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6.9.7 San Francisco_Day 1

비행기를 오후로 예약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신혼여행을 가는 전날까지 야근을 계속하며 새벽 2시에 들어온 수지와 함께 새벽 4시까지 짐을 싸고 나니 비행기 시간이 오후 5시라는 것이 축복처럼 느껴졌다.

싱가폴에어라인의비행기는 처음 타보는데 여승무원들의 유니폼이 특이했다. 여성성이 강하고 싱가폴 전통 무늬를 쓴 것 같아서 매우 특색있는 느낌이었다. 워낙 특색있어서 남승무원들의 복장이 초라해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유니폼에 대한 좋은 인상과는 다르게 항공사 자체에 대해서는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승무원들의 서비스는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San Francisco로 가는 비행기에서나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나 승무원들이 나에게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요청에 있어서 나에게 보인 태도는 뭔가 귀찮은 일을 빨리 처리해줘야겠다라는 느낌이나, 나에게 무언가를 따지는 듯이 말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싱가폴에어라인의 외국인승무원이나 뿐만이 아니라 한국승무원 모두 그랬다. 사실, 내가 엄청난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대부분 직항이라 비싸서 안타기도 하지만 승무원들이 보이는 너무 과하고 정형화된 친절히 불편해서 마카다미아 때문은 아니다 국적기를 잘 안타는 편이기도 한데,  이걸 피해서 싱가폴에어라인을 탔더니 너무 고객에게 대충하고 따지는 느낌으로 말을 해서 매우 짜증이 났다.

그에 더해서 Extra charge를 주고 예약한 자리(Preferred seat)는 이 짜증을 가중시켰다. 예약할때 두명이 같이 앉을 자리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1인당 약 $30~40을 추가로 지불하고 예약하긴 했지만, 예약 설명에서는 좀 더 자리가 넓고 쾌적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그래도 탈 이코노미 수준은 될 줄 알았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는 그래도 신혼여행이니까 좀 더 나은 자리를 위해 좀 더 돈을 썻다고 자기위안을 했지만 막상 타고 나서는 진짜 자기위안밖에 되지 않는 생각이었다. 일단 주위가 영유아들을 동반한 부모를 위한 자리라서 아기들 때문에 시끄러웠다. 그리고 통로 쪽 자리는 사람들이나 카트가 지나다니면서 툭툭 치기도 하고 가끔은 발도 밟아서 짜증이 엄청났다.

게다가 좌석 앞의 스크린이 또 빡치게 하는 한 축을 담당했는데, 화면을 꺼도 자꾸만 켜져서 잠 좀 자려고 할 때 등 매우 빡치는 순간들이 많았다. 리모콘의 터치민감도가 너무 높아서 그런건지…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옆의 서양인 할머니와 나는 좀비처럼 자꾸 켜지는 화면 때문에 빡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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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공간은 넓지만 짜증 역시 넓어진다.

그리고 생각보다 기내식이 너무 맛이 없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까 싱가폴에어라인 완전 최악이었네….

어쨌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니 약 오후 2시쯤이었고, 입국심사를 받는데 약 1시간 남짓이 걸린 듯 했다. 심사장에서 막 이것저것 엄청 물어볼까봐 긴장했는데, 그렇게 많은 것을 물어보진 않았고 언제 샌프란시스코를 떠날건지, 한국에 직장이 있는지 정도만 물었다. 입국심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는 중국인들이 정말로 많았다. 이제 세계 어딜가도 중국인이 많은 것 같다.

영혼이 이탈했다.
영혼이 이탈했다.

출국장을 나가서 공항에서 여행의 영혼과도 같은 유심칩을 샀다. 이제 데이터와 구글지도가 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 없다. 어느 공항을 가도 인포메이션센터에 가장 양질의, 최신의 정보가 있기 때문에 들러서 무료관광안내서를 잔뜩 챙기고 호텔로 갈 교통수단을 물었다. 버스나 택시 외에도 Shared-van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일종의 합승 택시 같은 van 이었다. (합법이다.) 업체에 따라서 가격이 조금 다르지만 1인당 약 $16~18 정도의 매우 적당한 가격에 호텔 앞까지 데려다주는데 아주 좋은 서비스 인 듯하다. 물론, 여러 호텔을 들려서 가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나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묵은 호텔은 Drisco였다. 이 호텔은 1905년에 지어졌고, 객실 수가 많지 않은 호텔이었다. 시내에서 조금 멀리 위치해있고, 대중교통 수단도 그리 많지 않은 (부자)동네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다음날 Las Vegas로 가야 되기도 하고 첫날과 마지막 날은 좋은 호텔에서 지내고 싶어서 첫날을 이 호텔로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정말 좋은 선택이었는데,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가스를 통틀어서 Drisco 호텔이 가장 고급스럽고 cozy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호텔은 오래되고 객실 수가 많지 않아서 호텔 자체 크기가 작고 부가시설들이 거의 없다. 그대신 다른 부가시설에 대한 확충을 포기하고 모든 정성을 방 자체에 쏟은 듯 했다.

스윗룸이 아님에도 방 구조가 거실과 침실로 구분되어있었고, 거실 부분에는 (편안한) 소파가 여러개 있어서 정말 cozy하게 있을 수 있는 방이었다. 화장실에 있는 모든 비누, 샴푸 등의 일회용품들이 BVLGARY 제품이었고, (일회용품 불가리꺼 준다고 좋아하는 나의 수준이란…) bath salt, bath tea 등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미리 이메일로 신혼여행이라고 했더니, 샴페인과 손으로 쓴 letter를 준비해주었는데, 아날로그적 느낌이 좋았다. letter는 필기체라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더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침대가 정말 미친듯이 편했다. 베게와 매트리스 침구 등등이 정말 편해서 세상모르고 잘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1시간 남짓밖에 잠을 자지 못해서 너~무 피곤했다. 5시 반 정도까지만 쉬다가 나가서 주위를 좀 둘러보자고 마음 먹고 누웠는데, 그냥 내리 자버렸다. 일어나니 약 8~9시 정도 였던 것 같다. 첫 날에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서 부랴부랴 챙겨서 밖으로 향했다.

Drisco의 계단
Drisco의 계단
화난 것은 아니다.
화난 것은 아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숙소 근처의 Divisadero Street 나 Filmore Street를 가서 가게들도 좀 구경하고 이것저것 보다가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져서 divisadero를 포기하고 바로 filmore로 갔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상점들은 거의 다 닫았고, 식당들은 좀 늦게까지 하는 것 같았다. 오기전에 알아본 SPQR이라는 식당이 아직도 영업을 하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조금 어둑하긴 했으나, 사람도 거의 없었고 특별히 문제는 없었다. (부자동네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SPQR의 식사는 정말 훌륭했다. 맛이 굉장히 좋았고 종업원도 정말 친절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식사라서 메뉴 주문이나 팁 등을 어찌해야할지 잘 몰라서 우리 담당했던 서버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정말 친절하게 잘 알려줬다. 개인적으로는 SPQR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경험했던 식당 중에 (맛이나, 분위기, 서비스 등등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문 닫은 가게들도 좀 둘러보고, 근처 Pub에 가서 술 한잔씩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오면서 관광객 다운 포즈와 구도로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신발가게 앞에서의 발길질
신발가게 앞에서의 발길질

숙소로 돌아와서 라운지를 갔더니 여러 종류의 커피와 차, 비스코티 등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 정말 Drisco는 사랑입니다.

Bath salt나 tea bag을 좀 써보려고 했지만, 너무 피곤하고 침대가 너무나도 편해서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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