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Dishonored (디스아너드) 1&2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선택과 결과”, “자유도” 이런 단어들이 갖는 힘은 굉장히 거대하다. 게임이라는 매체가 다른 매체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요소는 최근 굉장히 많은 게임에서 남발되면서 마치 명작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하는 필수요소인 것처럼 규정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디스아너드 시리즈(플레이해본 1과 2 한정)도 이런 경향에서 벗어난 작품은 아니다. 게임을 시작하자 마자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명확한 내용은 바로 이거다. (1과 2 동일하다.)”여러분의 선택이 던월의 미래를 바꿉니다. 신중히 선택하세요”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하느냐에 따라 게임 환경이, 그리고 엔딩이 바뀔 것이라는 것을 이토록 명확히, 그것고 처음부터 대놓고 이야기한 작품이 내가 플레이한 게임 중에 얼마나 되었던가. 선택과 결과에 대해 이토록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낯간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문장에서 끝났다면 낯간지럽기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어진 문장에 의해 절망적인 수준이 되어버렸다. “시체가 많이 생길 수록 역병은 퍼져나가고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자, 다시 정리해보자.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게이머 여러분, 저희는 이 게임을 잠입 혹은 스타일리시 액션(암살) 등 모든 방향으로 즐길 수 있게 준비해놓았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여러분에게 달려있습니다. 맘껏 플레이해주세요. 대신, 암살을 많이하면 우리가 준비한 배드엔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게임에서 아무리 많은 선택지와 자유도를 준비해놨음에도 저런 말로 플레이어의 특정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1편과 2편 모두 이런 어려운 선택지를 거쳐 플레이어가 경험하게되는 결과(엔딩)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냥 아웃사이더(방관자)의 독백으로 스톱모션 대충 보여주는 수준인데,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간에 그냥 유투브로 엔딩 장면만 보면 되는 수준으로 실망스럽다.

디스아너드 시리즈가 갖는 매력은 결과를 향한 무한한 선택가능성이 아니라, 결과로 가는 과정에서의 소소한 선택 자유에 있다. 다양한 도구와 기이한 스킬들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의 자유도,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선택 가능한 많은 경로와 방법 중에 플레이어가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이것들이 디스아너드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Kill”할 수 있다. 공식 홍보 영상이다.]

이렇게도 많고 방법으로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를 해놓았음에도 플레이어에게 맨 처음에 사람을 죽이게 되면 나쁜 엔딩을 볼 것이다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놓아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게끔 만드는 것은 정말 잘못된 접근 방식으로 느껴진다. 시작에서부터 위화감을 느끼다보니 플레이 하는 내내 뭔지 모를 불편함과 암살을 했을시에 느끼는 플레이상의 죄책감(배드엔딩을 향해가고 있다는 죄책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된다.

하지만, 게임에서 뭐라고 하던지 간에 자기 마음대로 하는 마이웨이 스타일의 게이머라면 디스아너드 시리즈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 다양하게 공략가능하고, NPC를 전투로 농락 가능하며, 디스아너드 2의 경우에는 다회차 플레이를 위한 2명의 다른 캐릭터 (코르보, 에밀리)를 제공하면서 New Game plus를 통해 스킬 계승까지도 가능하다. 스테이지 레벨디자인도 다양한 방법의 접근과 숨겨진 요소가 많기 때문에 제작사가 속박해놓은 부담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매우 즐겁게 플레이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 2 통털어서 진도쉬의 기계태엽저택과 스틸튼 저택의 시간 이동 스테이지가 플레이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다. (두 스테이지 모두 디스아너드2에 포함된 스테이지다.)

디스아너드 시리즈는 흥미롭고 좋은 작품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왜 플레이어에게 특정 선택을 강요하게 한 것일까라는 의문은 도저히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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