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7.04.23 Berlin_Day2

아침부터 수지도 나도 뭔가 기분이 좋질 않았다.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기억은 나질 않았는데 그냥 둘 다 기분이 다운된 상태로 밖으로 나왔다. 원래는 Bode 뮤지엄 근처에 있는 플리마켓에서 S와 N을 만나기로 했었는데 몸과 마음이 다 다운되었기 때문에 친구들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느즈막히 움직였다.

우리 컨디션 같구나

밖으로 나간 것은 점심때 즈음이었다. 마우어 파크 근처의 마켓을 들렸는데,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마켓도 크고 볼 것이 많긴 했으나, 비가 오락가락하고 흙바닥에 물이 고여있고 질척거리는 등 날씨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을 증폭시켰기 때문에 구경을 오래 하진 않았다.

마우어 파크 안에 있는 많은 음식점들 중에서 한군데를 골라서 핫도그와 커리부어스트 그리고 콜라를 사 먹었는데, 그 맛이 굉장히 좋았다. 베를린 여행하면서 커리부어스트를 몇 군데서 사먹었었는데, 여기가 제일 맛이 좋았다. 맛있는 걸 먹으니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았다.

마우어 파크 앞쪽 큰 길가에는 굉장히 유명한 즉석사진 인화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다. 이 사진기는 인화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찍는 것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는데 인화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진을 찍고 인화를 기다리면서 사람들도 구경하고 사진을 몇장 찍어보았다. 날씨가 조금 나아지고, 찍은 사진도 잘 나온 것 같아서 두번째로 기분이 좀 좋아졌다.

조금 나아진 기분으로 마우어 파크의 건너편 골목 탐방을 시작했다. 골목에는 괜찮아보이는 카페, 레스토랑, 가게들이 많았다.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는 어딜가나 사람들이 많았는데, 일요일 브런치를 즐기러 나온 로컬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인 것 같았다. 아마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러 나온 로컬들은 이 혼잡을 만들어내는 관광객들을 싫어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광객으로서의 나는 약간 위축되었다. 연남동에 주말에 나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받았던게 생각이 나면서 왠지 이들도 그런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이 있었으나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서 결국 못가고 간단하게 Bonanza Coffee에서 커피를 마셨다. 가게는 아담한데 유명세 때문인지 여기도 사람이 많아서 조금 정신이 없었다.

커피를 마시긴 마셨다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을 돌아보고 여러 가게들을 둘러보다보니 분위기가 좋고, 오늘 못간 레스토랑도 가보고 싶어서 날씨가 좋은 평일 낮에 다시 와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거리를 떠났다.

여기저기 걸어다녀보았는데, 날씨도 너무 오락가락하고 가게들도 문을 많이 닫았기 때문에 마땅히 시간을 보낼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았다. 불확실한 거리를 헤메는 것보다 박물관 섬에 가서 미술관 구경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박물관 섬의 뉴뮤지엄으로 향했다.

뉴뮤지엄으로 가는 길은 녹록치만은 않았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바람도 많이 불고, 매우 다이나믹한 순간들이었다.

험난한 날씨를 헤치고 도착한 뉴뮤지엄은 고대 그리스 로마와 이집트 유물이 많았고, 선사시대의 그것도 많았다. 예술작품보다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물건이 많았고, 오디오 가이드는 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시간을 오래 보내긴 했으나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의 박물관은 아니었다.

저 멀리서 한국인 2명이 사진을 찍고있었다. 빛이 좋았다.

근처라고 하기엔 조금 멀긴 하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 내에 12사도를 컨셉으로 한 피자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가게 이름도 12 apostel이다.) 그곳으로 향했다. 힘들고 뭔가 기운이 나지 않았던 하루를 유럽피자 대기행으로 달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결론적으로는 그러지 못했다.

피자와 라비올리는 너무 짜기만 하고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없었다. 라비올리의 양념맛은 한국에서 많이 먹어보았던 그 어떤 한식의 양념과 굉장히 비슷해서 친숙한 맛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어떤 맛인지 기억해 내는데는 실패했다.

피자와 라비올리

음식의 맛이 별로였던 것과 더불어 음식점의 분위기도 별로였다. 편한 분위기도 하니고, 뭔가 애매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컨셉질이 너무 어설픈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거창하게 12사도라고 컨셉은 잡아놨는데, 음식이나 장소의 디테일이 그런 컨셉을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기대는 그렇게 소금이 되었고 짠맛으로 인한 갈증만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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