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7.04.13 Stockholm_Day4

뇌르말름의 쿵스가탄 지역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중심가였기 때문에 여행 전에 찾아본 여러 샵들이 많이 있었다. 가고 싶다고 구글 맵에 표시도 해놓고 그 표시된 대로 여기저기 찾아가보았다. 귀여운 유아용 장난감을 다양하게 파는 샵, 인터넷으로 본 유명한 솔 파는 곳 (화장실 솔, 목욕 솔 그거 말하는 것이다) 등 여러 곳을 돌아보았지만 딱히 마음에 크게 들거나 사고 싶은 것을 파는 곳이 많지는 않았다.

우리가 여행을 출발하기 며칠 전에 스톡홀름에서 테러가 있었는데, 지나가다보니 그 사건이 있었던 곳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추모의 의미로 그 장소에 초를 밝히고 헌화해 놓았다. 엄숙함과 따뜻함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많은 사람들 (우리 역시 포함이다.)의 북적거림과 묘한 붕 뜬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모를 불편함이 들어서 오래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헌화

우리가 여행을 계획한 여러 도시들이 여행 시작 얼마 전에 테러를 겪었던 곳이어서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17년 4월 스톡홀름 차량 테러, 17년 3월 런던 차량 테러, 16년 12월 베를린 차량 테러 등) 베를린에서 수지의 런던친구 (아일랜드인) S를 만났을 때도 유럽의 테러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다. 몇 년 전만해도 대규모로 그리고 총기나 폭발물로 이루어지던 테러의 양상이 최근에는 차량 돌진 등 국지적이고 조금은 덜 조직적인 방법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지 않냐는 이야기도 했다. 테러에 대한 대비가 각국에서 더 잘되고 있는 것인지, IS의 조직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대로 테러가 한없이 더 약해졌으면 했다.

거리를 둘러보다가 Urban Deli 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영어 메뉴를 받아서 봤음에도 어떤 메뉴인지 알기가 왠지 힘들었다. 코리안 스타일 뭐시기도 있고 그랬는데, 도저히 어떤 음식일지 짐작이 되질 않고 베지테리안 버거는 먹고 싶지 않아서 다른 메뉴를 시켰는데, 뭐랄까… 스웨덴 순대국 같았다… 후… 먹으면서 수지랑 저녁에는 맥도날드를 가는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적어도 맥도날드에서는 우리가 뭘 먹는지는 알고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결국 저녁에 식사를 하진 않았다.)

(뭔지 모를) 점심을 먹고 밖에 나와서 길을 돌아다녀보았다. 큰 길을 따라 걸으면서 여행 전에 미리 정보를 입수해 놓은 유명한 카페로 발을 옮겼다.

도착한 Snickarbacken 7 카페는 스톡홀름에서 간 카페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여행기를 적기 위해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유명한 곳인가보다. 정보 및 사진이 꽤나 나온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카페이자 갤러리이며, 샵인 이 곳은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기 위해 나와있었고, 분위기도 조용하니 좋았다. 샾에서는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많이 팔았는데 그 중에서도 스톡홀름 진&토닉을 파는 것이 눈에 띄었다. 사가서 마셔보고 싶었는데 유통기한을 보니 2주밖에 남지 않아서 점원에게 우리 여행기간이 유통기한보다 긴데, 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건 없냐고 물었더니 안타깝게도 없다고 했다.. 쩝.. 아쉬웠다.

여행 4일째가 되는 지금까지 북유럽이라는 장소에 가졌던 기대만큼 좋은 장소를 찾질 못해서 아쉬움만 가득했던 여행 일정 중에 처음으로 그나마 만족스러운 곳이 나타나서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밖에 나와서 서로 인생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벤치에 앉아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물론 인생사진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

밖에 나와서 거리를 좀 더 기웃거려보았는데, 당장 내일부터 부활절 연휴 시작이라서 많은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았다. (잊지 않겠다 부활절…) 가게를 보는 것은 포기하고 어떤 것을 할지 또다시 고민했으나 딱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수지는 근처에 있는 공원을 좀 산책하고 싶어했는데, 나는 너무 추워서 선뜻 따라 나설 수가 없었다. 여행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니 모든 것이 다 삐걱대는 느낌이었다. 날씨라도 춥지 않았다면 즉흥적으로 하는 여행이 기분 좋았을 수 있겠으나 추워서 그러기가 쉽지가 않아서 스트레스가 심했다.

닫은 가게를 기웃거려본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걸어서 숙소까지 돌아오기로 했다. 조금 걷다보니 금세 첫날 저녁식사를 한 거리로 왔다. 이렇게 금방금방 다닐 수 있는 것을 보면 스톡홀름은 그리 크지 않은 도시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저녁식사를 했던 레스토랑 앞에는 테이크 아웃 핫도그를 파는 테이크아웃 전문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Cool Cousin에서도 강추한다고 표시된 곳이었다. 저녁을 먹지 않았고, 또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핫도그로 때우자는 생각으로 핫도그를 주문해서 먹었다.

핫도그는 핵존맛이었다… 소시지가 바삭하면서도 촉촉했고, 맛의 밸런스가 정말 좋았다. 하나 사서 먹은게 아쉬울 정도였다. 왜 하나만 먹고 더 주문해서 먹질 않았던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더 먹었어야 했는데… 먹으면서 생각해보니 스톡홀름에는 푸드트럭에서 파는 음식들 같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거의 보이질 않았다. 식당에서 제대로 먹으면 비싸기도 하고 간단하게 먹고 싶은 날들이 가끔씩 있었는데, 그때마다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질 못해 아쉬웠다.

맛있다.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돌아와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상점들은 6~7시면 문을 닫으니 딱히 할 것이 생각나지 않았고 맘편하게 산책을 하거나 하기에도 추워서 쉽게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빈둥대면서 쉬고 있다보니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수지가 견딜 수가 없어했다. 여행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되었는데, 수지는 북유럽까지 왔는데 제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조금 조바심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어쨌든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펍에 가서 맥주한잔 하며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갔다. 펍은 밖에서 보았을 때는 굉장히 조그마하고 조용할 것 같이 보였는데 들어가니 꽤 크고 북적북적했다. 맥주 한잔씩을 시키고 중고등학생 같아보이는 스웨덴 남자애들 사이에 앉아 여행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톡홀름이 기대했던 것 보다 우리에게 잘 맞는 여행지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 또한, 지금 너무 상점들 위주로만 여행을 하고 있다보니 체력소모가 크고 일명 현자타임도 빨리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상점만 다닐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를 가는 비율도 잘 조절해서 다닐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어쨌든 스톡홀름이 우리에게 크게 인상적인 여행지가 아니라는 것에 크게 공감했다. 힙한 동네, 상점 등을 발견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고, 서울에서 볼 수 있는 동네, 상점의 느낌보다 더 좋다고 느껴질 만한 곳이 많질 않았다. 디자인이 발달한 나라라고 했으나 그 발전된 디자인에서 다시 파생되는 무언가가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이미 과거에 발전을 너무 많이 해버린 상태라서 지금은 그냥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그 이상으로는 크게 나아가지 않는, 조금은 정체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돌아다닌 거리는 깔끔하긴 했으나 어딜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편집샵들도 특별할게 없었고,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카페, 편집샵, 독립서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이 느낌은 비단 스톡홀름만이 아니라 유럽을 여행하는 내내 우리에게 느껴지긴했다. 단순히 도시, 그리고 상점과 쇼핑 위주로 여행을 하기에는 서울이 너무 발전해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벌써부터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또한, 스톡홀름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는 날씨가 정말 큰 몫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여행시기가 춥고 쓸쓸한 때라 일단 거리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적었고, 이동하는데 너무 체력소모가 컸다. 별로 춥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따뜻한 옷을 거의 안챙겨왔고, 그렇다고 여기서 패딩 같은 것을 사자니 앞으로 남은 여행지에서 그 외투를 가지고 다닐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리고 호텔이 너무 건조해서인지 팔과 종아리가 마치 아토피 걸린 것처럼 너무 간지러웠고, 마구 긁다보니 상처도 많이 났다. 상처를 보고 있자니 스트레스와 자괴감도 크게 들었다. 아토피나 가려움증을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육체적, 심적 고통을 아주 조금이나마 간접체험한 것 같았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 때문에 계획된 총 30일의 일정 중 겨우 4일째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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