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7.04.10 Stockholm_Day1

비행기는 밤 12시 50분에 예정되어있었지만 환전센터의 종료시간, 면세점 구경 등을 생각해서 오후 6시 30분쯤 공항철도를 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화물 체크인은 대부분 출발 2시간전쯤 카운터가 열리니까 일찍 가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가는 내내 환전 후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KLM항공은 카운터를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크 인 및 수화물 위탁을 모두 무인카운터에서 오후 8시 30분 부터 할 수 있었다.

수화물을 맡기고 출국장으로 나가긴 했으나 긴 여행일정을 생각했을 때 면세점에서 많은 물건을 사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서 (유럽에서 살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따리상이 아니지만 물건은 많이 살거다.) 특별히 다른 것을 사진 않았다. 다만 저녁 먹는 것이 문제였는데 영원할 것 같은 공항의 음식점들도 대부분 오후 9시 30분이면 문을 닫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서울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데, 공항은 밤이면 조용해진다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다.

충동적으로 계획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짜놓은 일정이 너무나도 부실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노트북을 켜고, 여행책을 펴고 숙소를 잡고 구글맵에 계획도 해보고 하였으나 딱히 큰 소득은 없었다.

쓸모없는 행위 중

여차저차 긴 기다림의 시간은 지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KLM항공은 처음이었는데 그리 좋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일단 비행기가 좀 낡았고 디스플레이가 너무 옛날 디스플레이였으며, 무엇보다도 기내에서 신을 덧신이나 양말도 안주었다! 그리고 첫 기내식에서 음식 뭐 먹을 거냐고 물어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주지 않아서 큰 실수를 했다. 그냥 치킨과 비프 중에 무엇을 먹을 것이냐고 물어봤는데, 나에게 중요한 것은 치킨이냐 비프냐가 아니었다. 치킨 with 파스타 or 비프 with 라이스 앤 김치 라고 물어봐야지 왜 치킨, 비프만 말해주서 비프를 고르게 했단 말이냐. 부가적인 정보가 있었다면 당연히 치킨을 골랐겠지만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나는 비프를 골랐고, 비행기에서 김치와 고추장을 보는 끔찍한 경험을 하였다. (나는 아직 유럽뽕이 빠지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유럽뽕과는 별개로 비행기에서 한식을 먹고 싶은 생각은 아직도 별로 없다.)

그 외에는 크게 기억이 나질 않는데, 12시간 정도의 비행 내내 계속 잠을 퍼질러 잤기 때문이다. 밥먹는 시간 2회와 이착륙 대기 등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잠을 잔 것 같다. 유럽가는 것은 역시 밤비행기가 최고인 것 같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 스톡홀름으로 환승하기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게이트를 이동하고 검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해서 순수하게 기다린 시간은 많지 않았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가 얼마나 여행 계획을 개판으로 짰는지 알 수 있었는데, 어차피 여행 계획에 암스테르담이 포함되어있다면 왜 처음에 우리는 스톡홀름으로 향하고 있단 말인가… 환승을 하면서 이 물음은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때도 그렇지만 수지와 나는 참 여행계획을 못세우는 것 같다.

환승 중에도 한다. 심슨게임.

스톡홀름 공항에 내려 언제나 그렇듯 안내센터의 책자를 챙기고 시내로 가는 설명을 들었다. 직원의 친절함에 감동하였다. 이것이 북유럽인가. 다만 공항 내에서는 심카드를 파는 곳이 없어서 여행 필수품인 인터넷을 챙기지 못했다. 불안했다.

스웨덴 깃발
여기가 북유럽입니까…

버스와 철도 지하철을 갈아타며 숙소가 있는 Karanplan에 도착했다. 오랜 비행으로 가뜩이나 숱도 없는 머리에 기름까지 잔뜩껴서 머리 좀 시원하게 감고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슬프게도 방이 오후 2~3시는 되어야 준비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약 오전 11시쯤이었다.)

짐을 맡기고 자랑스러운 떡진 머리를 앞세워 나가려고 하는데 밖에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챙겨온 비옷을 주섬주섬 껴입고 주변 탐방에 나섰다.

Karanplan 지역은 조용하고 상점이 많은 지역은 아니었다. Yelp를 뒤져가며 갈만한 카페를 탐색했다. 몇개의 선택지 중에 Bageriet Kringlan 이라는 조그마한 카페를 결국 선택했는데, 훌륭한 선택이었다. 영어 메뉴가 없어서 주문이 조금 어렵기는 했으나 주인이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스톡홀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하고 발음도 엄청나게 좋았다.

Brygg Kaffe는 드립커피(보통 리필을 해준다. 아마 Black Coffee인거 같다.) Kyckling은 치킨이라는 것을 알게해 준 소중한 첫 주문이었다.

카페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여행 계획도 어떻게 할지 짜면서 꽤나 긴 시간을 보냈으나 아직 체크인 가능 시간까지 시간이 지나가질 않았고, 계속 앉아있기도 지겨워서 일어나 다시 동네 탐방을 떠났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Saluhall이라는 곳을 발견했는데 여기는 신선한 식재료 및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들렸던 페리빌딩이 생각나기도 했다.

여전히 떡진 머리를 하고 커피를 먹었다. Fika! 굉장히 맛있어보이는 빵도 많았으나, 선택을 뭘 해야할질 몰라서 크로아상과 직원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먹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쓰는 여행기다 보니 맛이 잘 생각이 안나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 이 살루홀은 스톡홀름에 있는 동안 2~3번 정도 더 들렸는데, 꽤나 좋은 곳이었다.

더이상 머리의 기름을 참을 수 없어서 호텔로 돌아가 기적과도 같은 샤워를 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방에서 밍기적 대다가 저녁 즈음에 다시 활동을 개시했다. 여기저기 서칭하다가 괜찮은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 낮에 갔던 지역을 또다시 갔다. 내 기억으로는 이 날 같은 지역을 걸어서 3번쯤 간 것 같다. 역시 우리는 비효율적인 여행의 대가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이 바로 북유럽바이브. 여러분이 알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비효율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어보았다.

항구쪽으로 내려갔더니 해가 지고 있었는데 (해가 진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강렬하긴 했지만…) 북유럽에서 느껴지는 해는 뭔가 달랐다. 엄청나게 강렬하고 쨍한 느낌이었다.

Nybrogatan 38 에 위치한 식당은 (식당이름이 주소와 동일하다.) 나쁘지 않았다.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좀 없었고, 테이블이 작았던 것은 불편했던 점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늑하고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전빵으로 나오는 빵들의 퀄리티가 엄청 좋았다. 특이한 것은 식전빵으로 빵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담백한 과자같은 밀가루로 만든 칩도 같이 주었는데, 북유럽에서는 이런 칩같이 바삭한 빵을 많이 먹는 것 같았다. (다른 호텔 조식에서도 계속 나오더라) 달지 않고 고소하게 맛있었고 바삭한 식감도 좋았다.

이것만 먹어도 배부를거 같다

여러 메뉴 중 어떤걸 시킬지 고민되어서 직원에게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미트볼을 추천해주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미트볼을 먹지 않는 것 같았는데도 나에게 미트볼을 추천해준 이유는 아마 내가 관광객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스톡홀름, 스웨덴에 왔으니 미트볼은 당연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크게 개의치 않고 일단 미트볼을 시켰고, 수지는 팔라펠을 시켰다. 수지가 런던에 있을 때는 팔라펠을 wrap형태로 많이 먹었다고 했는데, 여기는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트볼을 먹어본 순간, 스톡홀름 미트볼의 핵심은 역설적이게도 미트볼이 아니라 매쉬드포테이토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미트볼이 지옥같이 짜서 매쉬드포테이토 없이는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자에게 고마워해야하는 음식이다. 팔라펠도 약간 짭짤하긴 했지만 미트볼의 짠맛에 비할바는 아니었고, 꽤 맛이 좋았다.

짭니다.

식사를 마치고 관광객 포스를 강렬하게 풍기며 거리 사진을 열심히 찍으며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상점 앞에서 어리고 잘생긴 금발의 청소년이 우리에게 갑자기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맨 처음에는 북유럽 중딩한테 삥뜯길까봐 완전히 쫄았는데, 일단 그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다행이었다. 그 친구는 우리에게 길 건너에 있는 편의점에서 말아피는 담배를 위한 담배 종이 좀 사다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아니 무슨 북유럽에 사는 탈선 청소년이 지나가는 동양인 관광객에게 이런걸 부탁한단 말이냐…. 외국에까지 와서 청소년의 탈선을 도와주는 것은 마음에 좀 걸려서 안된다고 했더니 엄청 간절한 얼굴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Please라고 애원했는데, 참 애잔했다… 쓸쓸히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냥 사다 줄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숙소에 돌아와서까지도 그의 뒷모습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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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의 저녁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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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북유럽의 밤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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