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5.4.22. London_Day 3

Tate Modern을 갔다. 예상외로 상설 전시는 무료였고, 기획 전시만 유료였다. (기획전시가 좀 비싸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료’라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차라리 일정 정도의 돈을 받고 분위기 및 시설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고, 좀 짜증이 나서 이런 생각을 계속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기득권적인 생각이었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예술이어야 하지 않을까. Tate 계열의 박물관들은 전부 무료인 것 같던데,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무료의 가치를 인정해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파리의 퐁피듀 센터가 굉장히 크면서 세련된 느낌이었다면 Tate Modern은 좀 러프한 느낌이 있었다. 아무래도 공장건물을 개조해서 러프함이 강했던 것 같다. 그런 러프함과는 별개로 전시관들은 전시가 집중력있게 잘 되어있었고, 퐁피듀보다 전시물이 좀 더 적어서 그런지 더 수월하게 관람이 가능했다. 상설 전시도 좋았지만, 돈 내고 입장한 기획 전시 2개 역시 훌륭했다.

간단하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
간단하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

박물관 내의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시고 슬슬 나왔다. Tate Modern에서부터 런던시청까지 템즈강변을 따라 걷기 위해.

템즈강변에 나가자 마자 벤치에 앉아서 글을 써준다는 사람을 만났다. 비포선라이즈에서 제시와 셀린느에게 주제를 주면 시를 써준다던 그 시인처럼, Luke라는 이 친구는 주제를 주면 짧은 글을 써주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봤던 작품들을 떠올리며 나는 Portraits이라는 주제를 부탁했고, 그는 조그마한 타자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Luke는 자기가 사진도 찍는다면서 자신이 찍은 사진 다발을 건네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했다. 사진더미들 중에 Portraits라는 주제에 맞는 사진 3개를 고르고 어떤 걸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그에게 말하니 그는 그냥 다 가지라고 했다. 이윽고 글을 완성해서 나에게 전달했고, 나는 그에게 7파운드를 주었다. 글 내용과는 상관없이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가 써준 글은 해당 포스팅으로.. Portraits (by Luke))

걷고 구경하고 하면서 보로우 마켓에서 음식도 사먹었다. 여러 군것질 거리가 있는 보로우 마켓은 꽤나 즐거운 식도락 여행지였다.(아무래도 길거리에서 먹는 음식이라 편하게 먹긴 힘들지만.. 사실 런던의 많은 음식들이 다 길거리에서 먹는 음식이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날씨가 맑지않고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조금 힘든 여정이었다. 강변의 경관은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평범했다.
타워브릿지도 건너고 여기저기 다니는데 너무 힘들었다. 런던 교통은 파리보다 좋지 않다. 너무 정신없어서 버스타기도 힘들고.. 런던에 정을 붙이기가 참 힘들었다.

런던에서 꼭 보고 싶었던 뮤지컬인 라이온킹을 보기 위해 다시 피카딜리 쪽으로 갔다. 라이온킹은 기대했던 바에 80% 이상은 부응했다. 기본적으로 무대 장치들이 기발하고 아름다워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장 인물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장은 하이에나들과 티몬, 품바였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는 하이에나.

아역들이 나오는 전반부는 확실히 아이들의 성량이 작고, 노래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조금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도한 아이들의 대사처리나 연기가 자연스럽기보다 딱딱 짜여진 대사를 주고받는 느낌이라 조금 어색했다. 남여 주인공이 성인으로 바뀌는 후반부엔 오히려 히트곡이 없다는건 슬픈일…

사실 애니메이션에서도 전반부에 비하면 후반부에는 노래가 거의 없고 내용 진행만 되기 때문에 뮤지컬 각색하는데 고민이 되었을 것 같다.

조금 아쉬웠던 건 전반적으로 러닝타임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대사나 장면의 완급조절이 안되고 너무 빨리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 하지만 원작의 충실한 재현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꽤나 성공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디즈니는 라이온킹을 뛰어넘는 작품을 못 만들 것 같다. 작품내에 등장하는 수많은 철학과 공주이야기로만 구성되지 않은 플롯. (햄릿을 참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훌륭한 노래 등등.

결론은 라이온킹 만세.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