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리뷰,PC] 컨트롤 ; 새로울 것 없이 새로운 척 하기

본 글에는 컨트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솔직히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지만..)


내 생각에 컨트롤이 가진 문제는 두가지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스토리 전달의 실패. 둘째, 새로운 척 하지만 새로울 것 없는 시스템과 플레이 경험.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문제인지 우위를 논할 수는 없어보인다. 왜냐면 두가지의 요소가 상호 보완적으로 각자의 실패를 더 부각시켜주고 있으니까.

시작하자마자 느낄 수 있는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마주하게 되는 알 수 없는 용어, 개념들은 당혹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려준다. 레메디의 전작들인 “앨런웨이크”나 “퀀텀브레이크”도 비슷하게 시작했으니 말이다. 사실, “맥스페인” 이후에 레메디가 만든 작품들의 전형적인 용두사미 성향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섰으나, 뭐 어떻겠는가 나는 이 게임을 에픽게임즈 무료로 받았으니 내가 써야할 것은 그저 내 시간뿐인 것을. (그래서 뒷북리뷰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걱정은 현실이 되었고, 소모된 것은 내 시간 뿐이었다. 그래도 이 게임을 설명해주는 단어는 기존과 다르게 용두사미는 아니다. 이를 넘어서 수미쌍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 수미쌍관이냐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약 30분~1시간 동안 알게되는 정보와 스토리는 게임을 다 플레이하고 엔딩까지 보고 나서 알게되는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FBC라는 단체가 있다.
  2. 여러 이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해결하는 단체인데,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단체 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3. 주인공인 제시 페이든은 어쩌다보니 갑자기 이 단체의 새로운 국장이 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4. 제시 페이든의 머리속?에는 폴라리스라는 무엇인지 모를 조력자가 있다.
  5. (+엔딩 후 알게되는 것 : 2번에서 문제는 전임 국장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생긴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위 5개가 끝이다. 5번이 한줄로 적혀있는 것은 엔딩을 내가 축약해서 정리한 것이 아니다. 그냥 저게 끝이다. 엔딩을 보고 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마무리 할 줄은 몰랐네” 였는데, 정말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시작하자마자 알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약 10시간 정도를 투자해야하는데, 이건 조금 너무한 것 같다.

스토리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중간중간에 얻을 수 있는 여러 수집품을 통해서 읽고 그 정보들을 끼워맞추어서 스스로 이해하여야 하는데, 이런 방식을 나는 존중할 수 없다.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해서 정보를 찾아보았을 때 이 수집품을 모두 찾아내고 그 정보를 모두 잇는다고 해도 제작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나의 작품으로 적어도 창작자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에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수집품으로 자신들이 배경설명은 다 했으니 플레이어가 알아서 찾아서 내용을 파악하라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수집품들은 전체적인 내용을 보완하고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데 사용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플레이 한 것이 컴플리트 에디션은 아니어서 추후에 나온 DLC에서 얼마나 더 설명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최근에 많은 게임들이 취하고 있는 본편의 부족함을 DLC / 후속작 / 스핀오프 등으로 보완하는 방식 역시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DLC / 후속작 / 스핀오프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본편이 하나의 작품으로서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DLC / 후속작 / 스핀오프로 무한히 확장/설명이 이어진다면 “작품의 완성”은 언제 이루어지는 것일까?

작품은 그 하나로서 일단 완결되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자면, 개인적으로 영화 매트릭스1을 매우 좋아하고 매트릭스2,3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매트릭스1은 그 영화 한편으로서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매트릭스1의 엔딩은 그 자체로서 엔딩이다. (일종의 “열린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매트릭스2의 엔딩은 대놓고 “to be continued”라면서 끝내버리는데, 이런 마무리를 나는 싫어힌다. (비슷하게, 마블 영화 등과 같이 연결된 작품이 많은 영화들도 당연히 후속작을 만들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만들어진다는 개념이 개인적으로 익숙하지 않다.)

물론, 플레이하면서 스토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작품들도 분명히 있다.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면서 경험하는 것에는 스토리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있고 그 요소들도 무척 중요하다. 즉, 스토리와 무관하게 플레이 경험이 주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게임들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컨트롤은 그 역시 매력적이지 못했다. 게임의 시스템이나 무기, 능력들은 얼핏보면 게임 전체의 초현실적이고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유사하게 새롭고 신비로운 것 같아보였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슈터 게임에서 사용하는 무기, 능력, 개조시스템에 그냥 스킨만 바꾼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후반부에는 심지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엄청난 능력을 획득하게 되지만 별로 감흥은 없었다. 차라리 아캄시리즈의 배트맨이나 플레이스테이션의 스파이더맨에서 건물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경험이 더 좋았다.

기본적인 무기/능력 시스템이 기존의 시스템과 다를 바가 없다보니, 전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쏘고 채우고 줍는 것의 반복이었는데, 그 반복이 매우 지루했다. 거기에 난이도가 어렵다고는 할 수 없는데 살짝 어려운… 이게 아주 설명하기 어렵게 어려운, 이~~~상한 포인트가 있는데 그게 매우 불쾌했다. 단순히 어려워서, 자주 죽어서 불쾌한 것은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이도가 “어렵다” 보다는 난이도가 “짜증난다”라는 표현이 좀 더 적합한 것 같다. 내 실력이 좋지 않거나 지금 내 캐릭터의 능력이 아직 약해서 여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곳으로 우회해서 실력을 키우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근데 이 게임에서는 특정한 전투 과정에서 죽게되면, 그냥 재수없어서 죽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적들의 반응 패턴도 멍청하고 상황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데 그냥 운이 없어서 죽게되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죽고나니 애매한 세이브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해야하고, 가진 자원도 10%감소하는데 이게 짜증의 3콤보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길찾기가 어렵고 친절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작사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물론 길찾기 짜증나는 것은 맞고 네비게이션 등이 익숙한 요소가 없어서 게임 진행에 불편함이 많은 것도 맞다. 다만, 이런 편의 요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 가정하에 (혹시 개발자가 이 문장을 보고 화가 나신다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서 이렇게 썼습니다.) 이런 편의 요소를 도입하지 않은 제작사의 결정은 존중할 수 있다. 게임의 배경인 올디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이 가진 복잡성 그리고 그 공간에 대해서 인지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이 게임에서 게이머가 주로 해야 할 일이라면 네비게이션 시스템처럼 쉽게 올디스트하우스를 공략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한 선택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물론 나도 길찾기는 짜증났다.)

제작사가 일부러 일정 정도의 편의 요소를 제외했다고 판단한 이유는 특히 “오션뷰 모텔”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맨 처음 플레이어가 오션뷰 모텔에 들어가게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기 어렵다. 다른 게임들처럼 그냥 인디케이터가 나오는 오브젝트를 이리저리 누르고 다니기만 해서는 이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는데, 이게 처음에는 좀 당황스럽고 어찌보면 짜증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텔에 들어올 때 국장이 메아리처럼 한 말의 힌트와 약간의(정말 아주 약간의) 관찰력을 사용해서 이 모텔 공간을 지나가게 되는 경험을 했을 때, 제작사가 게이머를 일부러 조금이나마 불편하게 하려고 했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이 모텔도 그냥 나중에는 아무 생각없이 누르면서 지나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이 이런 소소한 불편함에 대해서는 제작사의 판단을 존중한다.

안 좋은 점만 열심히 이야기했는데, 분명 좋은 점도 있는 게임이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미술이 좋았다. 단순히 그래픽만 좋은 것이 아니라, 게임 전반의 비주얼 / 분위기 / 색감 등 미술적인 요소들이 좋았다. 공간적으로도 올디스트 하우스가 복잡하고 기묘하게 얽혀있는 모양새, 그리고 작은 하나의 공간들이 서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공간으로 확장되었다가 축소되었다가 하는 느낌이 좋았다. (길 찾기가 짜증나는 것과는 별개의 감정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재떨이 미로에서 메탈 음악을 들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던 때였다.

이 영상 제목도 Best Part of Control 이네요

글을 마무리하면서 든 생각은 이 게임의 전체 스토리가 차라리 제시 페이든의 머리에서 일어난 혼란을 “컨트롤”하는 여정이었다고 하면 납득이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영화 아이덴티티처럼 말이다. 그러면 불확실한 설명, 앞뒤가 안 맞는 요소들 같은 것들이 느슨하게나마 이어질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데 앗, 글 쓰면서 찾아 보니 이건 앨런웨이크에서 벌써 써먹은 거네. (DLC를 플레이 안해서 몰랐음. 그러니까 제발 게임을 게임 하나에서 완성해라. 그래야 스토리를 다 알 수 있지… 왜 플레이하지도 않을 DLC를 내서 보완하냐.) 만약, 이렇게 했으면 똑같은 소재 또 써먹었다고 욕 했을 듯 하다. 그러니 작품을 만들 때는 제발 하나의 작품으로서 잘 완성해서 만드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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