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5.4.13. Barcelona_Day 2

지하철을 타고 나가는데 팔라디움 신발 오른쪽 새끼발가락 쪽이 헤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현실을 부정하듯 계속 쳐다보았지만 얼마 후면 구멍이 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마 구멍이 날 때까지 계속해서 쳐다볼 것 같다. 곧 끝날 운명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다. 여행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신발 예쁘다고 칭찬도 해주고, 신기도 편해서 이 신발을 이번 여행에 가져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했지만 헤지는 흔적을 본 순간 이 신발을 가져오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 이율 배반적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거대했다. 입장을 안하고서는 중요한 부분을 전혀 볼 수가 없어서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섰는데 티켓사는데만 50분 가량 걸릴 것 같았고, 입장 시간도 오후 3시는 넘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줄 서는 것을 포기하고 티켓 사는 방법을 알아봤는데, 다행히 인터넷으로 할 수 있었다. 카드 결제까지 웹에서 되서 너무 다행. 스페인엔 공인인증서나 엑티브X가 없어서 다행이다..

입장시간을 오후 5시 넘어서로 했기 때문에 일단 구엘 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구엘 공원에 처음 도착해서는 그냥 공원처럼 거닐 수 있었지만 막상 중요한 부분은 입장료 티켓을 사고 입장시간을 예약해야 했다… 이것도 인터넷으로 되는 줄 알고 잽싸게 예매했지만 구엘 공원의 중심부가 아닌 가우디 박물관을 예약해서 돈을 날림… 가우디 박물관은 조그마하고, 입장료를 낼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시 울며겨자먹기로 줄을 서서 입장 시간을 예약하니 또 시간이 조금 남았다. 바르셀로나는 나처럼 계획없이 여행하는 사람에겐 그다지 좋은 도시는 아니었다. 친구가 가우디 투어같은거 예약하라고 한 충고를 그냥 흘려들었는데, 그 대가를 톡톡히 받았네… 혹시 바르셀로나가서 가우디를 보려고 한다면 꼭 투어로 하시길 바랍니다. 예약 등 골치아픈 것들을 해결해주니 투어가 좋을 듯 합니다.

시간이 남길래 공원 아래로 버스를 타고 내려가서 식당을 찾아보았다. Yelp인지 구글맵인지에서 스페인 음식 파는 곳을 찾아서 갔더니 9유로에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 음료까지 주는 코스를 판다길래 얼씨구나 하고 먹었다. 스페인에서는 이런 식의 식사 구성이 많다고 한다. 풀코스로 음식을 주고 10~20유로 정도를 받는데, 내가 먹은 곳은 저렴한 편에 속했다. 코스라고 해서 고급스러운 것은 아니었고 그냥 매우 평범한 음식들이었는데, 엄청 입맛에 맞진 않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이 평범하게 먹는 음식을 먹어보았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입장료를 내고, 기다리기까지 해서 들어간 구엘공원은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가우디와의 첫만남이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여러 패턴과 곡선, 자연과 이어진 듯하면서도 돌출된 느낌 등 내가 건축을 잘 모름에도 그 독창성이 느껴졌다.

공원의 중심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보는 재미가 있어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관람 전까지 보내야 될 시간이 있기도 했고.) 위쪽의 광장같은 곳의 긴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꽤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 역시 그렇게 하고 있었다.

얼추 시간이 되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향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시 구엘공원과 마찬가지로 불편함을 감수한 보람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일반적인 성당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높은 천장, 스테인글라스, 등 일반적으로 유럽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은 다 있었지만, 그 모습은 많이 달랐다. 특히 천장 및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오묘했는데, 나는 벌집같다고 느꼈다. 여러 곡선과 조명의 느낌 등 곤충들의 보금자리 내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특이한 구조
특이한 구조

입장시 타워에 올라갈 수 있는 상품도 같이 예매해서 타워 위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보았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인데, 좋기는 하지만 높은 곳을 무서워한다면 좀 고려를 해봐야할 것 같다. 고소공포증이 심한편은 아니지만 내려오면서 무서웠다.ㅜ

까사 밀라나 까사 바요트 등 다른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려고 갔으나 많은 사람과 비싼 입장료 (20유로에 육박..) 때문에 그냥 포기했다. 못 본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 때에는 그냥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가우디로 대표될 수 있는 바르셀로나는 분명 매력적이긴 했지만 가우디의 영향’만’이 너무 커지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우디가 없는 바르셀로나는 무엇일까. 앞으로도 계속 가우디에만 의존해서 바르셀로나의 관광사업이 유지된다면 결과적으로 바르셀로나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가우디의 작품들이 가진 독창성, 디테일 등이 남다르기 때문에 그 의미나 영향력이 큰 것은 당연하겠지만, 가우디의 작품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테니 가우디 그 이상으로 바르셀로나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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