열차 칸은 한 방에 6인까지 수용가능했는데, 열차에 타고 있는 직원이 친절하게도 예약과는 상관없이 아무도 없는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가는 사람이 많이 없었나보다.

프라하로 가는 야간 열차
프라하로 가는 야간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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