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17.04.29 Ghent_Day1

야간기차는 독일 서쪽의 어느 도시엔가 도착했고 우리는 거기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탔다. 암스테르담으로 환승한 기차에서 검표원이 왜 티켓을 프린트하지 않았냐고 엄청 뭐라고 하기 시작했는데, 결국엔 QR코드 스캔하고 갔다. 요새 세상에 누가 티켓을 인쇄안한다고 뭐라고 하는거냐. 어차피 QR코드로 체크해도 되는거면서 말이다. 이것도 신종 인종 차별인가? 새벽의 일도 있고 해서 조금 짜증이 났다.

짐이 너무 많을 것을 예상해서 암스테르담에서 묵을 숙소인 Maison Rika (메종 리카) 에 혹시 짐을 두고 갈 수 있냐고 미리 확인을 했었다. 다행히 그럴 수 있다고해서 암스테르담에 잠깐 들러서 짐을 놔두고 가기로 계획을 짰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 메종 리카에 도착하니 10시 즈음이었는데 메종 리카는 11시부터 문을 연다고 되어있었다. 겐트로 가는 열차 예약을 12시 이후로 했놨는데, 사실 이런 상황을 전부 고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유있게 예약한게 정말 다행이었다.

메종 리카 근처에 평가가 좋은 카페가 하나 있길래 시간도 남고 해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운하를 바라보면서 식사할 수 있는 야외 테이블도 있고 좋아보였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것은 테라스에서 먹는 것이 좋아서이긴 했지만 짐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짐을 잔뜩 들고 식당으로 갔다.

브런치세트 2개를 시켰는데 굉장히 푸짐하게 나왔다. 음식은 딱 비주얼과 일치하는 맛이었고 양이 너무 많은게 오히려 부담이었다. 다만 커피는 그저그래서 조금 슬펐다. 오렌지 주스는 매우 시큼했는데, 직접 착즙한 맛이 나서 거부감이 크진 않았다.

푸짐하다.

메종 리카에 들어가서 짐을 맡겼는데, 직원이 굉장히 쾌활하고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집이 굉장히 좁았고 특히 계단이 좁아서 지하에 짐을 두는데 어려움을 조금 겪었다. 2일뒤에 2층까지 짐을 가지고 올라갈게 조금 걱정되었다. 짐을 두고 중앙역으로 돌아가는데 5번 트램을 타고 무임승차를 했다. 여러분 다른 트램은 검표를 해야 무조건 탈 수 있지만 5번 트램은 안 그래서 무임승차할만합니다… 네덜란드에 사죄합니다…

겐트까지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3번이나 갈아타야했다. 암스테르담 > 로테르담 > 엔트워프 > 겐트 이렇게 가는 기차였는데, 결국 베를린에서 겐트를 가기위해 기차를 5번 갈아탄 꼴이었다.

간만에 신나보인다.

겐트에 도착해서는 버스를 타고 한번에 숙소가 있는 지역까지 갔다. 숙소는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주거 밀집 지역에 있었다. 에어비앤비에서 보고 굉장히 자연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었다. 이런 주거 지역에 그런 Camper 가 있을까 싶었는데, 걷다보니 희한하게 Camper가 나왔다. Camper 옆에는 광활한 벌판이 있었다. 말도 군데군데 보이고… 도시만 보다가 이런 광경을 보니까 느낌이 새로웠다.

주인은 Camper와 본집을 둘다 B&B로 제공하고 있었다. 본집이 예약 안되면 Camper쓰는 사람도 집안의 샤워실이랑 화장실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불행히도 우리가 갈 때는 예약이 되어있었다. Camper는 조그마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고, 괜찮아 보였다.

화장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화장실은 매우 작고 간이로 되어있어서 물을 쓰기도 힘들게 되어있고, 주인이 써놓은 안내판에는 절대 여기서 큰 볼일은 보지말라고 되어있었다. (그럼 어디서 하라고?) 그리고 작은 것도 되도록이면 급할때만 보라고 되어있었는데, 매우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말이었다. 아마 Camper 아래에 오물 수거통이 있는 거겠지? 그래서 용량이 제한되어있으니 하지 말라는 것 같은데… 음….

안내판에는 “feel free to pee in nature” 라고 써 있었는데, 이 말마따라 나는 되도록이면 다 마더 네이처의 품안에서 자연의 부름을 해결했고, 수지는 Camper를 쓰게했다. 큰 건 인내와 고통을 통해 도심에서 해결하고… 후…

짐을 놔두고 이제 뭘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수지는 시내를 나가길 원했지만 나는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쉬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행히도 수지가 내 의견을 들어줘서 근처의 마트로 가서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과 저녁에 먹을 맥주 간식 등을 사왔다. 주인이 Camper안에 안내 문구판을 두고 화장실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내용을 써놨는데, 거기서 (화장실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 굉장히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Pizza Roma에서 Pizza delivery를 시킬 수 있어요”

겐트에서 피자를 시켜먹을 수 있다니! 이건 꼭 해봐야할 것 같았다. 전화로는 도저히 시킬 자신이 없어서, 다른 방법을 이래저래 찾아보았는데, 인터넷으로도 시킬 수 있었다. 사이트는 벨기에어로 되어있어서 크롬 번역을 열심히 돌려가면서 주문을 시키는데, 마지막 난관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전화번호.

전화번호를 입력하라는 란이 있었는데, 이 전화번호를 내가 가진 전화번호를 써도 되는 건지 고민됐다. 독일에서 사온 sim카드에 독일번호가 부여되어있는데, 벨기에에 와서 이 번호로 주문하면 왠지 장난 주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생각한건 선결제 옵션이었다. 이 번호로 주문하더라도 미리 카드로 결제하면 주문들어온 전화번호가 이상해도 돈을 받았으니까 배달은 올 것 같았다. 근데 자꾸 시도를 해도 카드결제 오류가 나서 결국 이 방법은 실패해버렸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독일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주문을 해버렸다. 사이트에서는 30~40분 정도면 올 것이라고 했는데 1시간이 되어도 오질 않아서 너무 불안했다. 장난주문이라고 생각해서 오질 않는지, 아니면 그냥 늦게 오는 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그저 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배달원이 차로 오는지 오토바이로 오는지 언제쯤 올건지, 이런걸 하나도 모르니까 너무 답답했다.

1시간 10~20분쯤 지났을 무렵 피자배달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 때의 그 기쁨이란… 정말 엄청나게 행복한 순간이었다. 19.90유로 나왔는데, 20유로를 낼름 가져가버린 것과 음료수를 잘못 배달해준 것도 모두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복했다. 아까 맥주를 먹었던 것처럼 밖에서 먹고 싶었지만 날이 어두워지며서 추워지길래 포기하고 Camper로 들어갔다. 피자는 잘 컷팅도 안되어있고 맛도 평이했지만, 겐트에서 피자를 시켜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모든 것이 문제되지 않았다.

피자와 감자. 행ㅋ벜ㅋ

다운받아 놓은 겟다운을 또 보면서 피자를 먹으니 집에 있는 것 같고 좋았다. 겟다운 시즌2를 다 보고, SNL도 다운받아서 보고 잠이 들었다. 살짝 춥기는 했으나 생각보다 훨씬 편해서 잘 잤다.

맥주마시며 SNL

저장저장

저장저장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