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라스트오브어스2 ; 너무 긴데?

본 글에는 라스트오브어스 및 라스트오브어스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일단, 대전제부터 깔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개인적으로 너티독이 만드는 게임들이 “잘 만든 게임” 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너티독이 만드는 게임이 게임사에 한획을 그을 만한 새로운 개척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경험해 본 것은 언차티드 시리즈와 라스트오브어스(이하 라오어) 시리즈인데,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것은 “재미 있는/몰입감 높은/well made”와 같은 수식어를 언차티드나 라오어에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언차티드와 라오어가 여러모로 잘 만든/재미있는 게임임은 맞지만, 그 플레이나 구성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만한 요소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해당 게임들은 1자형 스토리를 제공하고, 길 찾기를 하며, 열심히 총질을 한다. 스토리는 누구나 공감하기 좋은 괜찮은 수준의 스토리며, 길 찾기 방식은 혁신적이라기 보다는 예상 가능한 수준과 난이도고 총질은 다른 게임에서 하는 것과 다를 것이 거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때, 이번 라오어2 역시 기대가 되면서 딱히 엄청 기대가 되지 않기도 한 어정쩡한 마음으로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말하지만, 디지털 예약구매로 사전 다운로드까지 받았다) 출시되자마자 사람들의 엄청난 열광(?)을 보고 있자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을 기대했길래 이토록 광분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신성모독이라도 당한 것처럼 너도 나도 라오어2와 디렉터 닐 드럭만을 욕하기 바빠보였는데, 누가 더 욕을 잘 하나 경쟁이 붙은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게임 초중반을 플레이하면서 그런 분노가 잘 이해되질 않았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 걸까? 시작하자마자 조엘이 죽어서 이렇게 화가 난 건가? 조앨과 앨리가 영원히 행복하길 바랬는데, 그렇지 않아서? 갑자기 처음보는 애비라는 존재에게 중심이 기울어져서? 이해가 안되었다. 게임의 초반만 조금 플레이 해봐도, 제작사에서 (너무나도 뻔하게) “여러분 조엘과 앨리에게만 너무 몰입하지 마세요. 조금만 눈을 돌려보세요. 세상에는 수많은 조엘과 엘리가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런 정도의 이해는 해줄 수 있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에게는, “(너무나도 뻔하게)” 라는 수식어가 문제가 되었다. 제작사에서 뭔가 비극적이고 처절한, 그렇지만 그렇게 비극적이고 처절함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했다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게 너무나도 뻔하고 클리셰 덩어리라는 것이 문제였다. 가슴으로 뭔가를 생각하기 전에 이미 눈과 머리에서 “이건 누가봐도 클리셰야”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놔서 도저히 몰입이 되질 않았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느낀 문제적 클리셰들.

  1. 제리(혹은 오언) / 애비의 관계는 조엘/앨리의 관계와 너무나도 뻔한 대칭으로 이어져 있는데, 이게 너무 일차원적이고 노골적이라서 좀 재미가 없었다. 얼룩말/기린, 고래/공룡, 수족관/박물관 등 너무 노골적으로 대칭을 만들어버리니 감정을 이입하려고 하다가도, “아냐 이건 제작사의 함정이야. 이렇게 뻔하게 대칭일리 없어”이런 생각만 들게 된다.
  2. 애비는 “스카”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학살하는 사냥꾼이다. 근데 갑자기 “동양인(만약 동양인이 아니라면 이국적으로 보이는,으로 정정하겠다)” 남매를 만나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물론 목숨을 구해준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유대를 쌓고 자기와 함께 싸우던 동료들을 죽일 정도로 이들을 위한다. 그리고 그 동양인 남매는 마치 “네이티브 아메리칸”처럼 자연과의 유대 등을 이야기하는, 서양인의 입장에서 봤을때 세상을 보는 “다른”관점을 지닌 존재이다. 이런 것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
  3. 앨리는 스토리 초중반에 (컷신에서) 스토리상 중요한 인물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인다. 그리고 (물론 컷신에서) 자신의 친구들에게 돌아와 손을 덜덜 떨며 괴로워한다. (물론 괜찮다고 한다.) 뭐 클리셰적인 연출이지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지금까지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죽이고 온 사람이 30명 정도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위의 클리셰들이 불만이었던 것은 맞지만, “게임”이라는 매체는 스토리만 즐기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은 아니니 감내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만 재미있다면… 문제는, 라오어2는 게임 플레이의 재미/독창성의 측면에서도 전작에 비해서 완전히 퇴보했다는 점이다.

전작이 갖는 장점 중의 하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상황에 게임 전체를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했다는 점이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데, 이는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 전작은 (물론 100% 달성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하지 않은 힘, 충분하지 않은 물자 등 결핍의 요소를 최대한 게임 전체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전투상황이 발생하면 전투를 하는 것 / 몰래 지나가는 것이 충분한 선택지에 있었다. 이는 무기가 부족해서기도 한데, 단순히 주먹질로 사람/클리커를 죽일 수 없는 상황에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물자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작의 제한적인 물자의 활용방법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구급약과 화염병을 만들기 위한 재료가 “천/알콜”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 제약은 나에게 “적극적으로 싸워서 물리치거나, 방어적으로 가거나”라는 의미로 다가왔다(물론 100% 일치하진 않지만).

위의 제작 방법은 라오어2에서도 이어졌지만 크게 의미는 없었다. 물자가 너무 많아서 그냥 다 만들면 되니까. 물자가 너무 많으니까 이걸 다 쓰기 위해서라도 전투를 회피하지 말고 총이라도 한발 더 쏘고, 화염병이라도 한번 더 던지고, 칼질도 몇번 더하게 된다. 자원은 풍부하고 우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학살하며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이런 전작과의 차이, 그리고 부조화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보긴 했다. 전작의 전반적인 주제는 생존/사랑/유대와 같은 것이었고, 라오어2의 전반적인 주제와 분위기는 복수니까 복수를 위해서는 좀 더 잔인하고 적극적인 공격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납득이 되긴 하였다. 하지만, 이번엔 전투가 재미없다는 것이 또다른 문제가 되었다. 적을 처치하는 방법이 너무 단순했다. 동충하초들은 병 소리로 모아놓고 화염병으로 한번에 죽이면 되고, 인간형 적들은 인공지능이 (트레일러와는 다르게) 단순해서 칼/총 등 수많은 요소들로 아무렇게나 대충 해도 잘 죽는다. 그러니 이런 전투가 계속 반복되면 정말 너무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 게다가 클리어를 하는데 드는 평균 게임 플레이 시간이 약 23시간인데 (howlongtobeat 기준) 전작의 15.5시간에 비해 거의 1.5배다. 그 시간동안 클리셰 덩어리 스토리와 재미없는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조금 사소한 요소지만, 전작에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상황에 최대한 게임의 요소를 맞추기 위하여 파밍 가능한 많은 아이템들을 발견하기 조금 힘들게 일반 오브젝트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이게 한다든지, 상호 작용가능한 오브젝트들을 강조하지 않고 아주 작은 아이콘 (조그마한 동그라미 등으로) 표시하는 등 세세한 신경을 썼는데, 라오어2에서는 그냥 전작의 방식을 답습했을 뿐 새로운 시도는 없었다.

“영화같은 게임”이라는 표현은 그다지 칭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같은 게임을 “보고” 싶으면 그냥 영화를 보는 편이 좋다. 왜냐면 그 편이 더 “보는” 경험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오어/라오어2를 “보면” 제작사는 비극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그 의견에 반대하진 않는다. 비극은 좋은 예술의 소재이고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다만, 모든 것에 비극을 끼얹기 시작하면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간다.

닐 드럭만이 메인 디렉터를 맡았던 언차티드4를 플레이하면서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라오어와 언차티드는 같은 제작사에서 만들지만 다른 게임이고, 다른 방향성을 지닌다. 언차티드3까지 플레이하면서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것은 그 특유의 유머러스함이었다. 네이선 드레이크가 아무데서나 여자들에게 flirting하고, 실수해도 농담하고, 성공해도 농담하고, 보스는 악령들린 귀신이지만 농담하고. 등등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계속 펼쳐져도 유머와 함께 모든걸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언차티드4는 언차티드 스킨을 쓴 라오어 같았다. 모든 것에 비극을 끼얹어서였을까? 라오어2도 이와 같은 문제였을까?

물론, 게임을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는 순간도 많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들은 기타를 치는 모습 (특히 왼손으로 코드잡는 모습이 엄청났다.), 그리고 무기를 개조할때의 그 디테일함이었다. 하지만, 게임에서 가장 빠르게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시각적인 자극이라, 그 감탄의 지속성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레드데드리뎀션2라는 존재가 한발 먼저 무기의 디테일에 목숨을 걸고 만들지 않았던가? (게다가 그 게임은 오픈월드였다.)

엔딩을 본 이후 여전히 플레이 해 본 사람들의 불만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기대보다 아쉬운 작품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이젠 어정쩡하게 감동적이고 어정쩡하게 재미있는 게임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어정쩡한데 플레이 타임도 길다고?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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