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2012.08.31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을 한번 더 뒤적여 본다. 앙드레지드, 헤세 그리고 일본소설들로 이어지는 청춘들에 대한 그리고 청춘들이 읽을 수 있는 진정한 소설을 쓰고 싶던 작가의 말. 내가 읽었던 위에 해당하는 책들이 뭐가 있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은 읽었으나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책이다. 헤세의 데미안에서 생각나는건 알과 고통 뿐. 그리고 일본 작가들? 키친? 냉정과 열정사이? 상실의 시대? 등등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련한 기억속에 남아있는 책의 제목들과 그 감정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 책을 읽던, 그리고 다 읽고 난 다음의 나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내 독서 습관 때문이리라. 최근 읽은 몇권의 책들은 이전의 내가 책을 읽던 방식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보았다. 마음에 드는 문구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습관이 시작된 순간과 이 책을 읽게된 순간이 겹치게 된 것은 나에겐 새로운 의미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을 이 책과 같이 하게 되서 행복하다. 아직 나의 청춘에 대한 배신을 할 수 없음에, 나는 항상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갈망을 하고 있다.

“언젠가”, ” 오래전 그때” 상반된 두 단어가 반복되고 있다. 오래전 그때의 나는, 우리는 어떠했는가. 조그마한 편지지에 너의 이름을 적어두고 한참을 고민한 기억은 없다. 너는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과연 내가 한참을 고민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전 그때 나는 무엇을 한걸까. 그래 내가 이렇게 말했던 것은 기억난다. “내가 그쪽으로 갈까?” 그말에 대한 대답은 기억나지 않는다. 대답과는 상관없이 나는 그쪽으로 가려고 했던 것 같다. 아니, 기억의 왜곡일지도.

언젠가 다시 한번 이 기억을 더듬을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만족보다는 상실이 많았던 내 청춘에 대한 반추는 항상 이루어지겠지만, 그게 어떤 감정일지. 오래전 그때 느끼던 감정, 그리고 내가 언젠가 다시 느낄 감정.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가듯, 그 감정도 쏜살같이 지나겠지.

누군가를 찾는 전화벨은 오래전 그때도, 지금도, 그리고 내일부터 시작될 미래에도 울리겠지. 과연 나는, 우리는 누구를 찾는것일까? 사랑이라는 이름을 찾고 있는 것은 맞나? 며칠전 친구들에게 나는 말했다. 연애가 아닌 사랑이 하고 싶다. 고.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전화기에 손을 대고 전화번호를 눌러 누군가를 찾는가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찾는 전화벨을 기다리나보다.

한 친구가 이 책을 두권사서 친구에게 하나 주고 자기가 하나 가졌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서점에 가서 두권의 책을 사서, 하나는 나의 책장에 꽂고, 또 다른 하나는 제목을 안쪽으로 해서 옆에 꽂아두겠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오래전 그때에 부치는 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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