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5.4.11. Wien_Day 2

아침을 역 근처에 있는 빵집 같은데서 먹었다. 고른 빵은 생각보다 너무 달았고 커피는 블랙커피를 달라고 했더니 거의 에스프레소 비슷한게 나왔다. ‘아메리카노’ 비슷한 개념이 빈엔 별로 없는 것일까?

오늘 박물관 일정 중 제일 먼저 간 곳은 클림트 작품들로 유명한 Belvedere Palace(벨베데레궁전). 10시부터 박물관 오픈이지만 궁전 외관을 좀 둘러볼까 싶어서 9시 즈음 도착했다. 궁전 주변은 크긴 하지만 이것저것 많지는 않았고 커다랗고 뻥 뚫린 정원만 있었다. 그 정원에서 인상적인 것은 많은 빈 사람들이 궁전 정원에서 산책 및 조깅을 하고 있었던 점이다. 그렇게 유명한 곳의 정원은 왠지 폐쇄적으로 운영될 것 같았는데 완전 개방을 해놓았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었다. 날씨도 좋았기 때문에 조금 둘러보다가 근처 벤치에 앉아서 햇살을 쬐며 여유를 좀 즐겼다.

오픈시간인 10시가 다가오자 티켓 판매소에는 인파가 스멀스멀 몰려들었다. 나 역시 인파에 끼어서 줄을 선 다음 티켓을 사서 입장했는데 (Upper Belvedere 티켓만 샀다.) 오픈시간임에도 입장객이 굉장히 많았다. 티켓을 내고 들어가니 몇몇 사람들은 클림트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인지 쌩하니 위쪽 전시관으로 가버리기도 했다. 나는 돈이 아까워서라도 궁전에 있는 전시물은 다 봐야겠다는 생각에 중세 미술부터 봤다. 전체적으로 시대 순서에 따라 전시를 해놓았는데, 일부 전시는 방향을 좀 혼동되게 해놓지 않았나 생각도 들었다.

돌이켜보니 사실 다른 미술품에 큰 관심이 없다면 꼭 모든 전시실을 다 볼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작품들을 돌고 돌아 그 유명한 클림트의 Kiss가 있는 전시실로 갔다. 이 전시실을 찾기는 정말 쉬운데, 가장 웅성거림이 큰 방으로 소리를 따라가면 된다.

사실 Kiss 자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별로 였다. 생각보다 그림이 조금 작고, 사람이 많아서 집중력있게 보기 힘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오히려 Kiss 보다 다른 클림트 작품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이 더 많았고, 클림트 외에도 다른 인상주의 화가나 에곤실레 작품 등들도 좋았다. 옛 작품들 뿐만이 아니라 중간중간 현대미술 작품들도 전시되어있는데 이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들 있었는데 이름이 뭐였는지 잊어먹었다.ㅜㅜ)

벨베데레를 쭉 돌아보고 나와서 근처에 있는 21er Haus로 갔다. 그 곳에서는 Sleepless라는 주제로 침대, 잠 등에 대한 작품들을 모아놨는데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Sleep, Death, Love, Birth 등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위들을 주제별로 묶어서 다양한 미술, 설치예술, 영상 등을 큐레이팅 해놓은 것이 좋았고, 작품들 자체도 좋았다. 처음에는 Sleepless라는 것이 insomnia와 유사한 의미로 쓰인 것인 것은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전시를 볼 수록 그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겠어서 재미있었다. 21er Haus의 기념품점에서도 좋은 엽서와 책들을 많이 팔았지만, 짐을 더 늘리면 안될 것 같아서 참았다… 생각해보니 엽서정도는 사오는게 낫지 않았을까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두 박물관을 보고 장소를 옮겨서 레오폴드 미술관과 MUMOK이 있는 MQ로 갔다. 그 곳은 베를린의 Museum island와 비슷하게 박물관을 모아놓은 곳이었는데, 베를린의 그것보다는 활기차고 트랜디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MQ앞 거리에서는 벼룩시장이 열렸고, 박물관 구역 안쪽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 상태로 여유롭게 놀고 있었다. 친구끼리 먹고 마시기도 하고, 혼자 책을 읽기도 하면서 햇살을 쬐는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빈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MQ가 아닐까 싶다.

빈 사람들은 광합성을 좋아한다.
빈 사람들은 광합성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레오폴드 미술관이 벨베데레보다 좋게 느껴졌다. 조용하고 전시들이 잘 짜여진 느낌이었고 (레오폴드 미술관이 에곤 실레 작품이 가장 많기로 유명한 박물관임에도) 중간중간 클림트 작품도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미술관이 자랑하는 것처럼 에곤 실레 작품이 정말 많은데, 나는 그 작품들 중에 자화상들이 마음에 들었다. 타인의 누드화, 풍경화 등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내가 보면서 즐겁고 좋은 인상을 받은 작품들은 대부분 자화상이었다.

레오폴드 미술관 옆에 있는 MUMOK에서는 팝아트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팝아트는 아무리 봐도 내 취향은 아니다… 보기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전시보다는 MUMOK 건물, 공간이 가진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MUMOK 내의 상점에서 파는 머천다이즈 중에 좋은 것들이 많았다. 카운터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힙스터처럼 보여서 이 박물관의 근무 조건이 힙스터인가 싶기도 했다.

MUMOK
MUMOK

미술관들 탐방을 끝내니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서 유명한 장소를 찾아 가볼까 싶었지만 피곤하기도해서 그냥 근처 돌아다니다가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려고도 해봤지만 조금 내키지 않았다. 빈의 카페 문화는 인상적이고 활기차지만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너무 사람이 많고 혼자있기에 부담이 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커피나 음식 등의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Vapiano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왜 우리나라 바피아노는 망해가는가.ㅜㅜ
Vapiano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왜 우리나라 바피아노는 망해가는가.ㅜㅜ

결국 조금 돌아다니다가 호텔로 돌아와서 바르셀로나로 갈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짐 정리를 하고 (캐리어 무게를 신경써야했기 때문에) 일찍 잤다.

체크아웃시 받은 충격적인 영수증... 저..저는 북조선사람이 아님네다.
체크아웃시 받은 충격적인 영수증… 저..저는 북조선사람이 아님네다.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