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5.4.18. Paris_Day 3

어제 밤에 자는 도중에 문자가 와 있었다. Diana였는데, 자기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늦게까지 일하다가 자기 가족 집에서 자고 온다는 이야기였다.(Diana의 직업은 프리랜서 건축가다.) 그러면서 오늘 밤에 자기 친구들이랑 Bar에서 놀거라면서 나도 올 생각있으면 같이가겠냐고 물었다. 파리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OK!를 외쳤고 오늘 오후 9시에 만나기로 했다.

일어나서 처음 향한 곳은 오르세 미술관이었다. 원래 역으로 쓰던 곳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이 박물관은 분위기가 꽤 좋았다. 역이었기 때문에 공간이 넓고 개방적이었는데, 너무 개방적이라 약간은 붕뜬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익숙해지니 쾌적하고 좋았다. 밀레의 만종 및 다른 작품들도 많았고, 특히 인상파 화가들을 좋아하다면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을만한 박물관이었다.

오르세에서 오랑주리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강도 있고, 공원도 있어서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움직였다. 가끔씩 세차게 부는 바람때문에 모래가 흩날리기도 했지만 햇살도 좋고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오랑주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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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주리로 가는 공원. 나무를 네모로 깎아놓은건 정말 이상하다.

오랑주리는 조그마한 박물관이었다. 모네의 커다란 연꽃 연작들이 2개의 방에 걸쳐서 전시되어있었고, 전시된 벽은 원형이었기 때문에 요새 유행하는 커브드 티비 같았다. 아무래도 유명한 그림이다보니 관람객들도 많았고 가끔씩 웅성거리며 시끄러운 소리가 나기도했다. 그때마다 관리인이 조용하라는 의미에서 ‘쉬-쉬-‘라는 소리를 내긴 했지만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잡기는 쉽지는 않았다.

지하에 있는 전시실은 모네 전시실보다는 사람이 조금 적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여기에 전시되어있는 여러 작품들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오랑주리 박물관이 크기가 작다보니 오히려 더 특정 작가의 핵심 그림들을 구비해놓은 것 같았고 실제로 그 그림들을 관람하는데 집중력있게 볼 수 있었다.

루브르 가는 길에 양고기와 그린빈을 먹었다. 맛은 그냥 별로...
루브르 가는 길에 양고기와 그린빈을 먹었다. 맛은 그냥 별로…

파리에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중에 어떤 박물관이 좋았는지 순서대로 말해보자면 오랑주리>오르세>루브르 였다. 사실 루브르는 파리에서 봤던 모든 박물관 중에 가장 하위권인데, 그 이유는 박물관이 너무 커서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루브르는 정말 수많은 역사의 증거와 문화 산출물들이 집대성되어있는 거대한 박물관이다. 거대함이 가진 가치가 있고 그 수많은 역사 증거물들을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나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아서 대충 보고 나왔다. 모나리자 앞에는 인터넷에서 봤던 것처럼 사람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아서 가까이서 보기 힘든 수준이었고, 그림 자체가 크질 않아서 자세히 보기 힘들었다.

루브르라 쓰고 미로라 읽는다.
루브르라 쓰고 미로라 읽는다.

박물관을 3개씩이나 봤음에도 Diana와 약속한 9시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애매했다. 어딜갈까 고민하다가 파리에서의 첫날, 카메라의 비극이 일어난 파리시립현대미술관의 영구전시를 보기위해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이번에 입장할때는 정말 조심히 움직였기때문에 다시 카메라가 수직낙하하지는 않았다. 영구전시물들은 무료 입장임에도 굉장히 그 컬렉션이 방대했고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모르는 작가의 작품도 많았지만 그냥 보는 재미가 있었고, 마티즈, 세잔 등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도 꽤 있었다.

전시물을 보면서 세잔에 대해서 검색해보았다. 그가 왜 대단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나는 예술은 작가가 세계를 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해왔는데(사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런 관점을 확장하고 그런 틀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것에서 뭔가 대단함을 느꼈다. 사실 세계를,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갖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항상 어려움에 부딪치는 일이다. 나 역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이 고작 몇년 전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나처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슬프기도 하다. (나도 아직도 좀 더 나아가야하지만) 이 여행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에 또 하나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말 탄 경찰을 보았다. 말은 정말 컸다.
말 탄 경찰을 보았다. 말은 정말 컸다.

전시를 다보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야되는 시간이 또 돌아왔다. 핸드폰의 지도, 여행 앱과 가지고 간 지도, 조그마한 여행가이드북을 뒤적이고 또 뒤적였다. 이런 시간은 정말 고통의시간… 고민끝에 결정한 곳은 샹제리제 거리였다.

상점들이 많고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거리라는 설명을 보니 가서 뭔가 좀 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Franklin D. Roosebelt 역 (그나저나 왜 프랑스 파리에 루즈벨트 역이 있을까나..)에서 개선문 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는데, 대실패…. 일단 가는길에 너무 명품숍과 슈퍼카들이 많아서 거기에서 느껴지는 위화감과 상실감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또한 상제리제 거리는 사람이 너무 많고 특별한 상점들 보다는 그냥 일반적으로 유명한 상점들만 많아서 우리나라로 치자면 명동같은 느낌이었다.

상제리제 거리에서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Sevres Babylone 역으로 가봤다. 원래는 상점이나 찾을까해서 갔는데 공원이 있고 사람들이 잔디, 벤치에 앉아서 책도 읽고 놀고 있길래 나도 현지인 코스프레 해보고 싶어서 잔디에 앉아 책을 읽었다. 조금 춥긴 했지만 좋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점차 추워지기 시작해서 약속장소 근처인 Republique로 갔다. Cafe에서 커피 먹으며 시간 때우다가 9시에 얼추 맞추어서 장소로 갔는데 Diana는 이번에도 30분 넘게 늦었다.ㅜㅜ

Bar는 아직 정식 오픈을 하지 않은 공사중인 느낌의 러프한 곳이었는데, 정식으로 장사한다기보다는 서로서로 친구들 데려와서 Private Party를 하는 모양이었다. DJ도 있어서 노래 DJing도 하고, 러프하지만 매력있는 곳이었다.

이번에도 Diana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는데 (첫날 만났던 친구는 안왔다) 폴란드 출신인 Ana와 콜롬비아출신 Laura 그리고 베네수엘라 출신 친구는 이름을 제대로 캐치 못했다. 🙁 베네수엘라 친구는 살빼는 중이라고 술을 거의 먹지 않았고 중간에 나와 Ana와 같이 운동 이야기를 했다. 10km 마라톤, 스쿼트, 런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Ana는 운동을 많이 하는지 단단해 보이는 여자였다.

여담으로 파리의 인사방법은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과 볼을 마주하면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정말 좋아서 이 인사를 하고 나면 정말 친밀해진 느낌이었다. 파리식 인사법을 국제 공인 인사로 합시다!

Laura는 남자친구가 정부기관인가 어디서 일을 해서 한국에 자주 왔다갔다 한다고했다. 콜롬비아 사람들의 외향적 특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금발의 Laura는 유럽쪽 출신인줄 알았는데 콜롬비아인이래서 조금 놀람. Diana와는 외향에서 풍기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많이 달랐는데, 혼혈일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중에는 베를린이 제일 좋았다고 하니까 이 친구 역시 베를린이 너무 좋다며, 뭔지 모를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친구는 흥이 많은 친구였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 나에게 베네수엘라 스타일의 춤 스텝을 가르쳐 주기도 해서 나도 같이 배웠다. 내가 춤을 잘 췄다면 좋았겠지만.. 일단 그냥 엉거주춤 스텝을 배웠다.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의 1년 중 휴가는 기본적으로 15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보였는데 그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파리는 휴가가 5주라면서 그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부러웠다….

Diana 와 친구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 여행객인 내가 어색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게 신경써주고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를 못하는 나를 위해 영어로 이야기해주고..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깊은 배려를 느꼈다. 아무래도 내가 여행자기 때문에 이야기의 주제는 대부분 여행, 다른 나라, 한국 등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자연스럽게 관련 이야기들을 했다. 비엔나와 파리 식당이 불친절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는 다 같이 완전 공감했다.

파티의 막바지에는 DJ가 바뀌었는데 새로 온 DJ가 Mixer에서 소리가 잘 안나오는 것 때문에 고생하고 있길래 내가 도와주었다. 100% 완벽하게 도와주진 못했지만 소리나오는 것 까지 해결해줬기 때문에 매우 뿌듯 🙂

열심히 놀다가 Diana와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였다. 빠리지앵들은 밤문화를 정말 잘 즐기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도 사람이 꽤 있었으니. 이런 것은 서울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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