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안산M밸리락페스티벌

야외페스티벌에는 언제나 불편함이 동반되기 마련이지만 그 불편함을 감내했을때 얻을 수 있는 낭만과 추억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안산M밸리락페스티벌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짜증과 진흙 (그리고 누군가에겐 부상)뿐이었다.

Gigguide.Korea: Ansan M Vally Festival Review : 미숙한 운영이라는 이름의 진창


과거 gigguide 글이 내려가서 다시 올립니다.


(이 리뷰는 페스티벌이 개최된 3일 중 25일, 26일 이틀에만 해당함을 알려드립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알리고 싶은 것은, Gigguide.Korea는 야외페스티벌이 절대 편안하고 쾌적하지만은 않은 축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서 제기되었던 비로 인한 진흙밭, 모기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판적 의견을 자제하려고 한다. 이는 자연현상이므로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문제들로 인해서 표출되었던 주최측의 운영 미숙에 대해서는 확실히 지적을 할 예정이다. 또한, 보안업체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장기하씨가 겪은 고초와 심각한 부상을 입은 관람객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매스컴을 통해 많이 노출되었고, Gigguide.Korea가 직접 겪지 않은 일이기에 언급을 자제하려 한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5/07/29/story_n_7894446.html

1. 환경과 운영
CJ E&M과 나인엔터테인먼트(구, 옐로우나인)가 밸리록페스티벌을 개최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해 째인지 모르겠지만, 운영에 발전이 없다는 점은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분노를 자아낸다.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간단한 세면을 할 수 있는 수도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은 매번 페스티벌을 할 때마다 지적되는 문제임에도 주최측은 이런 필수시설들을 매년 늘리기는커녕 줄이고 있다. 더욱이 화장실이 입구쪽에만 있어서 공연관람하다가 화장실 한번 가기 위해서는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했고, 2일째에 내린 폭우로 갯벌이 되어버린 공연장을 헤치고 화장실가기는 더욱 힘들었다. 게다가 화장실이 설치된 구조도 관람객들의 동선이나 대기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강 설치한 듯 해서 화장실이 몇 칸이나 있는지 파악이 되질 않고, 몇몇 화장실은 입구를 찾기가 어려워 복잡하고 짜증나는 방식으로 이용해야 했다.

흡연 가능 공간과 휴식 공간의 부족은 더욱 심각했다. 흡연 공간은 그나마 두세군데 찾을 수 있었지만 휴식공간은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보이질 않았다. 주최측에서는 ‘야외페스티벌인데, 아무데나 앉아서 쉬게하면되지~’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쏟아져내린 비로 인해 진창이 되어버린 바닥은 주최측의 미숙함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여름에 열리는 야외페스티벌은 폭우의 가능성을 언제나 동반하기 마련이라는 것 쯤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일 터인데, 주최측은 왜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는지 굉장히 궁금하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 -> 비를 피해 쉴 수 있는 곳을 준비해야한다.”, “바닥이 진흙탕이 될 수 있다 -> 진흙탕이 될 경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보강재를 대서 사태를 진정시켜야한다.” 정도의 생각은 행사 기획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사항임이 자명하지만, 페스티벌이 끝날때까지도 관람객에게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제공되지 않았다. 만약 비가 올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반대로 날이 (지나치게) 맑을 경우를 생각해서 햇빛 가림막이나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들을 마련했어야할 터인데 그런 공간 역시 없었다. 주최측은 도대체 관람객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굉장한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차라리 답변을 안했으면 화가 덜 났을거 같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일반캠핑장의 운영은 그나마 조금 나은 축에 속했다. 2일째 비바람이 몰아치자 예약시 텐트 설치 옵션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개방된 일반캠핑장에는 텐트 보수를 위한 전문인력들이 돌아다니며 망가진 텐트를 지속적으로 보수해 주었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텐트설치나 보수에 문외한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굉장히 바람직한 조치였다. 이 자리를 빌어 밤새 잠도 설쳐가며 텐트 보수를 위해 노력하신 그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는 별개로 캠핑장 바닥 역시 진흙탕이 되어버렸다는 점, 그리고 캠핑장 입구가 하나뿐이었고 이마저도 관람객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듯이 만들어져서 이동의 불편함을 초래한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또한, 무대의 스피커가 모두 캠핑존 쪽으로 향해 있어서 밤에 공연 관람 대신 잠을 선택한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한 것 역시 불편한 부분이었다.

야외음악페스티벌 관람의 소소한 재미 요소 중에 하나인 행사참가부스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스폰서를 많이 구하지 못해서인지 부스의 절대적인 수가 많지 않아보였고, 참여 부스가 대부분 CJ계열사들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식상함마저 느껴졌다. 또한 음악이나 문화와 관련된 부스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을 사먹는 것 외에는 참여업체 부스에 들를 일이 많지 않았다. 이틀째의 폭우로 인해 몇 안되는 부스들에서의 판촉 및 체험조차도 힘들었다는 점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초라한 스폰서 라인업

2. 무대 및 라인업
안산M밸리락페스티벌의 무대 구조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일단 메인 스테이지인 빅탑스테이지와 서브 스테이지인 그린스테이지는 관객의 동선따위는 생각치도 않고 만들어졌는지 빅탑스테이지보다 그린스테이지로의 접근이 더 수월해서 오히려 이쪽이 메인 스테이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두 무대에 비해 튠업스테이지는 지나치게 작았다.

게다가 타임테이블의 구성은 재앙에 가까웠다. Gigguide.Korea는 야외음악페스티벌의 매력이 “선택과 발견”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군데에서 이뤄지는 공연들 중에 어떤 공연을 볼 것인지 고민하고 기대하며 선택하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이 잘 못 되었을지라도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 새로운 무대를 발견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이 야외음악페스티벌의 매력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은 관객의 선택 가능성을 거세해 버렸다. 메인과 서브스테이지의 타임테이블을 교차해서 모두 관람하게끔 하는 정도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많은 페스티벌이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나마 용납가능하다고 해도, 튠업스테이지를 완벽히 공란으로 만들어놓은 주최측의 의도가 심히 궁금하다. “음악 다양성”이라는 표어 아래 운영된 튠업스테이지의 라인업은 거의 텅텅 비어 있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언더그라운드에 숨겨진 보석 같은 팀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주최측은 그들을 부르지 않고 저렇게 타임테이블을 비워둔 것일까.

아무리 봐도 휑한 타임테이블

튠업스테이지의 거세로 인해 거의 모든 관객은 빅탑과 그린스테이지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공연관람을 했다. 주최측이 ‘친절하게도’ 한 스테이지가 끝나고 10분 후에 다른 스테이지의 공연을 시작하도록 타임테이블을 짜놨기 때문에 한 공연이 끝나면 다른 스테이지로의 ‘민족대이동’이라 할만한 장관이 펼쳐졌다. 관객들은 마치 순환열차를 탄 것 마냥 진흙밭을 헤치며 그린스테이지의 왼쪽 무대와 빅탑스테이지의 오른쪽 무대를 왔다갔다 했는데, 중간에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조그마한 다리는 또 다른 짜증 포인트였다. 관객의 동선은 절대 생각해본 적 없는 듯한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또 한번의 빛나는 순간이었다. 

3. 사운드
안산M밸리페스티벌의 사운드는 굉장히 의아했다. 스테이지간 그리고 공연간 사운드 퀄리티의 편차가 굉장히 심했기 때문이다. 무대에 따라서 다르긴 했지만 그린스테이지는 베이스와 킥드럼이 강조되어 저음 부분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고, 빅탑스테이지는 고음 부분이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상황에서 아티스트들이 처음 무대를 시작하면 소리들이 굉장히 듣기 불편하다가 10분쯤 지나면 괜찮아지는 상황이 반복됐는데, 이를 계속 경험하다보니 이럴거면 사운드 리허설은 왜 하는건지 의문이 들었다. 또 신기한 점은 특정 아티스트의 무대는 그런 적응시간 없이도 안정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운드의 문제가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의 내공 차이인지, 엔지니어링의 문제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튠업스테이지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실내이기 때문에 소리가 울리고 퍼지는 경향이 있었다. 악기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무대는 그리 무리가 없었지만 소리가 많이 들어가는 밴드의 무대는 듣기가 조금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특정 무대별 사운드에 대해서는 이후 아티스트별 단평에서도 간략히 이야기 해보겠다.

4. 총평
이번 안산M밸리락페스티벌은 너무나도 미숙한 행사였다. 비는 행사 3일 중 딱 하루만 왔음에도 그 영향이 행사 내내 지속될 만큼 주최측의 대비가 안 되어있었고, 헤드라이너를 제외하고는 라인업이 훌륭했다고 평가할 수도 없었다. 셔틀버스나 행사장 내의 편의시설 등이 너무나도 불편하게 구성되어있었고, 쉴 공간이 없어서 같이 간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다. 
야외페스티벌에는 언제나 불편함이 동반되기 마련이지만 그 불편함을 감내했을때 얻을 수 있는 낭만과 추억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안산M밸리락페스티벌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짜증과 진흙 (그리고 누군가에겐 부상)뿐이었다. 아마 내년에도 밸리락페스티벌은 개최될 가능성이 높고, 팬들은 올해를 회자하며 온갖 비판을 하다가도 라인업을 보고 다시 대부도를 찾을 것이다. 올해의 실수를 내년에는 만회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티스트별 단평>
(아티스트별 단평은 25, 26일 그리고 그 중에서도 Gigguide.Korea가 관람한 무대에만 한정됨을 알려드립니다. 상대적으로 26일에 공연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단평이 부족한 편입니다. 25일의 폭우와 26일의 더위, 그리고 한없이 펼쳐진 진흙밭으로 인해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26일 관람이 원활하지 않았음을 양해부탁드립니다.)

25일 토요일>
[코어매거진 feat.김완선]
김완선은 가끔씩 밴드와 콜라보레이션하며 페스티벌에 등장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기분이 든다. 좀 더 그루비하고 멋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 될텐데 너무 신나는 노래를 해야한다거나, 댄싱 퀸이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김완선에 대한 안타까움에 비해 코어매거진 자체는 그냥 평범해서 기억에 크게 남지 않는 무대였다.

[이정아x슬라이드로사x원펀치]
가장 좋았던 무대 중 하나였다. 튠업스테이지의 존재이유를 증명하였던 무대. 슈퍼스타k 이후 공중파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이정아지만, 그녀는 조금씩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정아의 Desperado 커버는 (슈퍼스타k에서도 그러했지만) 최고의 순간이었다. 중간중간 흐름을 끊는 멘트없이 묵묵히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을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로큰롤라디오]
그들의 무대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았다. 저음의 메인보컬이 위화감을 주기도 했고, 초반에 Daft Punk의 Get Lucky 가 생각나는 노래 때문에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 그들이 가진 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연주는 안정적이었고 사운드는 단단했다. 백보컬의 고음이 메인보컬의 저음과 만나면서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후반부에 터져나온 Shut up & dance는 그들이 가진 힘을 응축하여 뿜어내었다. 스테이지 앞의 사람들은 그들의 무대를 한껏 즐겼고, 퍼붓는 비도 크게 문제가 되질 않았다.

[장범준]
솔직히 말하자면 장범준의 무대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의 노래는 락페스티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그가 ‘소나기(주르르루)’를 부르기 시작했을 땐 행사장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그의 노래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노래가 가진 힘은 굉장히 대단했다. 그는 안산에 온 거의 모든 사람을 노래하게 할 수 있었다. 비를 피해 들어간 식당 주인은 리듬을 타고 노래를 따라부며 서빙을 했고, 행사 물품을 나누어주는 진행요원들도 노래를 따라부르고 춤추며 물품을 나누어주었다. 무대 앞에서 관람하지 않는 관객들도 태반이 여기저기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내리던 비도 그의 음악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확실히 그가 행사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다만 페스티벌은 신나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지 그의 노래 중 조금이나마 신나는 노래를 할때는 중간중간 “뛰어!” 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오버페이스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목소리가 뒤집어지고 위화감이 들었다. 그의 음악이 가진 힘은 사람들을 춤추고 뛰게하는데 있지 않다는걸 그 스스로 깨달았으면 한다. 

[페퍼톤즈]
청량한 여름을 노래하는데 최적인 그들의 무대는 비오는 안산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힘이 약했다. 초창기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았음에도 그 음악들의 보컬을 그들이 직접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앞으로 극복해나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OK GO]
OK GO의 특색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의문을 갖고 있다. 그들의 음악은 딱히 나쁘지 않지만 그리 인상적이지도 않으며, 식상하지 않지만 신선하지도 않다. 무대는 안정적이고 사운드도 나쁘진 않지만 매력적이진 않다. 이날의 무대 역시 그러했다.

[Dynamic Duo]
힙합 아티스트가 락페스티벌의 무대에 오르면 안된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다이나믹듀오 뿐만이 아니라 모든 힙합아티스트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은 야외 패스티벌이라고 해서 무조건 시끄럽게 뛰어놀고 소리질러야만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요일에 공연했던 Twentyonepilots 의 랩 무대가 다이나믹듀오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다이나믹듀오에게 있어서 토요일 빅탑스테이지에 올랐던 것이 가장 불행한 일일 듯 하다. 헤드라이너에게 맞춰진 무대 셋팅이라 그런지 무대 뒤의 전광판에서는 영상이 나오지 않았고 바람이 세차서 무대 옆의 전광판은 바닥으로 내려와 있었다. 중간중간 댄서들도 나오고 무대에서 뭔가 요란스럽게 하는 것 같아보였지만 조금 뒤에 있는 관객들은 영상을 볼 수 없으니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알 수 없었다.그들의 히트곡들을 따라부르고 리듬에 맞춰 몸을 까딱거리긴 했지만 무대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고,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IDIOTAPE의 공연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IDIOTAPE]
지금까지 IDIOTAPE의 무대를 몇 번 보았지만 단언컨데 이날이 최고의 공연이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앨범의 퀄리티와 다를 바 없는, 아니 오히려 라이브의 생생함을 지닌 멋진 소리가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지속되었다. 전광판에서 나오는 영상과 사운드의 조화도 잘 이루어져서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충분한 만족감을 제공했다.8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아직 정규앨범이 2개밖에 되지 않는 그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것은 완벽한 기우였다. 이번 공연을 위해 그들이 선택한 카드는 바로 콜라보레이션이었다. 공연 시작 후 약 1시간이 지났을 즈음, 무대가 암전된 후 화면에 “IDIOTAPE x 술탄오브더디스코 “라는 마크가 나왔을 때는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했지만, “IDIOTAPE x PIA” 를 지나 “IDIOTAPE x Galaxy Express”로 이어진 무대는 정말 대단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관객들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콜라보레이션은 IDIOTAPE 의 특색을 지닌 전자음을 배경으로 하여 타 밴드의 멜로디를 얹는 방식으로 대부분 이루어졌다. 조금은 단조롭게 들릴 수 있는 편곡이었지만 공연의 분위기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을 ‘춤추게’하는 것만으로는 IDIOTAPE의 무대가 이날의 헤드라이너였던 The Chemical Brothers 그것보다 나았다.

[The Chemical Brothers]
다른 좋은 공연들도 많았지만, 이날의 주인은 확실히 The Chemical Brothers였다. 무대에서 뿌려지는 레이저와 고해상도의 감각적 영상은 관객들을 압도했고 90분 동안 그들을 바라보고 있게만 만들었다. 행사장 내 모든 상점들은 불빛을 최대한 줄였고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이들의 무대를 위해 존재하는 듯 했다. 질척거리는 땅도 신경쓰이지 않기 시작했는데, 한 자리에 서서 계속 그들의 무대를 바라보고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신나게 뛰어놀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90분간의 복합예술을 우리 앞에 펼쳐놓았다.공연 후반부에 등장한 실물 로봇 모형과 거대한 미러볼은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주었다. 특히 미러볼이 인상적이었는데, 비행접시처럼 생긴 미러볼이 빛을 난반사하는 것은 정말 장관이었다. 혹자는 고작 이만큼의 입장료를 내고 이런 대단한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그만큼 그들의 무대는 아름다웠다. 다만,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주파수의 소리가 너무 강조되어서 전반적으로 너무 aggressive 하게 느껴진 것은 조금은 아쉬운, 옥의 티였다. 

[Glen Check]
2013년 12월 31일에 그들의 연말공연을 보았던 생각이 난다. 노래에서 느껴지는 세련됨과는 달리 그들의 공연에서는 어딘지 모를 미숙함과 세련되지 않은 기운, 그리고 이로 인한 위화감이 공연 내내 지속되었는데, 몇년이 지난 이번 공연에서도 그런 위화감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60’s cardin 에서의 복고풍의 댄서들과 영상, 그리고 공연 내내 이어지던 저해상도의 타이포그라피 영상들이 투박한 느낌을 계속해서 자아냈다. 물론, 이런 세련되지 않은 연출들이 의도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의도된 촌스러움이라고 하기에는 그 어색함이 너무나 지나쳐서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게다가 60’s cardin이 아무리 그들의 최고 히트곡이라고 하더라도 연주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앵콜곡으로 또다시 들려주는 것은 너무 무성의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무대에 대한 연구를 해서 그들의 노래가 주는 세련미와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한 공연을 하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준영 밴드]
한마디만 하겠다. Arctic Monkeys 커버는 다시는. 절대. 어디가서도. 하지 말길.

[노라조 Live Set]
강렬하게 뻗어나가는 PRS 기타소리를 필두로 하는, “대한민국 쌍팔년도 메탈”의 정신적 계승자, 노라조의 무대는 예상보다 훨씬 훌륭했다. 자신을 낮추고 희화화하면서도 실력은 어디가서도 빠지지 않는, 진정한 고수의 풍모를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그들 노래의 자기복제를 고백하며 마치 mash-up처럼 ‘슈퍼맨’과 ‘고등어’를 섞어 노래했을 때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유쾌함과 섞인 B급 감성을 노래하는 그들의 정체성을 잘 유지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Drenge]
자정부터 소강세를 보이던 비는 Drenge의 공연 시작 즈음해서 다시 강해지고 있었다. 새벽3시, 그들 무대 앞에 모인 사람들은 매우 적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무대가 피곤과 폭우를 감내하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충분히 증명했다. 조촐하게 기타, 베이스, 드럼 3인으로만 이루어진 팀임에도 사운드는 강렬하게 무대를 꽉 채웠고, 어찌보면 가장 ‘락페스티벌’스러운 소리를 40분내내 들려주었다.아는 노래도 없고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도 없었지만 그들이 내는 강렬하고 파괴적인 소리를 그저 멍하니 감상했다. 관객 중 몇몇은 춤을 추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기타와 보컬을 맡은 Eoin Loveless가 무대에서 내려와 비를 맞으며 기타를 치기 시작했을 무렵에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들이 왜 이런 시간에 공연을 해야만 했는지,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무대를 보지 못하는지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소중한 순간을 경험한 몇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에 소소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해줄만한 훌륭한 무대였다.

26일 일요일>
[혁오]
요새 가장 핫한 밴드인 혁오의 무대를 기대하던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그다지 많이 모이지 않는 시간대에 시작했음에도 그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하지만, 그들의 무대는 주말의 정오에 딱 맞을 정도로 나른하고 늘어졌다. 그들의 나른한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있다보니 어느새 공연의 종반이 되었고, 관객들은 ‘위잉위잉’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힘없이, 굉장히 나른한 목소리로 후렴구를 따라부르는 것을 듣는 것은 대단히 이색적인 경험이었다.혁오가 지나치게 급격히 대중의 관심을 얻게 된 것이 그들에게 그다지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었는데, 이 무대에서 그 생각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밴드의 내공과 음악이 영글기 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그들에게 몰리고 있고, 이는 분명히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해리빅버튼 feat. 가리온]
해리빅버튼의 보컬은 정말 한국에서 찾기 힘든, 메탈 최적화 보컬이다. 그 매력적인 보컬을 듣는 기쁨이 크긴 하지만, 공연을 볼 때마다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은 항상 아쉬운 부분이다. 그들의 노래는 기승전결 없이 굉장히 스트레이트하기 때문에 자칫 단조로운 느낌을 주기 쉬운데, 여기에 더해서 매 페스티벌에서의 곡 레파토리까지 항상 비슷하다보니 그들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떨어진다. 이번 무대에서는 가리온과의 콜라보로 새로운 시도를 했으니 다음에도 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Twentyonepilots]
Twentyonepilots 음악적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었다. Pop, Rock, Rap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주었다. 특히 Rap의 경우는 굉장히 선명하고 인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기 때문에 전날의 다이나믹듀오보다도 기억에 남았다.이들은 관객들을 entertain 하는 것에 굉장히 능숙했다. 높게 솟은 드럼이나 거꾸로 매달린 마이크와 같은 무대 장치. 복면, 화장, 의상과 같은 요소들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관객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무대에서의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는데, 피아노 위에서 백덤블링을 하는 것 쯤은 예삿일일 정도였다. 공연 막바지엔 보컬 Tyler Joseph이 조명 타워로 올라가기도 하고, 펜스를 잡은 관객들의 머리위로 북을 올린 후 치기도 하면서 확실한 즐거움을 제공했다.다만, 중반에 선글라스를 끼고 우크렐레를 치는 것은 조금은 우스꽝스러웠고, 드럼소리와 드러밍 퍼포먼스 사이에 뭔지 모를 위화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었던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Rudimental Live]
Rudimental 의 라이브에 대해선 공연을 보기 전부터 약간의 의구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노래가 가진 근본적인 단조로움이 라이브에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라는 질문이었는데, 결국 그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그들의 라이브 사운드는 앨범과 비교해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았고, 브라스 세션도 훌륭했으며 보컬의 컨디션 역시 좋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의 음악이 가진 단조로움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쉽게 지루해졌다.따라부르기 좋은 훅이 있다는 것은 (특히 떼창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선) 큰 강점이 될 수 있지만 ‘훅만’ 있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다. 자신들의 음악이 가진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앞으로 그들의 커리어에 있어서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Foo Fighters]
Foo Fighters는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했던 것 만큼의 감동을 확실히 전달했다. 천막 뒤에서 Everlong의 도입부가 들려올 때부터 관객들은 이미 반쯤 미쳐 있었고, 천막이 사라지며 Foo Fighters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그곳은 바로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기타의 왕좌에 앉아있는 데이브 그롤은 긴머리를 휘날리며 포효했고, 왕좌는 앞뒤로 움직이며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을 주었다.The Pretender에서 그 열기는 절정이 되었다. 평소에 보던 라이브영상에서는 항상 이 노래의 라이브가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있어보니 그런 생각따위는 전혀 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울려퍼진 Best of You의 후렴구는 관람객들이 퇴장하면서 계속 따라부를 정도로 멋진 여운을 남겼다. 전반적으로 그들의 무대는 기대했던 것 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는 것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노래의 편곡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코러스 -> 소강  -> 다시한번 폭발”의 구조를 반복하였기 때문에 약간은 단조롭게 느껴졌다. 또한 공연이 거의 끝나갈 즈음에 데이브 그롤이 멤버들 소개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간이 거의 10분 가까이 되었고 그 진행이 조금 지루했다. 그들의 노래를 한곡이라도 더 듣고 싶었을 관객들에겐 안타까움의 시간이었을 것이다.또한, (첫 내한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나라 관객들의 에너지에 감명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이 열기에 굉장히 감동했다는 멘트를 지속적으로 했음에도 공연은 앵콜없이 칼같이 끝나서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았다. 바로 전날 일본의 후지락 페스티벌과도 비교해봐도 셋리스트가 3곡이나 적었다는 것은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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