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

#1

담벼락에 붙은 A4용지를 하나 발견했다. “막다른 골목입니다.” 얼마나 떼였다 붙였다를 많이 하였는지 종이와 벽은 너덜너덜했다. 

적힌 설명에 의하면 저 너머는 막다른 골목임이 분명했다. 딱히 거짓을 적어놓을 이유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개를 내밀어 골목길 끝을 바라보았다. 골목길이 내 시야에서 한번 더 꺾여서 실제로 막다른 곳인지 확인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직접가서 확인하고픈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어느새부턴가 내 감정도 막다른 골목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분명히 끝인걸 알고 있지만 더 나아가고픈 욕망을 참지못해 막다른 골목을 기어이 보고 말았다. 도착해보니 막힌 그곳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멍청하게도 이 곳으로 가면 될 줄 알았는데 이미 그곳은 막혀버렸다. 

#2

감정에 마지노선을 긋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를 지나면 끝이다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 선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그어야 한다는 것에 또 한번 슬픔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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