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6.9.10 Las Vegas_Day 3

그랜드캐년의 일출을 봐야한다고 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새벽 4시라니.. 사람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란 말인가. 용케 일어나서 정말 대강 준비를 하고 (고양이세수) 그랜드캐년의 일출 포인트로 향했다.

해가 뜨기 전 하늘의 색은 굉장히 오묘했는데, 파란색과 보라색 그리고 주황색이 섞여 있는 듯한, 아니 계층지어져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된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광활한 일출은 아마 대부분 수평선을 따라 보는 것일텐데 그랜드 캐년의 일출은 지평선을 따라 이루어졌다. 굉장히 선명한 붉은색이 지평선을 뚫고 흡사 계란 노른자처럼 동그랗게 떠오르는데, (지금까지의 그랜드캐년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달걀이 떠오른다
달걀이 떠오른다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일출과 13인의 관광객
일출과 13인의 관광객

일출을 보고 난 뒤 그 주변의 여러 포인트를 돌아다니면서 그랜드캐년 여기저기를 봤는데, 저말 기묘하고 비현실적이었다. 카메라로는 어떻게 담아야할질 도저히 모르겠어서 대충 찍었다. 단렌즈 카메라는 배터리가 나가서 쓰질 못했고, (어차피 단렌즈로는 더 담기 힘들었을 것 같다.) 똑딱이 카메라와 아이폰으로 몇번 찍어보았지만 마음에 들게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캡틴이 광각렌즈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그랜드캐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 것 같다.

사실 합성입니다.
사실 합성입니다.

너무 일찍 일어난 나머지 배가 너무 고파서 뷰포인트를 돌아다니는 내내 우리는 언제 밥을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우리의 염원이 하늘에 닿아 결국 어떤 레스토랑으로 가서 미국식 아침식사를 했는데, 맛은 뭐 그냥 그랬다….

그 식당은 그랜드캐년 트래킹 코스 둘레길 의 마지막 목적지같은 곳이었다. (사실 어디가 어디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차에서 끊임없이 잤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고 나서는 캡틴이 어떤 포인트에 내려주었는데 거기서부터 식사한 장소까지 다시 걸어오면 된다고 했다. (버리고 가는건가??) 그랜드캐년 트래킹 코스 둘레길 를 수지와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중간에 기념품도 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왔다. 엄청 다이나믹 하거나 액티브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랜드캐년에서 산책하듯 평화로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꽤 좋았다.

이러고 놀았다.
이러고 놀았다.
이거 리얼 합성임
이거 리얼 합성임

12시 즈음 모두 만나서 슬슬 그랜드캐년을 떠날 준비를 했다. 가는 길에 Route 66과 맞닿은 도시를 잠깐 들리기는 했는데 그냥 그랬다. 오늘 투어가 어제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는데, 라스베가스까지 돌아가는데 약 3시간 가량이 소요되고 식사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생각하면 12시에 출발해야하므로 그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너무 짧게 느껴져서 조금은 섭섭하기도 했다.

돌아가는 길의 하늘은 예뻤다.
돌아가는 길의 하늘은 예뻤다.

차에서는 정말 계속 잤다. 너무 피곤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라스베가스에 약 7시쯤 도착했다. 사실 도시 자체에는 6시에 도착했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시내가 많이 복잡해서 같이 투어한 사람들을 숙소에 내려주는데 한참 걸렸다. 그렇게 캡틴과 뜨거운 작별을 하고 오늘의 숙소인 Cosmopolitan에 도착했다.

코스모폴리탄은 라스베가스 호텔들 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곳이었고, 그에 걸맞게 깔끔하고 모던모던했다. 도착한 시간이 딱 수영장 문 닫을 시간이라 안타깝게도 가보질 못하고 체크인 후 바로 방으로 갔다. 방은 깔끔하긴 했으나 (시저스 팰리스에 비하면 훨씬 깔끔하다.) 우리나라의 좋은 모텔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역시 Drisco가 체고시다.)

코스모폴리탄은 클럽 Marquee가 유명하다고 들었다. 수지가 여기까지 왔으니 꼭 가보고 싶다고 하고, 투숙객은 무료입장이라길래 나도 같이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드레스코드가 엄격하다고 해서 당혹… 여자는 메이크업&드레스에, 남자는 버튼업셔츠와 Dress shoes가 꼭 지켜져야한다고 했다. 내가 가져온 옷들 중에는 그나마 저 조건에 맞는게 데님셔츠, 그레이 진, 남색 팔라디움 밖에 없어서 옷을 다 사야할 판이었다. 수지도 드레스가 있긴하지만 마땅한 구두가 없어서 이 역시 사야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마퀴를 포기하는 대신 모든 것을 사러 나갔다. (쇼핑 귀신들…)

쇼핑몰로 가는 길에 마퀴 앞을 지나는데 직원들이 입장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한 명이 좀 여유로워 보이길래 과감하게 드레스코드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가 입은 것들로 입장이 가능하겠냐고 했더니 그레이 진과 팔라디움은 전혀 문제없고 셔츠만 입으면 된다고 했다. 신발은 스니커즈만 아니면 대부분 입장 가능하다고 했다. 데님 셔츠 역시 버튼업만 하면 전혀 문제 안된다고 했으나, 그 유명한 마퀴에 가는데 너무 헐랭하게 가는 것 같아서 검은색 셔츠를 하나 사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에게 드레스코드에 대해서 설명해준 그 친구가 자기 명함을 주면서 오기전에 자기한테 What’s app으로 연락해서 예약하면 자리도 잡아주고 여자는 칵테일도 하나 무료로 준다고 했다. 이게 웬떡인가 싶어 출발하기 전에 낼름 예약을 했는데 바쁜지 답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답장을 기다리지 않고 들어갔는데 나중에 보니 이 친구는 라스베가스 클럽 vip 에이전트 같은 사람인 것 같았다. 만약에 예약을 했다면 자리도 잡고 비싼 술도 시키고 돈도 왕창들었을 것 같다. 연락 안되길 다행이다…

다시 입장전으로 돌아가서, 코스모폴리탄 옆에 있는 쇼핑몰에 있는 H&M에서 나는 검은색 셔츠를 사고, 수지는 Guess에서 검은색 구두를 샀다. 그 과정에서 웃겼던 건 한 매장에 들어가서 한국인 점원을 만났던 일이다. 우리가 매장에 들어가자 40대 정도 되어보이는 한 여성 점원분이 우리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우리가 korea라고 하자 자기도 한국사람이라며 한국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집값, 한국의 취업란, 한국에서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살기 힘든지 등등을 이야기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분은 점원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팔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뭘 보러 왔냐고 묻지도 않고 한국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다가 나왔다.

마퀴에 갑니다.
마퀴에 갑니다.

마퀴에 입장한 것은 약 11시쯤이었다. 입장하니 스테이지가 두개 있었는데,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EDM을, 서브 스테이지에서는 힙합을 틀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서브 스테이지가 더 좋았는데, 서브 스테이지는 수영장 근처의 야외 라운지였기 때문이다. 사실, 마퀴는 hip한 클럽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강남에 있는 좋은 클럽같은 느낌이었다. 틀어주는 노래도 그냥 그랬는데, 예를 들자면 wonderwall 을 힙합 비트에 믹스한다던지 하는 것들이었다. (라스베가스 토토가?)

마퀴의 서브스테이지
마퀴의 서브스테이지

메인스테이지는 그냥 평범한 EDM스테이지여서 매력적이지 않았다. 얼추 놀다가 새벽 1시쯤 나온 것 같다. 배가 고파서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어마어마한 식사를 하고 카지노를 어슬렁거리며 열심히 슬롯 머신을 했다. 첫번째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뭔가라도 좀 해보고 싶어서 룰렛을 한번 해봤다. 룰렛에 가서 열심히 위험회피형 배팅을 하다가 별 재미도 못보고 털리고, 다시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슬롯머신을 했다. 그리고 결국 또 잃었다. 난 도박은 하지말아야지…

한참을 놀다가 돌아와서 내일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자려고 누우니 새벽4시였다. 새벽 4시라니…. 오늘 총 24시간을 깨어있었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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