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7.04.24 Berlin_Day3

어제 못 만난 S와 N과 다시 약속을 잡아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에서 만나기로 했다. (게으른 사람이라 미안합니다.) 매번 늦게 일어나서 나오다보니 늦은 점심을 먹는 일이 태반이었지만 이번에는 왠지 브런치를 먹고 싶은 무드였다.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근처에 있는 카페를 찾아보았더니 바로 근처에는 없고, 조금 떨어진 곳에 브런치를 파는 카페가 있었다.

목표로 한 카페로 룰루랄라 버스를 타고 가면서 밖을 보다보니 테라스가 그럴 듯하게 있는 다른 카페가 우리 눈에 띄었고 우리는 재빠르게 마음을 바꿔 눈앞에 보이는 카페로 갔다. 어차피 처음에 가려고 했던 카페도 여행책에 나오거나 인터넷에서 유명한 곳도 아닌데 목적지를 바꿔도 손해볼 것 없다 싶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손해보지 않았다.

샌드위치와 커피의 맛이 엄청나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좋은 날씨에 밖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분좋은 순간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여행에서 우리가 기분이 좋았던 순간들은 굉장히 단순한 조건을 만족하면 됐던 것 같다.

  1. 날씨가 좋다
  2. 좋은 날씨에 야외에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3. 좋은 날씨에 야외에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이런 순이랄까?

앉아있다보니까 도로에 있는 음식 부스러기를 주워 먹기위해 참새와 까마귀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까마귀가 지능이 높다는 것을 알고 보아서 그런지 까마귀와 참새가 부스러기를 대하는 방식이 뭔가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참새는 눈앞에 있는 음식을 빨리 먹고 해치우려는 느낌이 강했다면 까마귀는 여기저기 헤집어 다니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최적의 행동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귀의 몸짓과 행동이 흥미로웠고 계속 보다보니 까마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까마귀 관찰을 마무리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바우하우스로 갔다. 2년 전에 왔을 때와 전시가 많이 달라지긴했으나 조그마한건 여전했다. 이번에는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면서 관람을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느낀건 오디오가이드를 쓰는 건 굉장히 유용한 일이라는 것이다. 괜히 깝치면서 대충 돌아다니는 것보다 오디오가이드 하나 끼고 돌아다니는게 훨씬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햇살이 좋았다.

바우하우스가 디자인과 관련된 것들이 기본이다보니, 코펜하겐과 스톡홀름에서 워낙 많은 디자인을 보고 온 우리는 아직도 디자인의 망령에서 벗어나질 못해 같아서 조금 괴롭기도 했다.

바우하우스 관람을 마치고 S와 N은 다른 곳으로 향했고 우리는 비키니 베를린으로 갔다. (쿨한 친구들) 비키니 베를린을 어슬렁거리면서 이것 저것 쇼핑을 했다. 비키니 베를린은 아직도 꽤 괜찮은 상점들이 많이 있었다. Vitra가구나 소품들을 파는 카페 (예전에도 갔었던 기억이 났다. 여기서 toilet paper 잡지도 샀던게 기억난다)에 들어갔더니 한국인 세명이 Rimowa 캐리어를 몇개씩 쌓아두고 간단한 소품과 가구들을 이것저것 엄청나게 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부자집 자식들이거나 사업한다고 깝죽거리는 아이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생각이 항상 비뚤어져있으니까…) 그 사람들을 대응하고 있는 직원들이 왠지 귀찮아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도 그들과 비슷하게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우리도 결국에는 그들과 다르지 않게 물건을 사려고 엄청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고민한건 테이블 조명이었는데, Vitra와 G star Raw 콜라보로 만들어진 물건인듯 했다. (로고가 그렇게 붙어있었다.) 철제라서 운반하는데 손상이 가진 않을 것 같았지만 반대로 철제라서 무거운게 걱정이었다. 계속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과감하게 구입!해버렸다.

결국 저질러 버렸다.

가게에 있는 샵인샵 커피숍에서 플랫화이트와 아메리카노를 골라서 옥상으로 갔다. 햇살이 좋아서 옥상에서 여유를 즐기며 커피를 한 잔 마시니 기분이 좋아졌다.

플랫화이트와 아메리카노만 판매한다

저번에 왔을 때 케테 콜비츠 뮤지엄을 가봤던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수지와도 함께 가보고 싶었다. 케테 콜비츠 뮤지엄을 가기 위해 비키니 베를린을 지나 카이저 빌헬름 교회를 가로질러가는데, 웬 광고판이 보였다. 내일 교회에서 음악회를 한다는 광고였다.

음악회합니다.

프라하에서 비슷한 컨셉의 공연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와 비슷하다면 관람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더욱이 카이저 빌헬름 교회의 신건물은 안에서 보면 스테인드글라스가 굉장히 예쁘기 때문이다. 홍보하는 아저씨는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라고 씩씩하게 말하며 판촉을 시작했고, 너무 열심히 광고를 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사기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괜한 걱정이 들었다. 심지어 티켓을 사고 나서 떠나는데, 우리보고 한국말로 “멋있어” “예뻐”라고 하는 것을 들으니 더욱 사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크게 들었다. (너무 잘해줘도 뭔가 이상하다)

케테콜비츠 뮤지엄 가는길에 A.P.C.가 보이길래 들려서 좀 구경을 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도중에 동양인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상점에 들어왔는데,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니 한국사람이었다. 그냥 모른체 하고 나가려다가 나도 수지랑 계속 한국말로 이야기 했고, 가게에는 우리 두 팀밖에 없다보니 한국인인거 서로 뻔히 아는데 그냥 무시하고 가는것도 왠지 이상해서 계산하면서 한국사람이냐고, 아이랑 같이 여행 왔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부부는 베를린에 산다고 하더라. 근데 독일어를 못한다고 한다… 뭐지… 그 부부는 별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지 않은 듯이 방어적으로 보이고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괜히 말 걸었다 싶었다. 그냥 내 성격대로 모른척 할걸 괜히 안하던 짓을 해서 기분만 별로가 되었다.

그들의 패션이 어제 한국에서 도착한 사람들 같이 완전 서울 패션인 것 같다고, 그래서 여기서 사는 사람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고 차라리 지금 우리가 베를린에 더 어울리게 입은거 같다는 이야기를 수지와 함께 하면서 괜한 오지랖으로 말을 괜히 걸었다고 투덜거려보았다.

베를린에 어울리는 패션

케테 콜비츠 뮤지엄은 여전히 아늑하고 조용하며 경건했다. 그 분위기를 수지도 좋아했다. 조용히 관람을 하고 나니 마음이 좀 더 편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용한 곳

Yorckschlösschen라는 가게에서 (어떻게 읽는진 잘 모르겠다.) 재즈라이브를 주기적으로 한다는 것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저녁은 그곳에서 먹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게가 있는 동네로 갔는데, 동네는 분위기가 좋았다. 진짜 “동네”라는 말과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동네”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아쉽게도 오늘은 라이브가 없었다. 그래도 음식점의 분위기, 가격 등이 다 좋았기 때문에 그나마 그 아쉬움이 더 커지진 않았다. 맥주와 (누가봐도 확실히 독일음식으로 보이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왔다.

유럽인들은 이런거 참 좋아하나 보다.

숙소로 돌아와서 내일 계획을 세우다가 전체적인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하기 시작했다. 지금 베를린에 며칠이나 있을지 명확히 계획을 세우질 않았는데,  베를린에 계속 있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너무 대도시의 쇼핑위주의 관광을 하다보니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고, 그러다보니 피로감이 너무 오기 때문에 좀 다른 느낌이 나는 도시나 나라를 가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것이 주된 논점이었다.

좋은 카페, 샵을 가는 것도 좋지만 그런 시간을 우리가 매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방인으로서 잠깐 들려서 순간만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에게 그렇게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이야기를 수지가 했고, 나 역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면서 계획을 어떻게 조정할지 잘 생각해봐야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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