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2015 사운드 홀릭 페스티벌

3번의 시행착오는 과오를 개선하기에 충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 열릴 4회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을 기대해본다.

Gigguide.Korea: Soundholic festival Exit Review : 사운드(가 빠진) 홀릭페스티벌

이런 매체에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그것도 대가를 받고 써본건 처음이다. 기분이 묘하다.

gigguide에서 글이 내려가서 예전 글 다시 올립니다.


EXIT soundholic festival  : 사운드가 빠진 홀릭페스티벌
(이 리뷰는 페스티벌이 열린 30, 31일 중 31일에만 해당함을 알려드립니다.)

바야흐로 페스티벌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만하다.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유명한 해외 뮤지션을 보기 위해서는 일본으로 가야했던 한국인데, 어느새 수많은 아티스트의 내한공연, 락페스티벌, 뮤직페스티벌이 가득한 공연의 핫플레이스가 되어기고 있다. EXIT soundholic festival (이하 “사운드홀릭페스티벌”) 역시 올해로 개최 3회째가 된, 수 많은 페스티벌 중에 하나다.

그 많은 페스티벌 사이에서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이 갖는 강점은 무엇보다 접근성이 아닐까 싶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서라도 지하철, 버스로 쉽게 갈 수 있는 락페스티벌이라는 점에서 일단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의 존재가치는 크다. 물론 유사하게 잠실 등지에서 하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서울재즈페스티벌’, ‘울트라코리아’ 등이 있긴 하지만 페스티벌이 지향하는 성격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은 그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의 라인업을 보면 국내에서 조금 이름을 알렸다 하는 밴드는 총 집합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외국 밴드가 단 한팀도 없이 순수하게 국내의 밴드만으로 라인업을 구성한 페스티벌은 흔치 않은데, 어찌보면 최근 다시 시작한 ‘홍대 라이브클럽데이’를 좀 더 큰 규모로 하여 야외로 옮겨놓은 듯한 생각이 들게 하는 라인업이기도 하다.

페스티벌의 스테이지는 3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각 스테이지마다 특성을 확실히 하여 여러 장르 음악의 팬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였다. “휴롬스테이지”는 마치 그랜드민트페스티벌같은 라인업, 돗자리를 깔 수 있는 탁 트인 광장, 중간중간 배치된 파라솔 및 의자 등의 요소를 통해 편하게 음악을 관람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했다. 반면에 “블링스테이지”는 시멘트 바닥 위에 세워진 스테이지로 컨테이너를 쌓아놓은 듯한 느낌의 무대, 프로보더들의 시연 및 관람객들의 참여가 가능한 보드존이 있어서 러프한 느낌이 잘 어우러졌다. 그리고 글램락, 스카, 하드록 등의 라인업으로 뛰어놀기에는 최적이었다. 중간의 조그마한 “Club Exit스테이지”는 일렉트로닉 기반 밴드들이나, 홍대 지하 클럽에서 공연하는 느낌을 내기 좋은 팀들을 섭외했다.또한 각 스테이지의 무대를 두개로 나누어서 한 밴드가 공연하는 도중에 다른 밴드가 옆 무대에서 준비를 하게끔 되어있었다는 것도 특색있었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한 밴드의 공연이 끝나면 거의 바로 다른 밴드의 무대가 시작될 수 있었는데, 관람객 입장에서 밴드 무대 교체나 사운드 체크 등을 기다리면서 시작을 보내지 않고 음악 관람에만 집중가능하게 했다.

이런 시도들이 좋긴 했으나, 문제는 스테이지들 간의 환경편차가 심해서 결국 사람들이 휴롬스테이지로 몰릴 수밖에 없는 없다는데 있었다. 블링스테이지는 시멘트바닥이고, 돗자리를 깔 수도 없게 막았으며, 잠시라도 앉아서 쉴 수 있는 공터가 전혀 없어서 하루종일 뛰어놀 각오와 체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오래 머무르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Club Exit스테이지는 문제가 꽤나 심각했는데, 앉아서 쉴 곳은 있었지만 스테이지가 지하주차장 같은 곳에서 세워져 있다보니 소리가 난반사되고 너무 울려서 제대로 된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다는, 페스티벌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거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Club Exit스테이지의 시작이었던 ‘전기흐른’의 무대에서는 그냥 보컬 소리가 약간 묻히는듯한 느낌만 주었기 때문에 “환경이 안 좋은 것 치고는 소리가 그래도 괜찮게 나오는데?”라는 생각을 잠깐하였지만 ‘파블로프’를 지나 ‘바이바이배드맨’을 향해가면서 문제는 점점 심각해졌다. 앰프에서 소리를 뿜어내는 악기들이 많아지면서 소리들끼리 뭉치고 보컬의 소리가 지하에서 난반사되면서 제대로된 관람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이르렀다.공연하는 밴드들도 이를 아는지 ‘파블로프’의 보컬은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제 목소리 잘 들려요?”, “어차피 지금 제 목소리 안들리죠? 그래도 그냥 즐기시면 되요.” 식의 멘트를 하기도 하였다. 파블로프의 무대가 31일의 무대들 중 가장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공연 중 하나였다는 점은 Club Exit스테이지의 열악한 음향 환경을 더욱 원망하게끔 하였다. 이처럼 Club Exit스테이지의 음향 문제는 종반에 이르러서는 밴드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스테이지의 ‘사운드’가 좋지 않기 때문에 관람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문제를 야기하였고, 아직 유명세를 펼치지 못한 밴드들이 자신의 음악을 알릴 기회마저 사운드의 문제로 박탈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문제였다.

휴롬스테이지와 블링스테이지는 Club Exit스테이지만큼 문제가 심각하진 않았지만 밴드에 따라 가끔씩 베이스소리가 너무 튀거나 둔탁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전기뱀장어와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의 무대가 그러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공연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었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바로 무대별로 사운드가 섞이는 문제. 라인업에서 볼 수 있듯이 블링스테이지에 포진한 밴드들은 매우 강렬한 사운드를 뿜어내는 팀들이 대다수였는데 이 강렬한 사운드는 Club Exit 와 휴롬스테이지에 계속해서 섞여들었다. 특히 휴롬스테이지는 가장 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자연스럽게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가 되었는데, 조용한 노래를 주로 하는 아티스트들이 포진해 있다보니 블링스테이지에서 강렬한 소리를 내지르는 아티스트들의 연주소리와 섞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을방학’의 무대에 ‘소찬휘’의 소리가 겹쳐 가을방학의 싱어가 감정잡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단순 헤프닝으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으며, 가을방학의 음악을 듣고 싶어했던 팬들에게는 모독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런 음향 문제는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이라는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운드를 무시한 주최측의 가장 큰 실수다. 음악을 즐기러온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음악을 들려주지 못한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문제다.

‘사운드’라는 거대한 문제 외에도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의 운영에 있어서 사소한 문제점들을 보였다. 잠실종합운동장이라는 거대한 장소에서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이 열리는 보조경기장 일대를 찾기가 힘들었음에도 행사 장소를 알려주는 흔한 팻말하나를 볼 수 없었다. 또한, 그린페스티벌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타임테이블이나 장소등이 인쇄된 flyer를 배부하지 않았는데, 그 시도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인터넷 어디에서도 고화질의 타임테이블 사진 파일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 심지어 페스티벌의 공식 홈페이지조차 존재하지 않아서 제대로된 정보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아무리 SNS 마케팅 시대라 하더라도 페스티벌의 정보를 신뢰성있게 제공할 수 있는 홈페이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제대로된 ‘사운드’가 없었던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은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페스티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국내 밴드만으로도 2일을 가득채울 라인업을 구성하고, 서울 그것도 잠실에서 그 음악을 들으며 뛰어놀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음악팬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페스티벌이다. 3번의 시행착오는 과오를 개선하기에 충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내년에 열린 4회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을 기대해본다.

페스티벌 자체가 가진 가치 : 8/10
페스티벌의 사운드 : 5/10 (Club Exit스테이지는 0/10)


(밴드별 단평은 31일, 그리고 31일 중에서도 Gigguide가 관람한 무대에만 한정됨을 알려드립니다.)

[전기흐른]
3인조로 구성된 이 밴드의 구성이 아마 Club Exit 스테이지의 사운드가 유일하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보컬의 소리가 약간 먹먹하게 들렸던 것 빼고는 사운드 자체는 괜찮았다. 전반적인 노래들이 레코딩 버전보다 힘있고 신나게 들렸던 것은 아무래도 리얼드럼을 활용했기 때문인듯 하다. 포크싱어송라이터 출신인 보컬 ‘흐른’의 목소리가 조금 더 선명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에도 꽤나 훌륭하게 맞는 느낌이다. 멤버구성이나 음악이 Chvrches를 떠오르게 하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리라.

[아마도이자람밴드]
예전에 소리꾼 이자람의 흥보가 공연을 짧게나마 본적이 있다. 홍보가를 부르는 동안 섬세하고 강렬한 감정표현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있는데, 밴드공연에서도 역시 보컬 이자람은 무대에서의 감정표현에 뛰어났다. 노래와 함께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몸짓과 노래 사이사이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뿜어져나오는 그녀의 감정을 보며 그녀가 이미 일정 수준의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밴드의 악기 멤버들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충실하게 드러냈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멤버는 전반적인 사운드를 조절한 퍼커션 세션이었다.

[단편선과선원들]
불치병이 있다며 초록빛 PET에  담긴 액체(아마도 소주이리라)를 연신 들이키던 단편선, 그리고 그의 선원들은 그 기이함과 특별함에 걸맞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노래를 부르던 단편선 말고도 강렬하게 소리내는 바이올린이 인상적이었고, 아마도이자람밴드처럼 퍼커션이 단순히 비트만이 아니라 노래 사이사이의 많은 디테일들을 책임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표정과 모션에서 자신들의 노래에 흠뻑 취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특히, 보컬과 퍼커션) 관객들도 함께 그 분위기에 빠질 수 있었다.

[로로스]
강렬한 드럼사운드를 필두로 수많은 소리가 혼합되어 뿜어져나오는 에너지는 로로스가 가진 특유의 힘이다. 레코딩을 듣는 것만으로는 느끼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라이브를 직접 보면 드럼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다. 드럼,기타,베이스,신디사이저,보컬,피아노,일렉트릭첼로 등 수많은 소리가 섞였지만 그 소리들이 거슬리지 않게 잘 조화되었고 소리의 힘이 관객들을 압도하였다. 이런 로로스 음악의 특성상 블링스테이지보다는 휴롬스테이지에, 그리고 낮보다는 저녁에 그들을 볼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이번 공연부터 새로운 기타 멤버와 함께 하였는데 이질감은 들지 않았다.

[파블로프]
세션들이 연주를 하고 있는 중간에 맥주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과 몸짓으로 무대에 오르는 보컬(오도함)을 보면서 파블로프의 인기가 나날히 오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도함은 무대를 장악하는 방법을 알았고 파블로프의 팬들 역시 그에 맞추어 뛰어놀고 슬램하며 광란의 시간을 보냈다. Club Exit스테이지의 사운드 문제로 인해 퍼즈장인으로 불리우는 류준의 기타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은 아쉬웠다. 스테이지의 근본적인 사운드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무대는 31일에 펼쳐진 그 어떤 무대보다 에너지 넘치고 흥겨웠다.

[김지수]
김지수의 무대는 기대했던 것에 비해 아쉬운 무대였다. 무대의 사운드 등이 문제가 아니라 김지수라는 아티스트가 지향하고 있는 음악적 방향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 무대. Jason Mraz가 초기에 보여주었던 그루비함과 신선함에서 최근의 달달함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김지수에게서도 느꼈다. ‘빈티지맨’같은 노래로 야외페스티벌을 끈적하지만 흥겹게 만들어주길 바랬던 것은 욕심이었을까.

[바이바이배드맨]
Club Exit 스테이지의 사운드 문제가 가장 최고조에 이르렀던 무대였던 것 같다. 무대의 분위기나 노래가 가진 느낌이 좋다는 느낌은 단편적으로 받았으나 사운드가 너무 어그러져서 제대로된 관람이 불가능했다. 바이바이배드맨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바이다.

[이승열]
최근의 앨범 ‘V’에서의 노래들과 예전 앨범 노래들을 적절히 섞은 셋리스트로 자신의 음악적 욕심과 관객들의 편의를 적절히 섞은 것은 선택이었다. 대중성이 떨어지기 쉽다고 생각된 앨범 ‘V’의 트랙들은 예상외로 몰입도있는 무대를 보여줬고, 단순히 보컬의 멜로디나 가사보다 노래 자체가 가진 분위기와 힘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푸른너를본다’와 같은 노래들로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한 것도 좋았지만, 막상 무대를 관람하고 나니 ‘V’의 트랙들로만 채웠어도 압도적인, 그리고 훌륭한 무대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승열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와 무대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분위기 있는 시간에, 보다 더 긴 시간을 할당 받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수염을 붙이고 썬그라스를 쓰고 나온 멤버들의 모습을 오랜만에 무대에서 본 것만으로도 반가운 무대였다. 하지만, 예전의 무대들보다 세션이 줄어들어 소리의 박력이 약해진 것은 아쉬웠다. 특히 보컬 조까를로스는 감기에 걸린듯 연신 “감기 조심하세요”라고 말했는데, 이로 인해 보컬의 힘이 약해지고 그들의 노래가 가진 우겨넣은듯한 가사와 멜로디의 강점이 잘 보여지지 않은 것은 더욱 아쉬웠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그들의 무대는 흥겨웠고 최고의 순간은 사일런트디스코를 추던 순간과 뒤이어 ‘석봉아’가 나올때 였다.

[가을방학]
딱 가을방학에게 기대할 수 있는 무대였다. 노래 사이사이에 계속해서 멘트를 하는 정바비의 스타일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그들의 무대 분위기와는 잘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계피의 보컬은 (언제나 그랬듯) 레코딩 만큼의 감동을 주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거슬릴 정도로 불안정하지는 않았다. 이들 무대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 유일한 요소는 블링스테이지에서 들려오던 ‘월미도 바이킹에서 나는 소리’같은 소찬휘의 노래소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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