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7.04.28 Berlin_Day7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하여 일단 중앙역에 있는 코인라커에 (많은) 짐을 두고 야간기차를 타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베를린을 돌아보기로 했다. 점심은 중앙역 내에 있는 바피아노에서 먹었다. 바피아노는 정말 마음에 드는 음식점인데 왜 구글에서 평가가 안좋았는지 모르겠다. 바피아노가 우리나라에서 망해서 철수한게 또다시 슬퍼졌다.

2년전에도 갔던 Hamburger Bahnhof를 수지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또 갔는데, 이번 베를린여행은 모든 것이 반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던걸까. 전시를 보는데 둘다 너무 졸려서 구석구석 보는 것은 포기하고 금세 나와버렸다. 반복의 결과가 좋지 않아서 슬프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도 또 가보았다. 거긴 워낙 느낌이 좋은 곳이니까 수지가 꼭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공원이 바라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편하게 쉬면서 공원의 분위기를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았다. 유명한 공원이니까 주변에 괜찮은 카페가 많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거의 없는 편이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조금 분위기는 이상하지만 테라스가 있는 커다란 카페가 있길래 별 선택지가 없이 자리를 잡았다.

애플 스투르델,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

나는 커피와 애플 스투르델 그리고 수지는 맥주를 시켰다. 애플 스투르델을 메뉴판에서 보니 짧은 프라하의 여행에서 매일 아침 먹었던 애플 스투르델이 생각났다. 안타깝게도 이 카페의 애플 스투르델은 그 때의 그것 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 펍이자 레스토랑이자 카페인 이 가게에서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마치 우리나라의 토토가 같은 스타일의 노래들이 계속 나왔는데, 추모공원 앞에서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앉아있다보니 옆에 젊은이 8명이 왁자지껄하게 자리를 잡았다. 여자 남자가 섞여있었고 억양으로 봐서는 영국 사람들 같았고, 20대 초반쯤 될 것 같았다. 영국 엑센트로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며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남자들이 1L짜리 맥주를 사서 빨리 마시기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승자가 나왔고 그들은 즐거워했다. 그 친구들의 모습을 보다보니 영드 Skins가 떠올랐다. 이들이 Skins에서 나온 친구들같다는 생각이들었다. 맥주를 가장 빨리 마신 친구는 정말 느낌이 Cook같았다. Skins를 다시 보고 싶었다.

카페 옆에는 잡다한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겐트에 가면 씻기가 힘들어서 머리가 잔뜩 떡이 질 것이라는 예감이 갑자기 들어서 모자를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됐다. 마땅한 모자가 없어서 슬퍼하고 있는 와중에 엄청 괜찮아보이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두건, 스카프, 목도리 등등으로 활용가능한 잇템이었는데 이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매우 신이 나서 구매했다. 그리고 이건 엄청나게 잘못된 판단임을 며칠후에 확인했다.

공원구경을 마무리하고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딱히 더 돌아보고 싶은게 없었다.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지하철

커리부어스트가 갑자기 먹고 싶어져서 중앙역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주인 아주머니가 굉장히 친절하고 좋은 곳이었으나 커리 부어스트의 맛은 기대보다는 좀 별로였다. 마우어파크에서 먹었던 커리 부어스트가 그리워졌다.

맛은 걍 그랬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필요할 것 같은 캐리어용 자물쇠나 비타민, 드라이샴푸, 캐리어용 저울 등등을 중앙역에서 샀는데, 준비가 잘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물건들을 산 후에는 7~8시부터 맥도날드에서 계속 죽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등 다양하게 시간을 때웠는데, 생각보다 시간은 잘 흘러가지 않았다.

심심했다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기차는 중간에 한번 환승을 해야했는데 6시간 + 2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이었다. 며칠 전 인터넷으로 이 기차편을 예매하는데 1등석 가격이 2등석과 큰 차이가 없길래 1등석으로 예매했다. 그런데 막상 기차가 오는 플랫폼으로 갔더니 우리가 타야할 Wagon이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Wagon 번호가 기차 량마다 밖에 붙어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모두 1 아니면 2 였다. 이때부터 엄청나게 당황스러웠다.

정차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에 부랴부랴 제일 끝 칸에 올라탔다. 우리가 예매한 Wagon 번호가 12였고 1등석이기 때문에 끝 칸일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였는데, 이것이 실수였다. 우리가 올라탄 차량은 우리 좌석의 가장 반대였다. 사람이 많고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폭이 좁았기 때문에 나랑 수지가 캐리어를 들고 반대편으로 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거기까지 가도 실제로는 우리 좌석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가면 안될 것 같았다. 결국 캐리어를 수지보고 맡고 있으라고 하고 맨 끝까지 내가 먼저 가보기로 했다.

사람들을 열심히 헤치고 끝까지 가보니 다행히 우리가 예약한 자리가 있었다. 안도감을 느끼고 다시 수지에게로 돌아가는데, 한 칸에서 왠 서양인이 나를 보고 “니하오 니하오” 이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내가 우리 자리를 확인하러 가는 길에도 나를 보고 “곤니치와 곤니치와” 이렇게 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이것도 일종의 인종차별이겠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대꾸할 정신도 없고 의지도 없었기에 일단 그냥 지나갔다.

수지와 짐을 들고 다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그 사람은 우리를 보고 다시 한번 “니하오 니하오” 이러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서 수지는 아까그게 뭐였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아까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수지는 극 분노하며 내릴 때도 그 놈이 다시한번 그러면 쌍욕을 퍼부어주겠다며 벼르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음날 새벽 차에서 내릴 때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런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내 마인드가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은 동양인으로서 서양에 갔을 때 위축되는 전반적인 나의 태도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는 유럽을 포함한 서양으로 여행 등을 갈때 항상 그 사람들이 우리를 매너없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 사람들에게 제대로된 문명인으로서 보이려면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이게 맞는 생각일까? 왜 유럽의 마인드와 애티튜드는 옳고 우리의 마인드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다른 문화권에서 왔으면 모를 수도 있으니 이해하고 설명해주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등의 이야기를 수지와 나누었다. 그런의미에서 어디서나 당당한 중국인이 어쩌면 우리보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가 들어간 곳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고 그들은 이미 잠을 청하고 있었다. 좌석을 찾느랴고 아드레날린이 엄청나게 올라와서 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아이패드에 미리 다운 받아놓은 넷플릭스의 겟다운을 몇 편보고 잠이 들었지만, 중간중간 많이 깼다. 이래저래 불편한 기차여행이었다.

다들 이미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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