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3] The Last of Us, 마지막엔 무엇이 있는가.

1. 프롤로그

2012년 6월달이었던가? 처음으로 The Last of Us(이하 라오어) 의 데모영상을 루리웹에서 접하였다. (그러고 보니 벌써 1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신기하다.) 반응들은 한결 같았다 – ‘엄청난 기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려한 그래픽 보다도 흥미로웠던 것은 게임이 진행되는 중임에도 남여 주인공은 지속적으로 인터렉션을 취하고 있었으며, 적과의 조우, 교전, 그리고 마무리가 너무나도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 1

근래 범람하고 있는 좀비물과 유사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게임 스토리의 배경은 크게 흥미를 끌지는 않았으나 (좀비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주인공과 좀비(아 물론 정식 명칭은 ‘동충하초’)와의 관계에 주목하기 보다는 주인공과 남아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크게 집중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게임 Walking Dead를 떠올렸다.

이름부터 완벽한 좀비물인 Walking Dead

Walking Dead 역시 좀비물이지만, 좀비들의 머리통을 샷건으로 날리고 발로 밟아 터뜨리는 다른 좀비물들과 다르게 주인공이 겪고 있는 상황,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선택에 초첨을 맞춘 게임이었고, 나는 이 게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작사인 너티독이 스토리를 대충 만들 회사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Walking Dead를 생각하며 라오어를 기다렸다.

그리고 2013년 6월이 되었다.

 

2. 시작, 그리고 진행되다

시작은 놀랍고도 묵직했다. 컷신에서 보여지는그래픽 및 캐릭터의 연기(?!) 는 금세 게임에 몰두할 수 있게 하였다. 인게임 그래픽 역시 높은 수준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게임 내에서 캐릭터간의 인터렉션이었다. 가령 어떤 방에서 열심히 재료를 모으고 있다보면 엘리가 와서 잡담을 한다던지, 다트를 던진다던지 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 역시 짜여진 스크립트 대로 실행되는 것이겠지만, (예를 들면 아이템을 수집하는 도중에 엘리가 어디론가 먼저 가있다면 그쪽으로 움직이기 전에 다른 모든 곳을 뒤져서 아이템을 모으고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곳으로 이동하면 엘리가 대사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을 하는 내내 심심하지 않고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였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많은 기대를 하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게임 내에 배치된 요소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구석구석, 요소요소를 보려고 노력하였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조엘의 손전등에 대한 케릭터의 반응이었다. 조엘의 손전등을 사람에게 비추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비춰보았더니 매우 재미있는 반응이 나왔다.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엘리에게 손전등을 비추면 얼굴을 찡그리면서 옆으로 돌린다! 재미있지 않은가?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다른 동료인 테스에게 비추었을 때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던지, 어떤 장소에서는 엘리가 반응하지 않는다던지 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손전등만 봐도 이 게임이 얼마나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참고로, 내 친구는 저 정도는 이미 하프라이프에서 구현되었다면서 별로 놀라워하지 않았다.)

과거 E3 영상에서 매우 흥미로웠던 적과의 인터렉션 역시 많은 기대를 하고 보았다. 하지만 이부분에서는 기대보다는 못 미치는 수준을 확인했다. 탄약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디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적들과 대치하는 과거의 영상처럼 적들은 엄청나게 똑똑하지 않았다. 동료가 죽어도 눈치를 잘 못채기도 하고, 한 명씩 한 군데로 유인해서 뭉둥이로 때려 처치하는 방법으로 처리한 경우도 많았다. 노멀난이도 기준으로 진행하면서 탄약이 부족한 경우가 거의 없었으며, 리슨모드를 통해 적의 위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루리웹에 올라오는 글을 보았을때 더 높은 난이도라고 해서 적의 AI가 크게 높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라오어의 리슨모드는 최근에 이루어지고있는 라이트 유저의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과 유사해 보였다. 리슨 모드를 실행하면 적의 윤곽이 하얗게 표시되고, 소리가 나는 부분에서 원형의 파형이 발생된다. 조엘의 청각을 극대화하여 적의 위치를 파악한다는 설정인 것으로 보인다.

리슨모드의 모습, 동충하초의 모습이 보인다

히트맨 : 앱솔루션 에서의 Instinct 모드, 툼레이더(리부터) 의 사냥꾼의 본능? 과 매우 흡사한 모드이며, 청각의 집중이라는 컨셉은 히트맨의 전지적 능력이나 툼레이더의 사냥꾼 본능 보다는 현실적이고 좋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리슨 모드의 취지를 생각했을때는 적들의 윤곽까지 다 나오게 할게 아니라 그냥 소리가 나는 곳에서 원형 파형만 나오게 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본능적으로(Instinct)너희가 어디로 갈지 알고 있다
이것은 여자의 직감인가

리슨 모드나 AI를 통해서 확인을 한 것은 이 게임이 절대 잠입액션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잠입액션과 같은 재미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이 게임을 추천하지 않는다.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처럼 잠입의 묘미를 강조하고 있지도 않으며, 히트맨1 처럼 다양한 방식의 게임 플레이 방식을 보여주고 있지도 않다. 일례로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의 경우 경보가 울리면 어떤 맵으로 이동해도 그 경보가 지속된다. 그러나 라오어에서는 그런 요소가 없다. 전투 파트에서 적들이 날 알아차렸든 못알아차렸든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 모든 것이 초기화된다. 적들은 쫒아오지 않는다. 잠입액션게임으로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또한, 해당 상황을 헤쳐나가는 선택지는 딱 두가지 뿐이다. 다 처치하느냐, 도망가느냐. 노멀난이도 기준으로는 웬만해서는 모두 처치 가능한 경우가 많다. 모두 처치하는 경우에는 아이템 수색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역시 어떤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고 싶어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 있을 요소들이다.

??!!!!!!!!!!!!!
저격이냐 독살이냐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라오는 잠입액션게임이 아니라 서바이벌 액션게임에 가깝다. 액션게임이지만 물자가 부족하고 주인공이 람보가 아닌 액션게임 (그것도 뭐 막판에 가면 기관총 쏘고, 화염방사기 쏘고 거의 람보이긴 하지만..).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적들의 AI나 리슨 모드는 게임의 난이도나 불편함을 가져오지 않기 위한 수준 정도이고, 개인적으로 너무 어려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만족스러운 수준의 난이도다.

라오어의 게임 진행은 매우 명확히 구분되어있다. 탐색과 전투가 꽤나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에 탐색 중에 갑자기 적들이 출현할 것을 겁내서 엉금엉금 다닐 필요가 없다. 엘리가 쪼그려서 걷기 시작하면 그 때가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며,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대사 등을 통해서 확실히 이제는 조심히 전투를 진행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예를 들면, 엘리가 “저기 놈들이 또 있어요.”라고 말한다던지, 조엘이 “쉿쉿” 이라고 한다던지) 그렇기 때문에 게이머는 게임내내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가 없고, 편하게 즐기면서 진행할때는 느긋하게, 그리고 전투시에는 집중해서 게임의 진행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라오어는 TPS 게임에서 등장하는 많은 요소들이 적절히 다 등장한다. 다양한 무기와 무기들에 대한 업그레이드, 조엘의 능력 업그레이드, 그리고  TPS나 FPS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멀리서 아군을 서포트하는 저격 이벤트까지. 사실 라오어는 이렇게 적고 보니 엄청나게 특이하고 특별한 TPS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3. 끝나다

그러나, 라오어는 특별한 게임이다. 내 기준에서는 특별한 게임이다. 나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스토리텔링과 당위성으로 꼽곤 한다. 내가 좀비를 때려죽이고 있고, 내가 이 길을 걷고 있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단순히 아무 생각없이 진행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는데 라오어에는 당위성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모든 것이 스토리가 흘러가는 맥락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라오어가 가진 시대적 배경은 매우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가령, 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 갈 수 없는 지역은 엄청나게 큰 오픈월드가 아닌 이상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라오어는 거의 일자진행 게임이기 때문에 그런 장소가 엄청나게 많은데, 그런 곳이 나올 때마다 아무 이유없이 갈 수 없게 되면 짜증이 나기 쉽다. 그러나 라오어의 배경이 어떤 곳인가! 폐허가 된 도시, 바리케이트 무너진 건물, 떨어진 엘레베이터 등등. 엄청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나를 가로막는다. 이런 요소들이 게임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거부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제작자가 최대한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닌 것처럼 보이고 싶어했다는 점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플레이어가 진행하는 과정에서 버튼 액션을 해야하는 부분에서 버튼을 누르라는 표시는 정말 조그마하게, 그리고 눈에 많이 띄지 않게 나온다. 또한 아이템이나 도구 제작하는 곳의 표시는 약간 반짝거리며 흰색 조그마한 원으로 표현될 뿐이다. 티가 안나는 것이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이런 것들로 인해 게이머가 이 게임을 단순히 게임이라고 느끼기 보다는 현재 경험하고 있는 가상세계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고 있다.

버튼을 눌러줘! 그 다음엔…흠…
저 레버를 돌리는게 맞는거 같긴한데….
가까이 가기전까지는 그냥 오브젝트인지 아이템인지… 아이템 먹기 (여러모로) 힘들다

이런 요소들, 그리고 앞에서 설명했던 게임의 특징들이 불편함보다는 장점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라오어가 가진 힘에서 나온다. 바로 스토리 텔링의 힘이다. 스토리나 세계관이 독창적인 것 역시 중요하지만 그 스토리를 얼마나 잘 이야기하고 몰입하게 하느냐가 더욱 중요한데 라오어는 그런 스토리 텔링을 엄청나게 잘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라오어의 세계관 스토리가 엄청나게 특별하고 기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좀비(와 유사한 동충하초), 멸망한 세계, 아이와 함께하는 어른, 그리고 엔딩까지. 훌륭하긴 하지만 엄청나게 기발하고 처음보는 것들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을 배치해나가면서 게이머가 이에 몰입하게 하는 능력이 스토리 텔링인데, 여기에서 라오어가 힘들 발휘한다.

실제로, 내가 엔딩을 보기까지 약 14~5시간 가량이 걸렸는데, 초중반 까지는 하루에 1~2시간 가량 게임을 즐겼다. 여기저기 뒤지기도 하면서 게임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기도 했지만 약 8~9시간이 넘어가고 게임 진행 상태가 70%를 넘어가면서 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조금만 더 하면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번에 플레이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게임 속 케릭터가 닥친 상황에 점차 몰입했다. 내가 이런 기분을 느꼈던 게임은 과거에 즐겼던 ‘헤비레인’이었던 것 같다. 이런 것이 스토리 텔링이 잘 된 게임이다.  솔직히 스토리와 설정의 참신함 등을 따지자면 바로 전에 플레이 한 ‘바이오쇼크’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토리 텔링은 라오어가 훨씬 잘 되었다고 본다.

약 14~5시간의 플레이의 결과로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할지 새드엔딩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 엔딩을 보았다. 나는 만족했다. (비록 엔딩크레딧 후에 무언가가 있지 않을가 싶어서 기대하였지만.) 엔딩의 내용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 엔딩을 위해 내가 겪었던 시간이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에 무엇이 있는지 보았지만, 난 그게 무엇이든지 만족했다. 그게 우리에게 남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훌륭한 게임이 마무리 됐다.

 

4. 계속되다

원래 나는 멀티플레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TPS나 FPS는 더더욱 그렇다. 왜냐고? 잘 못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빠르게 모든게 진행되면서 내가 픽픽 죽어나가면 멀티플레이를 하고 싶은 마음은 싹 사라진다. 그래도 라오어의 멀티플레이는 몇 번 해보았다. 결론적으로는 꽤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 역시 픽픽 죽어나가긴 하지만, 너무 빨리 진행되서 내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는 일은 많지 않다. 묵직한 플레이 감과 팀원과의 협력이 중요한 멀티플레이 방식은 익숙해지면 즐겁게 진행할 수 있을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몇개월 후엔 왠지 괴수들만 모여있을 것 같지만…..

Notes:

  1. 2012년 E3 영상 :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ps/93/read?articleId=794652&objCate1=&bbsId=G003&searchKey=subjectNcontent&itemGroupId=40&itemId=&sortKey=depth&searchValue=%EB%9D%BC%EC%8A%A4%ED%8A%B8&platformId=&pageIndex=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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