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6.9.12 San Francisco_Day 3

월요일은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가 좋아라하는) 쇼핑 위주의 관광이 어렵고, 미술관 등도 휴관일이므로 거길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비록 날씨는 안 좋을지라도 자전거로 Golden gate bridge를 건너서 Sausalito로 가는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수지의 친구로부터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서 소살리토로 갔던 그 기억이 자기의 여행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기억 중에 하나라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우리 여행에 있어서도 정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까지는…)

피셔맨스 워프 근처에도 자전거를 빌리는 곳이 많긴 했지만 도로를 자전거로 타고 가는게 좀 부담되서 최대한 골든 게이트 브릿지 근처에서 빌리기로 했다. 수지는 초등학교 이후로 자전거를 제대로 타본 적이 없고, 나는 샌프란시스코 교통 법규가 익숙하지 않아서 차들과 함께 달리는 건 부담이었다.

숙소에서 골든 게이트 브릿지 근처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 전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힘을 얻어야 했으므로 주변에서 커피숍을 찾기 시작했다. 구글맵에서 검색을 통해 Black Point Cafe라는 곳을 발견했다. 퀴시(Quiche) 와 크루아상, 블랙커피, 라벤더 라떼를 시켜서 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어제의 실패를 뒤로하고 모든 것이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시작이었다. 어제 피셔맨스 워프에서 겪었던 어려움과는 다르게 이 곳은 조용하고 로컬 느낌이 물씬나는 곳이었다.

Black Point Cafe, 로컬 느낌이 물씬 난다.
Black Point Cafe, 로컬 느낌이 물씬 난다.

카페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혼자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열심히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옆에 NASA 맨투맨을 입은 남자가 들어와서 앉았다. 그는 회색 NASA 맨투맨을 입고, 커다란 갈색헤어밴드를 하고, 턱수염을 길렀으며 안경을 쓰고 있었다. 가끔씩 안경을 벗어서 안경 다리를 살짝 입에 문채로 책을 읽기도 했다. 그렇다. 그는 True SF 힙스터였던 것이다. 사진을 찍어놓을 걸 그랬다… 사랑해요 힙스터. 수지말로는 그 사람도 소살리토로 자전거를 타고 온걸 봤다고했는데, 나는 못 봤다…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아쉽다.

힙스터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골든 게이트 브릿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여성 버스 드라이버는 우리가 관광객티가 팍팍나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자세히 물어보고 어디서 내리면 된다고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줬다. 훈훈했다. 어제의 모든 슬픔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내린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북쪽 끝 즈음에 있는 Marina Boulevard 근처였다. 이 곳은 바다에 바로 맞닿은 곳이었고, 커다란 공원도 많고 분위기가 여유로운게 부자동네 느낌이 났다.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Sports Basement가 있었고, 여기서 자전거를 두대 빌렸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고행이 시작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건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수지가 자전거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며, 나는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수지가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으니 앞에서 먼저 가게하고 나는 뒤에서 따라가는 전략으로 소살리토로 향했는데, 서로 템포가 맞질 않아서 나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

템포가 잘 맞질 않고 스무스하게 가질 못하니까 나는 중간중간 짜증도 나고 마음도 급해져서 충분히 즐기질 못하고, 수지도 내 눈치를 보느랴 맘 편히 다니질 못한 것 같다. 어제 발생한 문제의 연장선인 것 같아서 돌이켜보면 참 미안하다.

어쨌든, 자전거를 타고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건너는 것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기는 어려운 여정이다. 어느정도 자전거에 익숙하고, 오르막이 있어도 무리없이 올라갈 수 있으며 옆에 자동차가 다녀도 주행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1. 언덕이 중간중간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편하게만 달릴 수 없다
  2. 골든 게이트 브릿지에서는 자동차와 자전거 도로가 구분되어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으면 당황하기 딱 좋다
  3. 소살리토로 들어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내리막이며, 자동차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겸용으로 쓰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한강 공원에서처럼 맘편하게 아무생각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니 혹시라도 자전거를 타고 소살리토로 갈 생각이라면 자신의 자전거 실력을 한 번쯤은 돌아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살리토로 가는 길에는 대부분 우리같은 관광객들이 많지만 가끔씩은 우리 같은 떠중이가 아니라 진짜 자전거 라이더들도 다니기 때문에 이것도 좀 무섭다. 한번은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On your left!!!”라고 소리치며 3~4명의 라이더가 쌩하니 내 왼쪽을 지나가기도 했다.

가는 길에 작은 사고도 하나 있었는데, 내리막에서 내 앞에 가던 수지가 갑자기 넘어지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급정거를 했다. 넘어진건 수지였는데 내 자전거의 체인이 빠져버려서 길가에서 허둥지둥 체인을 다시 끼웠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소살리토에 겨우겨우 입성을 했다.

소살리토에는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고 오는 관광객이 무척이나 많았고, 이 때문인지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아무데나 주차하면 벌금을 내야한다고 한다. (견인까지 된단다) 지정된 공간에 주차비를 내고 자전거를 보관해야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만 해도 소살리토의 재원에 꽤나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차장에 자전거가 많았다. (하지만 이것이 없어도 충분히 부자동네 같아 보이긴 했다..)

주차를 도와준 할아버지는 정말 친절하고 소살리토를 사랑하는 분인 것 같았다. 진심어린 목소리로 “Welcome to Sausalito”로 부터 시작해서 각종 인사말을 계속 건네며, 여긴 정말 좋은 동네라고, 잘 놀다가라고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주었다. 돌아가는 페리를 타는 곳도 알려주었다.

소살리토 하이염
소살리토 하이염

소살리토에 온 큰 목적 중 하나인 Fred’s Place를 가기 위해서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입구 쪽 보다 좀 더 안쪽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브런치 카페인 이곳은 2시 30분까지만 영업을 하는 곳이었고,  샌프란시스코에는 이런 식으로 2~3시 정도까지만 하는 카페가 좀 있는 것 같았다.

소살리토 입구에는 상점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아서 조금 정신이 없지만 (물론 피셔맨스 워프 같진 않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굉장히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의 광경이 이어진다. 그 길을 걷는 것이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더욱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할 때는 흐렸던 날씨가 이곳에 오니 햇볕 쨍쨍하게 바뀌어서 더욱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 이 길을 수지와 함께 수많은 개드립을 날리고, 각종 사진을 찍으며 갔더니 오면서 느꼈던 초조함과 짜증이 거의 다 사라졌다.

gif 성애자
gif 성애자

Fred’s Place에 도착한 것은 약 1시 즈음이었던 것 같다. 희한하게도 종업원이 모두 중국인이었다. 중국인이 많이 살 것 같은 동네도 아니고, 카페가 정말 완전히 미국적 분위기가 가득한데 종업원이 모두 중국인이어서 뭔가 기분이 묘했다. (게다가 나보고 한국사람이 아니라 중국사람 같다고 했다.)

Fred's Place
Fred’s Place

그런 것과는 별개로 음식을 정말 푸짐하고 맛이 있었다! 이곳에 방문하기 위해 소살리토까지 온 것이 절대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식사였다. 게다가 커피를 계속 주었기 때문에 원없이 먹고 마셨다.

에그베네딕트와 해시브라운,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스프. 양 많다....
에그베네딕트와 해시브라운,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스프. 양 많다….

배불리 먹고 휴식을 조금 취한다음에 다시 소살리토 시내로 나가보았다. 상점도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딱히 살만한 것은 없어서 아쉬웠다. 피셔맨스 워프로 가는 페리를 기다리며, 수 많은 비둘기와 갈매기가 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보았다.

갈매기와 즐거운 한 때
갈매기와 즐거운 한 때

페리로 피셔맨스 워프까지는 거의 15~20분 만에 도착한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피셔맨스 워프에서 숙소까지 가려고 했으나, 수지에게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여의치 않아 조금 타다가 끌고 돌아왔다.

숙소에서 조금 쉬고 이제 자전거를 반납해야 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골든 게이트 브릿지 근처까지 갈 엄두가 도저히 나질 않았다. 그래서 혹시 주변에 있는 다른 자전거 매장 중에 Sports basement의 분점이 있지는 않은지, 있다면 여기서도 반납이 가능한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전화도 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다행히도 근처에 반납 가능한 매장이 있었다!!!! 정말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반납의 기쁨을 수지가 온몸으로 표현하고 난 뒤 우리는 Union Square 쪽으로 이동했다.

유니온 스퀘어는 번화가 이므로 요일에 상관없이 여는 곳이 많을 것 같았다는 생각에 오후 일정으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백화점, 애플스토어 등등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딱히 볼거리도 없고 쇼핑할 거리도 없어서 조금 방황했다.

애플 스토어에서는 창작활동에 매진했다.
애플 스토어에서는 창작활동에 매진했다.

시내에서 목적지 없이 헤매다 보니까 시내에서 식당 찾아서 먹기도 너무 귀찮아서 그냥 호텔 앞에 있는 식당에서 먹을 생각에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하얏트 센트릭의 룸서비스는 호텔 로비와 연결되어있는 식당에서 제공되는 것 같았는데, 그 식당이 밖에서 보기엔 그럴듯해보여서 한번쯤은 룸서비스를 시켜보자고 했다.

하지만 재앙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면서 시작되었다. 수지는 약속한대로 룸서비스를 시켜서 먹지를 않아서 무척이나 화가났고, 나는 다음날 계속해서 사과를 해야했다. 내 체력은 왜 이리도 저질이 되었단 말인가… 일년 전에 유럽에 갔을 때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이 날까지 우리 여행 일정은 너무 빠듯했던 것 같다. 다음 날 부터는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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