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6.9.11 San Francisco_Day 2

전날 24시간을 깨어있었음에도 불굴의 의지로 짐을 싸고 잔 덕에 아침에 움직이는 것은 조금 수월했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출발을 기다리다가 생각을 해봤는데, 비행기가 10시 30분에 출발하게 되면 도착이 약 12시 일거고, 호텔에 가게되면 약 1시 정도 일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호텔 체크인 시간인 3시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짐을 안풀고 움직이면 불편할 것 같아 어찌해야할지 고민이었다. (계획성애자)

하지만 우리의 Virgin America는 그런 걱정을 한방에 날려주었다. 10시 30분에 이륙하기로 한 비행기가 12시 30분에 이륙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활주로에 진입하기 전까지 약 1시간 30분 가량을 그냥 멍하니 기다렸다. 내 평생에 (얼마되진 않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라스베가스 공항이 문제인건지 virgin america 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라스베가스에 대한 기억을 안좋게 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끝까지 우리에게 펼쳐졌다. (심지어 비행기에는 커피도 없었다)

배려깊은 라스베가스와 항공사 덕분에 호텔 체크인은 정확히 3시에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체크인 한 Fisherman’s Warf 근처의 Hyatt Centric이 우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간 중에 가장 오래 머무는 호텔이었다. 하얏트 센트릭은 관광의 요충지인 피셔맨스 워프 바로 옆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았고, 예약하는 페이지에서 보니까 수영장이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하지만 체크인 한 당일은 날씨가 너무 안좋았고, 다른 날들은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느랴 바빠서 수영장은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체크인 하는데, 직원이 조금 싸가지가 없어서 기분이 영 좋질 않았다. 나에게 뭔가를 가르치듯이, 따지듯이 이야기해서 기분이 확 상했다. 기분은 나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이 찍소리도 못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방은 천고가 높아 시원해보였고, 그나마 방이 시원시원한 것이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려 주었다.

천고가 높아서 좋았다.
천고가 높아서 좋았다.

여기에서 머물면서 놀랐던 것은 룸클리닝이 거의 아침 8시 30분 부터 들이닥친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나갈 준비하려고 벗고 씻고 있는데, 갑자기 룸클리닝이라며 문을 연적도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 호텔만 유난 떠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마지막 날에 묵었던 palace호텔에서도 그랬던 것을 보면 샌프란시스코 호텔 특유의 문화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갑작스런 룸클리닝의 방문을 원치 않는다면 꼭 자기전에 do not disturb 를 문 밖에 걸어놓고 자는 것을 추천한다.

하얏트 센트릭은 우리의 여행 중에 가장 오래동안 머물 곳이었기 때문에 옷가지와 물건들을 캐리어에서 꺼내서 정리를 했다. 얼추 정리를 끝내고 나서 어디를 갈까 여행책을 보면서 고민을 하다가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해서 그냥 근처에 있는 피셔맨스 워프와 Pier 39를 가보기로 했다.

피셔맨스 워프와 pier 39는 우리가 여행 중에 들렸던 그 어떤 곳보다 관광객이 많았다. 가히 관광객의 주서식지라고 할 수 있겠다.

끊임없는 관광객의 향연
끊임없는 관광객의 향연

피셔맨스 워프는 관광지가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을 갖춘듯 했다. 많은 사람들과 정신없음, 많지만 쓸모없는 상점, 버스킹, 비둘기 등이 그 요소였다. 게다가 여기는 항구라서 갈매기까지 비둘기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이 모든 것들을 헤치며 sour dough로 유명한 Boudin으로 향했는데….

보우딘, 정말 대단...
보우딘, 정말 대단…

여긴 정말 어마어마한 관광지였다. 수 많은 사람들과 기계식으로 나오는 음식들… 아찔했다. 사실 Boudin 매장은 피셔맨스 워프에 제일 크게 있긴 하지만 유니온 스퀘어에 있는 백화점이나 여러 곳에 분점이 있으니,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sour dough를 함께 즐기고 싶은 것이 아니면 꼭 여기로 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크램차우더와 샌드위치
크램차우더와 샌드위치

우리는 사우어 도우에 담긴 크램차우더와 샌드위치 세트를 먹었는데, 음식의 맛이 뭐랄까… 오묘했다. 맛이 없다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맛이 있다고 하기도 뭐했다. 크램차우더는 좀 비렸고, 샌드위치는 밋밋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두 음식 다 약간은 시큼한 맛이 나는 사우어 도우와 딱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딱히 이 크램차우더와 샌드위치를 사우어 도우로 해야하는 이유가 느껴지질 않았다. 실패.

하지만 먹는 나의 모습은....
하지만 먹는 나의 모습은….

Pier 39로 이동하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더욱 복잡했고 더더욱 정신없었다.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수지는 이렇게 된 바에 완전 리얼 관광객 행세를 하자며 100% 관광객 스타일 사진도 찍고 회전목마도 타자고 했다. (회전목마가 있다!)

수지는 내가 내키지 않아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관광객일 수 밖에 없고 아무리 관광객이 많은, 마음에 들지 않는 장소에 왔다고 해도 이왕 시간을 들여 여기를 왔다면 여기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재미를 뽑아내야하지 않겠냐고 했고 나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입장이었다. 이게 수지에게는 상처가 된 것 같다.

사실 생각해보면 수지 말이 맞긴하다. 어차피 우리는 어떻게 해도 관광객일 뿐이고,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이 상황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긴 할거다. 나도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고 행동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샌프란시스코 여행 일정 내내 수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했다.

Pier 39엔 바다사자보다는 관광객이 많았다
Pier 39엔 바다사자보다는 관광객이 많았다

Pier 39 에서 숙소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슬슬 걸어서 돌아갔다. 가는 길에 발견한 곳이 2군데가 있었는데, 1 곳은 Orchard Supply Hardware라는 곳으로 홈 가드닝, 집 수선 용품 등을 파는 정말 미국적인 상점이다. 이 곳을 둘러보다가 Dickies 점프수트를 $49.99 에 파는 발견했다. Dickies 점프수트라니… 정말 엄청나게 미국스럽지 않은가! 아마 돌아가면 잘 입지도 않겠지만, 엄청난 기념품을 발견한 것 마냥 우리는 좋아했다. 지금 당장 사지는 않고 숙소근처니까 나중에 시간날 때 들러서 사리라 마음먹고 나왔다.

또 근처에서 Trader Joe’s 라는 마켓을 발견했다. 여기는 식료품 위주로 파는 곳이었는데, 장소가 주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이것 저것 둘러보면서 이런 곳이 한국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요거트, 맥주, 쇼핑백 등 간단한 것들을 사서 나왔다.

돌아와서는 내일 계획도 세우고 저널도 쓰고 자야지라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바로 잠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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