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면

시간이 흘러서 지나간 시간들이 한없이 흐려지고, 나누었던 대화들이 희석되어 생기를 잃어가면 망각이라는 기능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열망이란 것이 피어올라 짧게 타올랐는지 아니면 그 잔불이 남아 아직도 길게 그 숨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나조차도 모르겠다.

특별함이 되지도 못한채 죽어버린 시간들에게 짧은 슬픔을 보낸다. 다시금 비어버린 공간과 시간을 그 무언가로 채워나가야하겠지만 애석하게도 이 구멍은 몇 년동안 커지기만 한다.

비어버린 나를 들킬까 두려워, 그 구멍을 메꾸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이기 싫어서,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인양 나를 포장해보지만 그리고 그 포장이 곧 나인양 당당하게 이야기하지만 얇디얇은 이 포장지가 벗겨질까봐 언제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포장 안의 나를 바라보는게 두렵다. 구멍은 얼마나 더 커질까, 포장은 얼마나 더 견고해질까. 지금이 지나가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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