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7.04.18 Copenhagen_Day3

아름답고 깔끔한 알렉산드라 호텔에는 2일밖에 머물 수 없었다. 근처에 있는 저려미 호텔인 Richmond Hotel로 갔는데, 다행히 아침부터 체크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바로 짐을 올려두고 나갈 준비를 했다. 방은 오래되어 보이고 조금 우울해보이긴 했지만 최악은 아니었다.

Nørrebro(뇌뢰브로) 지역으로 향했다. 이 날에 대한 기억이 왜곡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여행을 떠나온 이래로 최초로 맞이하는 따뜻한 날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햇살이 따뜻하고, 돌아다닐 힘이 났다. 그래서 그런지 코펜하겐과 뇌뢰브로 지역에 대한 인상이 아직도 좋게 느껴진다. 여행을 떠나온지 일주일 즈음 지나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우리가 정말 날씨의 영향을 굉장히 크게 받는 다는 것이었다. 춥고 어두우면 한없이 쳐지고 우울해졌고, 따뜻하고 햇살이 밝게 내리쬐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서 신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빨래감도 좀 쌓였기 때문에, 코인 빨래방과 카페를 같이한다는 The Laundromat Cafe를 가장 먼저 들렸다. 코인 빨래방과 카페를 합쳐놓은 컨셉은 꽤 좋은 컨셉인 것 같았다. 빨래를 돌리는 동안 시간을 보낼 곳도 필요할테니 말이다. 한국에도 이런 컨셉의 카페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해볼까?)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해보았다. 브런치가 그렇게 괜찮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책이서 읽었던 것 같고, 브런치 말고 조금 다양한 메뉴를 섞어서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간단한 음식하나와 크루아상, 커피를 시켜서 먹었다. 맛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여행에서 써놓은 메모에 맛이있었다거나 맛이 없었다거나 쓰여있질 않았던 걸 보면 그냥 평범했던 것 같다.)

음식

음식을 일단 시키고 빨래를 하러 갔는데, 어떻게 세탁기를 작동시키는지 모르겠어서 조금 헤맸다. 사용하는 방법이 그리 자세하게 안내되어있질 않아서 혼동이 있었다. 여차저차해서 세탁도 하고 건조까지 마무리를 하긴 했다. 코인 빨래방임에도 가격은 싸진 않았다. 역시 북유럽이다. 빨래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고 속옷 몇개 정도였는데, 그 큰 세탁기와 건조기에 비싼 세탁비를 내고 속옷 몇개 돌리려니까 조금 아깝기는 했다.

세탁기, 어떻게 하는지 눈치로 때려잡았다.

세탁기 사용설명이 친절하지 않은 것처럼 가게의 종업원도 그렇게 친절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또 딱히 불친절하다고 할만한 구석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코펜하겐의 가게에서 느낀 사람들의 태도는 대부분 이랬던 것 같다. 뭔가를 물어보거나 하면 잘 대답해주긴 하는데 딱히 친절하지도 않고 불친절하지도 않은 수준. 지난 여행지였던 샌프란시스코에서 느껴졌던 친근감 있는 대화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북유럽의 느낌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말했듯이, 불친절하거나 공격적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빨래와 식사를 마치고 뇌뢰브로 지역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카페가 있는 골목부터 탐방을 시작했다.

괜찮아 보이는 가게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을 했다. Acne Achieve에서 좀 저렴하게 청바지도 사고 (스톡홀름에서부터 시작된 아크네의 망령..) 근처에 있던 신발가게에서 내 스니커즈도 샀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깔끔한 회색 스니커즈였다.

사실 쇼핑은 힘들다…

스니커즈를 산 가게의 주인은 중년이 조금 안된 것 같은 남자였는데, 굉장히 친근하게 말도 많이 걸고, 이것저것 다른 종류의 신발들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어디서 왔는지 등 굉장히 많은 대화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덴마크 사람이 아니라 호주사람이었다. 기분좋게 신발을 사고 나왔으나, 나중에 신고 돌아다녀보니 발이 너무 아팠다. 왜 신어볼때는 아프지 않았을까… 유럽 여행 내내 이 신발은 몇번 못 신었다…

이것이 그 문제의 신발… 아프다…

신발을 사고 나오면서 수지랑 가게 주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어떤 히스토리로 호주사람이 북유럽의 이 도시까지 오게 된 걸까. 신발가게를 차린 건 또 어떤 이유에서일까. 저렇게 친근하게 손님과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슬프거나 호주를 그리워하진 않을까 등등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게가 많이 있는 거리를 지나 쭉 걸어나가 유명하다고 여기저기에 많이 소개된 Coffee Collective로 향했다. 여러 책과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코펜하겐 최고의 커피 중 하나라고 소개된 곳이었다.

Coffee Collective

마셔봤는데, 잘 모르겠더라… 커피가 맛이 좋긴 했는데, 최고의 커피라는게 어떤 느낌인지는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이 장소의 문제라기 보다는 특히 유럽쪽은 커피가 워낙 생활과 밀접한 식품이라 대부분 상향평준화 되어있어서 특별히 맛이 없는 곳이 아닌 이상 대부분 괜찮았기 때문에 특별히 좋은 커피맛을 가진 곳이 어디인지는 오히려 알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오히려 맛 자체보다는 분위기가 좋았던 카페들이 기억에 더 남았다.

라떼, 블랙커피, 디저트 (디저트 맛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Coffee Collective의 분위기는 아담하고 좋았다. 복잡거리거나 시끄럽지 않았고, 조용히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여유를 즐기는 북유럽인

조용히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의 계획도 좀 보고 어제의 여행기를 정리하기도 했다. 카페 근처의 거리에도 조그마한 가게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옷가게, 소품가게 등 괜찮아 보이는 가게들을 구경하고 조그하만 것들을 사기도 하면서 거리를 구경해보았다. 거듭해서 말하지만 날씨가 좋아서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이것이 리얼 복지국가.

주변에 Superkilen Park라는 공원이 코펜하겐 안내책자 등에 굉장히 인상적인 색감으로 나와있기때문에 궁금했다. 사실 공식 여행책 등 말고 인터넷 후기 등에는 그런색감이 아니라 탁하고 별볼일 없다는 평가가 많긴했지만 그냥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날씨도 좋으니까 잃을게 없다는 생각에 한번 들려보았다. 사람들의 말처럼 색감을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하겠지만, 장소가 가진 느낌 자체는 좋은 곳이었다. 사람들이 나와서 스케이트보드도 타고 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처음에 들렸던 카페 근처에 있는 Banana Joe라는 햄버거집이 유명하다고 했기 때문에 그 햄버거를 먹기 위해 다시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퇴근시간대가 되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지역이었지만 코펜하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자전거와 차가 도로를 공유하고 함께 다니는 느낌이었다면, 코펜하겐은 모든 도로에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었으며, 그 도로로 다니는 통행량도 어마어마했다.

코펜하겐도 그렇고 나중에 들린 암스테르담도 그렇고 이 도시들은 자전거가 취미생활이나 기호를 위한 물건이 아니라 완전히 독립적인 하나의 운송수단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자전거가 멈추고, 방향을 바꿀 때 사람들은 모두 수신호로 뒤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렸고, 마치 자동차가 다니는 것처럼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도로에서 내가 어리버리하게 자전거를 타면 6중 추돌사고 이상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괜히한번 자전거 옆에서 찍어본다 (남의 거다)

햄버거 가게가 있는 곳에 도착해서 기웃거려보았는데, 아직 영업 준비중인 것 같았다. 몇분기다린다고 오픈 할 것 같지가 않아서 주변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는 커피를 먹고 수지는 맥주를 마셨는데, 수지가 고른 맥주 (아마 수제맥주였던 것 같다.)가 굉장히 맛이 좋았다. 맥주를 고를 때 직원이 이것저것 설명해주면서 이 맥주를 추천해주었는데, 과연 추천해줄만한 맛이었다.

맛 좋은 맥주

어느정도 시간이 되었기에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다. 직원이 계산해주면서 맥주 맛은 어땠냐, 여행온 거나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친구도 덴마크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맥주 이야기를 하면서 직원은 이 근처에 수제 맥주를 직접 만드는 양조장 및 펍이 있다고하면서 이곳이 코펜하겐에서 3손가락안에 드는 좋은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세계에서 열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는 맛있는 피자가게가 있다고 했다. 피자와 맥주… 그것도 로컬이 추천하는 곳이라니… 우리는 햄버거를 먹기위해 이곳에 왔는데, 갑자기 계획을 바꿔야 하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햄버거는 다음에 다시와서 먹기로 하고 로컬이 추천한 곳으로 잽싸게 발걸음을 옮겼다.

피자를 파는 가게는 Bæst라는 가게였다. 그 직원의 말이 맞는지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다행히 우리가 들어갈때는 2자리 정도는 있었지만 우리가 들어온 뒤로 몇팀이 웨이팅을 하는 것 같았다. 재빠른 판단과 행동에 대한 포상이라고 생각했다. 피자를 하나 시키고, 종업원에게 추천을 받아 갈릭브레드를 하나 추가로 시켰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나오는데까지 시간은 꽤 걸렸다. 하지만 음식들은 기다림의 보람이 있었다.

갈릭브레드

갈릭브레드는 맛이 굉장히 특이했다. 브레드 위에 치즈와 요상하게 생긴 것이 올라가 있었는데, 맛이 뭔가 특이하면서도 친숙했다. 그냥 지나가기에는 너무 궁금해서 종업원을 불러 이게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마늘에 꽃이 피고 난 후 (피기 전이라고 했던가? 조금 헷갈린다.) 남는 일종의 케이퍼 (씨앗인가?)를 피클한 것이라고 했다. 새콤하니 맛이 특이했고, 그 설명을 듣고 생각해보니 약간 마늘쫑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피자에는 구운 토마토와 일종의 하몽같은 고기 절임이 올라가있었는데, 맛이 굉장히 좋았다. 하몽같은게 들어가면 피자가 엄청 짜게 느껴지기가 쉬운데, 이 피자는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굉장히 맛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는 느낌이었다. 로컬의 추천을 듣길 잘했다. 사랑합니다. 친절한 직원님.

피자를 먹고 건너편의 BRUS라는 양조장 및 펍으로 향했다. 힙스터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고, 분위기는 깔끔했다. 미켈러바 처럼 다양한 수제맥주를 파는 곳이었고, 맛이 좋은 것 같긴했으나… 개인적으로 맥주를 엄청 선호하지는 않기에 느낌은 그냥 그랬다.

맥주 두잔

여기서 아주 우연히 낮에 만났던 신발가게 주인을 마주쳤다. 일이 끝나고 맥주한잔 하러 온 모양이었다. 우리랑 눈이 마주치고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으나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여자들이랑 노느냐 바빴기 때문이다. 여러 여자들이 모여있는 집단에 껴서 굉장히 행복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호주에서 왔기 때문에 어떤 슬픔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낮의 우리의 대화는 그냥 소설일 뿐이었다. 그는 행복해보였다. 행복하세요 아저씨.

맨 오른쪽에 있는 아저씨가 신발가게 아저씨다. 처음에는 저기에 앉아있다가 테이블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행복하세요.

맥주한잔을 마시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밖을 조금 걷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다. 따뜻해서 행복한 하루였고, 계획과는 다르게 움직였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그리고 많은 기분좋은 우연이 일어난 좋은 하루였다.

현란한 무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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