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7.04.26 Berlin_Day5

어제 부랴부랴 잡은 숙소로 먼저 짐을 옮겼다. 짐이 점점 늘어나서 이동할 때마다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호텔 nhow는 이스트사이드갤러리에서 멀지 않았고, 슈프레강가에 있어서 경관은 좋을 것 같았다.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짐을 끌고가는데 쇼핑몰 등 여러 장소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노이쾰른 지역의 집값이 엄청나게 오르고 여러 상업시설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서울이나 유럽이나 결국에 대도시에서 일어나는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nhow호텔에 체크인을 했는데, 이 호텔은 뭔가 이상했다. 일단 컨셉질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 좀 별로였다. 컨셉질이 얼마나 심하나면 일단 엘레베이터가 여러개로 나누어져있는데 엘레베이터마다 Classic, Rock, Pop, Electronic 등으로 구분이되어있고 그 엘레베이터를 타면 명명된 음악이 엘레베이터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게다가 나오는 노래의 set list를 붙여놓고 spotify에 해당 리스트를 공유해놨다고 들으라고 안내가 되어있다. 우리가 주로 탄 엘레베이터는 Rock이었는데, Rock set list는 너무 올드해서 실망스러웠다. 노래가 구리다는게 아니라 (노래들은 당연히 rock 씬에서 엄청 유명한 노래들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롹 하면 김경호가 가죽잠바 입고 긴머리 휘날리며 헤드뱅잉 하는 것을 롹이라고 선언한 것과 비슷한 선입견으로 만들어진 set list같다는 느김이 들어서 실망스러웠다.

이상한 엘리베이터…

또 다른 컨셉질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는데, 그건 바로 룸서비스로 기타와 Dj set(DDJ)를 빌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타를 주문하면 기타와 앰프를 빌려준다니… 이건 진짜 생각하지도 못한 정말 이상한 서비스였다. 약간의 문화충격…

이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방에 들어가서 또 다시 뜨억했는데, 방의 메인 컨셉이 모두 핑크였다. 온통 핑크. 왜 이런색을 써서 만들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방에서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강이 보이는 경관이었다.

이 호텔을 보다보니 정말 힙과 쌈마이의 경계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끗차이인 것인가…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테마모텔로 취급받을 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짐 정리를 간략하게하고 주말에 갔었던 마우어파크 근처로 다시 갔다. 우리의 여행은 정말 비효율과 반복 방문이 테마인 것 같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없었던 KRONE에 진입을 다시 한번 시도해봤다. 역시 평일 점심 이후라 사람이 없고 한산했다. 기대했던 것 만큼 음식이 훌륭했고, 카페 분위기도 좋아서 아침의 문화충격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마우어파크 앞의 거리를 별 목적없이 돌아다녀봤다. 주말에 문을 열지 않았던 가게들도 있어서 구경도 했는데, 특별하게 기억남는 곳들은 없었다.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돌아다니다가 슬픈 일이 하나 발생했다. 수지가 신혼여행 때 산 소니 카메라를 어깨에 건 상태에서 신발끈을 묶으려고 허리를 숙이자 소니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그 이후로 맛탱이가 갔다… 사진이 찍히기는 하는데 찍히는 상태를 보니까 조리개 쪽 센서 같은게 망가진 모양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까지 이 카메라는 아직도 안고쳤다.. 이놈의 게으름이란…

걷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길래 아이스크림도 사서 먹어보고(알고보니 유명한 집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걷다보니 커다란 공원이 나와서 거기에 자리를 잡고 여유를 부려보기로 했다. 계속 날씨가 흐리거나 추웠기 때문에 좋은 날에 공원에 앉아서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그리웠었다.

앉아서 사람구경, 시시콜콜한 잡답, 누워있기, 사진찍기 등 다양한 비생산적 행동을 만끽하다가 조금 추워지고, 지루해져서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수지의 친구가 The Barn이라는 카페의 커피가 진짜 너무 맛이 좋다고 강추했는데, 카페에 막상 가보니 조그마하고 분위기는 좋았지만 커피맛이 엄청나게 좋은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더라.

그래도 이 날 이지역을 돌아다닌 것이 우리 베를린 여행에서 굉장히 잘한 일로 기억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날 이 지역에서 굉장한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굉장한 일은 다음과 같다. 아무 생각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앞에서 걸어오던 동양인 여성이 갑자기 “저기요..”라며 말을 걸었다. 며칠전 A.P.C.에서 한국인 부부와 말을 했다가 결국엔 찝찝한 기분만 남았던지라, 방어적인 자세로 그 여성을 맞닥뜨렸다. “저기요”라고 말한 후 우리에게 말할 것이 뭐가 있겠나 엄청나게 빠르게 머리속에 계산해보았다. “한국인 관광객이신가요? 혹시 xx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같은게 가장 예상되는 말이었다. 그럼 나는 뭐라고 할까, “저희도 잘 모르는데요?”(최대한 무뚝뚝하게) 이러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굉장히 빠르게 내 머리속을 스쳤다.

하지만 “저기요” 라는 말 뒤에 나온 말은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말이었고, 그 말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저기요. 혹시 이수지씨 아니에요?”

이게 뭘까… 왜 베를린 한복판에서 수지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는걸까… 수지가 정신을 차리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서울에 있는 H의 친구 J였다. 그녀는 베를린에 있는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수지가 H의 페북에 댓글 등을 달면서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페북 친구도 맺은 관계였다. 한마디로 얼굴도 한 번 못본 사이버 프랜드… 우리가 이번 유럽여행 베를린간다고 했더니 H가 베를린에서 J한테 연락한번 해보라고 이야기 하긴 했으나, 설마 베를린 길거리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조금 정신이 없는 상태로 인사를 하고 내일 만나서 같이 점심이라도 먹기로 약속한 후 헤어졌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만남이 아니었나 싶다.

숙소 근처의 전철역에 내려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약간 허름해보이지만 사람이 많은 음식점에 들렸다. 슈니첼을 메인으로 파는 조그마한 식당이었는데 분위로 봐서는 왠지 맛이 좋을 것 같았다.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어서 일반 슈니첼과 치킨 슈니첼을 하나씩 시켰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잘 못되었는지 치킨이 2개 나왔다. 가서 바꿀 자신이 없어서 그냥 먹기 시작했다. 수지는 맥주도 시켜서 먹었는데, 맛이 별로였다. 수지가 베를린에서 시킨 맥주는 다 맛이없었는데, 그 많은 종류의 맥주들 중에 맛없는 것만 고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호텔 바에 내려가서 시간을 보냈다. 술 한두잔 하면서 앞으로의 일정 중에 아직 결정하지 못했던 숙소나 교통편들을 예약했다. 호텔 전체적으로도 약간 음악을 메인 컨셉으로 잡고 있고, 특히 바에는 음악과 관련된 컨셉이 엄청나게 많이 설정되어있었는데, 그에 비해 나오는 노래나 분위기가 너무 세련되지 못했다. 의자나 테이블의 컨셉, 음악 선곡 등이 한 10년전 느낌이었다. 역시 이 호텔은 정이 잘 가질 않는다.

20세기말적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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