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6.9.9 Las Vegas_Day 2

거대한 어른들의 놀이동산, 로마인들의 삶의 터전에서 체크 아웃을 하는데 룸 시설 이용료 중 물을 마셨다고 요금이 청구되었다. 오기 전에 인터넷 서치를 통해서 냉장고에 있는 것들에 센서가 있어서 건드리기만 해도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밖에 있는 물을 먹어도 요금이 부과되는 지는 몰랐다. 이럴거면 resort fee는 왜 받는 건질 모르겠다.

아침 8시 5분 정도에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투어카를 만나기로 했어서 로비에 나가서 기다렸다. 얼추 시간이 되니까 저 멀리서 검은색 벤츠 승합차가 왔는데, 무려 14인승이었다. 14명이 탈 수 있게 꽤나 넓고 차고가 굉장히 높았다. 하지만, 처음의 놀라움도 잠시 타고 다녀보니까 차가 높은 것 빼고는 딱히 좋거나 편하지 않았다. 우리는 맨 뒷자석에 앉았는데 에어콘이 잘 도달하지 않아서 엉덩이에 땀이 많이 찼고, 의자가 살짝 높아서 그런지 다리가 바닥에 닿질 않아 안정감이 좀 없었다. (다리가 짧은 우리의 잘못이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은 우리를 포함하여 총 13명이었고, 그 중에 가장 신기한 만남은 수지가 인턴하면서 다녔던 회사의 동료였다. 같이 맞추어서 예약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딱 이 날, 이 투어를 예약해서 만나게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신기하다.

투어는 총 1박2일이었고, 첫째날인 이날은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을 가면서 중간중간 유명한 스팟들을 구경하는 일정이었다. 다녀간 곳들은 대략 아래와 같다.

  • 픽업 -> Wahweap Overlook -> Glen Canyon Dam – > 어떤 마을에서 in & out burger 구입 ->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입구 -> 홀슈밴드(Horseshoe Band) -> 엔탈롭캐년 (Antelope Canyon)  -> 캠핑장 -> 저녁식사 -> 별보기 -> 취침

사실 중간중간 이동시간이 워낙 길고 차 타고 있을 땐 대부분 퍼질러 자고, 아무생각없이 내려서 보라고 하면 보고 돌아오라면 돌아오고를 반복해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잘 되질 않았다. 위의 명칭들도 여행기를 쓰면서 구글맵 등을 찾아가면서 적은 것이다. 좀 더 알아보고 주체적으로 움직였으면 기억에 더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주 조금 있다. (그런데 사실 뭐 그렇게 한다고 많이 달라졌겠는가… 어차피 짜여진 투어고, 미국 땅덩이가 넓어서 이동시간 길텐데)


Wahweap Overlook

가이드(캡틴이라고 부른다)가 찍어준 사진
가이드(캡틴이라고 부른다)가 찍어준 사진

거대한 댐 근처에 있는 평원, 전망대 같은 곳이었다. 잠을 많이 자서인지 이때부터 점차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넓고 크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경관이라 그냥 CG같았다.. 같이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은 정신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나도 무언가에 쫓기듯이 사진을 찍어댔다. 사실 이때부터 조금 가이드 투어라는게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뭘 해볼새도 없이 그냥 사진만 찍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게 적응이 잘 되질 않았다.


Glen Canyon Dam

댐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댐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뷰포인트에서 차를 타고 조금 더 가자 협곡들 사이로 정말 엄청나게 높은 댐이 있었다. 그 협곡 사이로 다리가 만들어져있어서 그 다리를 건너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쪽으로 가는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기 전 내려서 댐을 구경했는데 정말 높았다. 이 곳은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컸다.


In & Out Burger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도대체 이동은 언제끝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한 마을에 들려서 인앤아웃버거를 구입하고 한참을 가고 난 뒤 국립공원 안내소 같은 곳에서 자리를 펴고 피크닉 처럼 먹었다. 햄버거가 맛이 있기는 했던 것 같은데 식은 다음에 먹고 (구입부터 국립공원 안내소까지는 1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너무 정신없이 먹어서 어떤 맛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투어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겠지만, 구입한 당시에 먹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홀슈밴드(Horseshoe Band)

무서워서 더 다가가질 못하겠다.
무서워서 더 다가가질 못하겠다.

사막을 약 10~15분 정도 걸으면 커다랑 강이 협곡 아래로 말발굽모양으로 굽어서 흐르는 곳이다. 미국 관광사진 같은데서 많이 봤던 곳 같았다. 가는 길의 사막의 모래는 붉은색이었고, 입자가 정말 가늘어서 신발사이사이로 들어간다. 밟는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사막의 모래
사막의 모래

홀슈밴드까지 가는 길엔 정말 아무 것도 없고 사막뿐이었다. 중간지점에 그늘막 (정자) 같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유일한 쉼터였다.

저곳이 없다면 죽을지도 모른다
저곳이 없다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초입부터 경고판으로 한사람당 적어도 하나의 물을 무조건 가져가라는 사인이 계속해서 설치되어 있었다. 실제 갔다와보니 정말 물은 무조건 하나 이상있어야 할 것 같고 창이 넓은 모자를 써야할 듯 했다. 수지는 돌아오는 길에 약간 더위를 먹었다. (원체 체력도 약한데 모자도 안썼으니…) 홀슈밴드는 정말 까마득하게 높았고,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었다. 합성같았다. 신기한 점은 그렇게 높고 위험해 보이는데도 안전망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안전장치가 없어 위험하니 점프하면서 사진찍지 말라고 했다. 영정사진이 될 수도 있다고.


엔탈롭캐년 (Antelope Canyon)

아름다운 곳
아름다운 곳

여행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을 꼽으라면 바로 이곳이었다. 물이 휩쓸고간 계곡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투어를 진행하는 코스였는데, 색과 느낌 그리고 계속 사이에서 만져지는 질감 같은 것들이 오묘하고 아름다웠다. 이곳에서는 인디언 현지인이 무조건 가이드를 진행한다. 우리는 여자 인디언을 따라서 이동했다. 약간 통통하지만 건강해 보이는 그녀는 우리가 오늘 진행하는 4번째 팀이라고 했다. 4번째라 힘든지 숨을 묘하게 헐떡이면서 가는게 조금 불안해보였다.

인디언의 투어는 뭐랄까.. 좀 사무적이었다. 친절하긴 했으나 짜여진 친절함 같은 느낌이었고, 어떤 포인트에서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가 모두 정해져있어보여서 좀 재미없어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심지어 아이폰에서는 “크롬”필터를 쓰면 사진이 잘 나온다고 매뉴얼처럼 가르쳐주기까지 했다.) 그녀가 가장 내추럴하게 우리와 교감했다고 생각된 시점은 단 한 번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인앤아웃버거를 먹었다고 그녀가 부러워할 때였다. 인앤아웃버거의 위대함!

하지만 뭐 이런 부분은 가이드 투어에서 당연한 것이겠거니… 그래도 가이드 투어치고는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수월하고 쾌적하게 여행한 듯 했다. 앤탈롭프 캐년은 지면아래에 생긴 계곡 같은 곳이기 때문에 비가오면 물이 빠르게 불어서 투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 투어 일정에는 비가 안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캐년 안에서의 색감과 질감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여유있게 돌아보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계속해서 길을 따라 진행해야되기 때문에 기차놀이 하듯이 캐년을 나왔다.


캠핑 & 별보기

이 날의 투어는 대략 마무리 되어서 숙박을 위해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내에서는 대부분 지정된 캠핑장소에서만 숙박이 가능한 듯 했고 우리가 한 투어 업체는 이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자리를 펴고 캠핑을 하는 것 같았다. 다음날 새벽 4시쯤 일어날 때 현지 패트롤 차가 왔던 걸 봤는데, 이런 걸 보면 꽤나 안전한 축에 속하는 듯했다.

우리는 캠핑카가 아니라 옆의 텐트에서 자는 옵션을 선택했는데 꽤나 안락하고 좋았다. 캠핑카에는 샤워시설이나 화장실도 다 있어서 쾌적한 휴식이었다.

밥먹기 전에 벌써 잔다.
밥먹기 전에 벌써 잔다.

다같이 캡틴이 만들어주는 식사를 즐겼는데, 삼겹살과 목살, 밥, 김치찌개를 먹었다. 완전 코리안 스타일 캠핑… 사람들과 자기 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밤 9시쯤 캡틴을 따라 별을 보러갔다.

처음에는 별이 많다고 느껴지질 않고 그냥 한국에서 보던 하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었는데, 어둠에 눈이 조금씩 익숙해짐에 따라 더 많은 별이 보이기 시작했고, 조금은 흐릿했지만 은하수도 보였다. 몇몇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보길래 우리도 따라 누웠다. 바닥엔 돌이 있어서 등이 아팠다… 수지는 등을 바닥에 직접 대기 싫어서 나를 베고 누웠다…. 등이 아팠다…..

증거사진
증거사진

캡틴이 장노출로 사람들을 밤하늘과 함께 찍어주기 시작했다. 별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는데, 꽤나 멋졌다. 하지만 그랜드 캐년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합성같다…. 여긴 진짜 모든 것이 다 비현실적이다.

면세점에서 산  Sony 카메라로 나도 그걸 따라해보았다. 메뉴얼모드로 장노출로 해서 이런 저런 사진들을 찍어보았다.

정자 아닙니다
정자 아닙니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씻고 잠을 청했다. 너무 피곤했다. 캡틴과 몇몇 사람들은 달이 지고 별 사진을 또 찍겠다며 11~12시 경에 다시 나갔다. 대단한 사람들…. 너무 피곤해서 눈 감자마자 바로 잠이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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